호남 사람들은 오랫동안 선거하는 날이 다가오면 투표장에 나가야 할지 말지를 놓고 적지 않게 고민을 해왔던 것 같다. 어떤 것이 옳고 누굴 찍는 게 좋은 것인지 자신 있게 결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의 선거풍토나 문화가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번 20대 총선은 다른 것 같다. 경쟁관계에 있는 정당과 후보들이 있다 보니 오랜 만에 선거 분위기도 후끈 달아오를 수 있었다. 종전의 특정 정당 공천이면 당선이 보장되던 선거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인 것이다.

박장우 전북포스트 논설위원

지난 8, 9일 실시된 사전투표율만 봐도 그렇다. 이번 사전투표에 있어 전국 평균투표율은 12.19%인데 전북 사전투표율은 17.32%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남의 18.85%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투표율이다. 그만큼 지역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다는 반증인 것이다.

내게 있어 최초의 투표 기억은 지난 80년, 전두환의 신군부가 정권을 잡은 이후 실시된 5공화국 헌법 제정에 대한 국민투표였다. 당시 군부대에서는 정훈장교가 새로운 헌법 내용에 대한 홍보를 했다. 그리고 병사들과 이런저런 토론의 시간도 가졌다. 물론 새로운 헌법이 좋은 것이니까 찬성하라는 쪽으로 유도됐지만 말이다.

이후에 12대 총선이 있었는데 DJ(김대중 전대통령), YS(김영삼 전대통령)의 추종자들이 대거 참여해서 만든 신한민주당이 돌풍을 일으켰던 선거였다. 군부세력과 추종세력이 장악하고 있던 국회 권력이 민간에게 이양되는 과도기였던지 선거운동 또한 예전에 볼 수 없이 치열했었다.

그리고 호남에서 황색돌풍이 일어났던 87년, 88년 13대 대선과 총선이다. DJ에게 90%가 넘는 몰표가 쏟아졌고 DJ당 후보들이 전원 당선되던 선거였다. 이후 호남에서는 특정정당 후보 아니면 당선되기 어려운 선거가 이어져 왔다.

그 때문인지 60대 이상 호남사람들은 자기 의지대로 선거를 해 본 경험이 별로 없는 듯싶다. 박정희, 전두환 시절에는 강압된 사회분위기에 휩쓸려서 좋은 것이 좋은 투표를 했던 것 같고, 3김 시대 이후에는 무조건적으로 DJ 색깔에 찍어댔다. 누구 말대로 국회의원 감인지 아닌지는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뽑힌 정치인들도 지역 주민들을 위한 일꾼 노릇은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자기를 공천해준 주군에 충성하기 바빴다.

정치인과 국민과의 거래는 선거라는 단순통로 밖에 없다. 그리고 지금 다급해진 정치인 후보자들이 국민들을 위한 다짐을 수없이 토해내고 있다. 마치 자신들이 국회에 나가면 우리나라가 180도 바뀌어서 국민들이 마음 놓고 편하게 살 수 있게 될 것처럼 말이다.

이번 총선은 참 일꾼을 뽑는 선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나라를 위하고, 그리고 우리지역을 챙기는 정말 열심히 일할 것 같은 그런 사람을 꼭 찝어 선출하는 그런 선거 말이다.

물론 일꾼이니 인재니 하는 기준이나 조건도 좀 애매모호한 구석이 없지 않다. 인재론이 거론될 때마다 도덕성이나 능력이 회자되곤 하지만 전부는 아닌 듯싶다. 그리고 모든 면에 있어 완전하고 완벽한 사람 또한 없는 것이 현실이고 말이다.

역사상 훌륭한 지도자들의 용인술을 참고해 보면 어떨까 싶다. 세종대왕은 사람을 물색할 때 첫째 마음이 착한 지를 보았고, 둘째 열정이 있는 지를 보았으며, 셋째 정실을 배제하고 역량 위주로 선발했다고 한다.

일본 전국시대 통일의 기틀을 마련한 오다 노부나가는 현재 가장 유능한 인재를 발탁했고 열정이 있는가 보았으며 농공행상을 공평하게 하여 인재들의 성취욕을 불러 일으켰다고 전한다.

세종대왕이나 노부나가 모두 열정이 있는 능력자를 선호했던 것 같다. 참 일꾼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무엇인가 정말 열심히 해보려고 하는 사람만큼 중요한 것이 없는 것 같고,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주변의 도움이나 지원을 챙길 수 있는 사람이면 더욱 좋고 말이다.

4월13일은 20대 총선 투표일이다. 유권자들의 소중한 한 표가 모이고 모이면 지역 참 일꾼도 만들어낼 수 있게 될 것이다. 시민 모두 권리와 의무를 다하는 투표일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 박장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