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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 통한 교감<만남>백현경 바이올리니스트와 박경호 악기장
강찬구 기자  |  phil6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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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2.24  16:3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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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녀에게서는 노란 비누 향이 났다. 시트러스 향이 강렬한... 그 바탕에는 소박한 오이 향도 배어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백현경. 익산역에서 그녀를 만나 부안으로 가기로 했다.

그녀가 나타났다. 빨간 코트에 알이 큰 선글라스. 그녀의 짐은 일상적으로 세 개다. 등에 진 바이올린과 바퀴 달린 캐리어. 그리고 손가방. 이 날은 꽃다발까지 들었다. 2016 대한민국교육공헌 대상을 받고 서울에서 오는 길이다.

 

   
 
   
바이올리니스트 백현경.

바이올리니스트 백현경은 경남 밀양에 터를 잡고 있다. 밀양에서 세계문화유산이 된 ‘아리랑’의 길을 찾고 있다. 그녀는 스위스에서 공부하고, 활동하면서 7년을 보냈다. 그러다 귀국해 연주활동과 함께 아리랑을 연구, 보급하고 있다. 밀양의 딸, '아리랑'의 보배다.

그녀는 5명의 자녀를 둔 엄마다. 홈스테이를 하던 스위스의 가정은 자녀가 많았다. 그래서 그녀는 많은 아이를 갖고 싶었고, 현재는 고교 2년생부터 5살까지 층층이다. 열정적인 연주를 하는 다섯 아이의 엄마. 반하지 않을 수 없다.

 

   
바이올리니스트 백현경

 

#2

나는 그 남자에게 이렇게 고백한 적이 있다. ‘길거리를 걷다가도 당신 작품이 내는 소리를 알아 챌 수 있을 거 같다’고... 그 소리에는 고정 관념에 저항하는 한 사내의 아픔과 고뇌, 철학, 절규까지 배어 있을 것만 같았다.

박경호. 그는 현악기를 만드는 사람이다. 지금은 고향인 부안으로 돌아와 악기를 만들고 있지만 이탈리아에서 배워 온 정통파다. 이탈리아 굽비오 현악기 제작학교 한국인 1호 유학생이다. 서울에서 ‘경호 park 현악연구소’를 열었으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그는 4년전 9대가 살던 고향집으로 내려 와 작품을 만들고 있다. 악기를 사는 사람이 없으니 틈틈이 농사를 지으며 생활하고 있다.

 

   
 
   
현악기 장인인 박경호씨와 그가 요즘 심혈을 기울여 만들고 있는 작품, 아리랑. 한반도 남과 북을 형상화했다.

나는 우연한 기회에 SNS를 통해 그의 작품 제작 과정을 엿보게 됐다. 처음에는 신기함으로 바라보다가 그의 소신과 철학, 고뇌를 알게 되고, 그러면서 교감하게 됐다. 나는 그의 악기를 갖기 위해 첼로를 배우게 될 지도 모른다.

 

#3

부안 그의 집에서 우리는 만났다. 바이올리니스트와 현악기 제작자. 나는 그녀의 말마따나 ‘라이더’인 격이다.

소리에 대한 얘기로 대화가 시작됐다.

“악기 소리에 복원이란 없습니다. 스트라디바리를 복원한다는 게 무슨 소용입니까...? 사람마다 좋아하는 소리가 있습니다. 악기마다 소리 값이 다르고, 악기는 시대에 따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소리로 변화해가는 것입니다.”

 

   
박경호 악기장이 만든 바이올린 '종'

말문이 터진 듯 말을 이었다. 소리에 대한 악기 제작자로서의 철학과 고집이 대단해 보인다.

“나는 소리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음악은 연주가의 몫입니다. 나는 전통적인 틀에서 벗어난 사람입니다. 바이올린이 일정 소리를 지향할 바는 아니라고 봅니다.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소리가 나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의 집 거실에는 그가 만든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가 전시돼 있다. 그의 바이올린은 형태부터 독특한 것들이 많다. 소리 값을 찾기 위한 노력이다. 일반인은 만질 수도 없지만 연주가에게는 얼마든지 시연이 허락된다. 연주가 외에는 집에 들이지도 않는다고 한다.

 

   
백현경 바이올리니스트

그녀가 자신의 활을 꺼냈다. 작품 하나하나를 시연하기 시작했다. 새 것이라서 줄은 느슨하고, 소리는 예민했다. 그녀가 하나하나 조율하면서 음악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G선상의 아리아’. 악기마다 조금씩 다른 소리를 냈다.

그녀는 요즘 우리 것에 새로운 접근을 모색하고 있다. 밀양에 정착하니 자연히 아리랑에 젖게 되고, 그녀는 전통음악과 협연을 하기도 했다. 그녀는 즉흥연주가다. 우리 것과 어울리는 소리를 찾고 있다. 보다 직접적으로는 우리 음악과 어울리는 바이올린을 찾고 있는 것이다.

“기존 바이올린에 비해 음역대를 낮춘 바이올린이 있었으면 해요. 아리랑을 연주하다 보면 바이올린 음역대로 잡지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베이스를 추가 하거나 현을 변화시키거나 해서 보다 깊은 울림을 찾고 싶습니다.”

 

   
부안 경호park현악연구소 에서 악기를 시연하는 백현경.

“최근 아쟁이나 해금을 배웠습니다. 소리가 깊다는 걸 알겠더라고요. 바이올린과는 다릅니다. 그게 어디에서 오는 차이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현이 다르니까요... 바이올린에서 그 소리를 찾을 수는 없을까 해서 찾아 본 겁니다. 저번 주에 몽골에 가서 마두금도 보고 왔습니다.”

그도 그녀의 말에 공감했다.

“베이스의 배치를 달리하거나 현을 바꿈으로써 소리 변화는 가능합니다. 판의 두께 뿐 아니라 높이, 베이스바 또는 사운드 포스트 두께 위치에 따른 소리 변화 값을 관찰했습니다. 하물며 나무의 종류나 경도 등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는 그녀가 원하는 악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한 2-3년이 걸린다고 했다. 원하는 나무를 구해야 하고, 그 나무를 깎아 판을 만들고, 틀을 만든다. 그 과정에서 소리 값을 찾고, 중심점을 찾고, 칠을 한 뒤에는 건조 과정을 기다려야 하고...

 

   
박경호 악기장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세사람. (가운데가 박경호 악기장, 오른편이 백현경 마이올리니스트, 왼편은 강찬구 기자)

일단 첫 만남은 서로의 뜻에 교감하는 것으로 일단락했다.

그녀는 3월 앨범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그녀의 첫 번째 앨범이다. 이날 우리는 백현경의 앨범에 박경호의 작품으로 연주한 곡을 한두편이라도 올리자고 얘기했다. 그렇게 첫 자리가 마무리됐다.

 

우리 소리를 향한 바이올리니스트와 바이올린 장인의 협연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 강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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