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에 대한 관점을 바꾸자.

한 인간과 하늘이 동시에 울부짖었다. - 권정생

'인간'

70년을 살았지만

아직 양복도 못 입어보고

넥타이도 못 매보고

장가도 못 가보고

약혼도 한번 못해 봤습니다.

돈까스도 못 먹어보고

피자도 못 먹어 봤습니다.

억울합니다! 억울합니다!

'하늘'

겨우 70년을 살아보고 그러냐

나는 7백억년을 살았지만

아직 장가도 못 가보고

돈까스도 못 먹어보고

피자는커녕

미숫가루도 못 먹어봤다

이 꼰대기 같은 놈아! /

장윤영님은 전북과학대 교수로, 현재 사회적기업 천년누리 대표를 맡고 있다. 천년누리는 고령자친화기업으로, ‘전주빵’이라는 브랜드 이름으로 우리 밀빵을 만들고 있다.

이 시는 '강아지똥'으로 널리 알려진 권정생님의 시다. 권정생 선생님은 70년 동안 피자도 돈가스도 못 먹어봤다고 억울하다고 하시는데 하늘은 7백억년 동안  피자는 커녕 미숫가루도 못 먹어 봤다 면서 인간을 꾸짖는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유행하는 맛집이나 음식을 먹어 봐야 그것이 사람답게 사는 것이고 삶이 질이 풍요로워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먹고 죽은 귀신 때깔도 곱다'고 공중파 방송에서부터 sns까지 맛집과 먹거리에 대한 소개와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비법이 공개되고 그것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지대하다 못해 광적이라고 보여진다.

눈뜨면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저녁식사는 어떤 메뉴로 할까? 주말에는 무엇을 먹을까? 하루종일 먹거리에 대한 생각을 하고 메뉴를 검색한다. 그만큼 맛있는 먹거리를 통해서 우리의 삶은 양적으로 풍부해졌다. 그러나 질적으로도 풍요로워졌을까? 과연 잘먹고 잘사는게 무엇일까?

자본주의사회에서 먹거리는 그 자체의 의미보다 자본의 흐름에 따라 상품화되고 마케팅화되어 맛도 자본의 전략에 따라 인식하게 된다. 입소문도 마케팅으로 만들어지니 먹거리 또한 진정한 맛 자체의 승부라고는 볼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또한 맛있는 것은 대체로 고지방 고단백 식품인 경우가 많은데 입맛을 당기기 때문에 많이 먹게 되고, 소화가 안되니 소화제 광고가 등장하고, 지방이 쌓이니 다이어트보조제가 불티나게 팔리고, 기름진 식생활의 결과로 당뇨와 각종 암의 위험에 노출되고, 그래서 미래를 대비해 보험을 들고, 그 보험료를 내기 위해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하고, 그래서 야근과 잔업을 하게 되고, 그 결과 또 스트레스와 질병이 온다.

그야말로 악순환의 연속이다.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간단한 해법이 있다면 바로 먹거리를 소박하게 바꾸는 것, 음식에 대한 생각을 비우고 내려놓는 것. 그것이 건강하게 오래도록 사는 길이며 자본의 노예에서 벗어나는 길, 진정 자유로워지는 길일 것이다.

점심식사로 사과 두 알과 생수 한 병, 고구마 두어개가 있어도 행복한 식사가 될 수 있다. 유명 맛집에서 줄서서 먹기보다 잔디밭에서 가을 햇살을 즐기며 군고구마를 먹으면서 사색할 수 있는 그런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

건강과 다이어트 계획으로 2016년 새해를 시작했을텐데 먹거리에 대한 태도를 바꾸면 건강도 얻고 다이어트에도 승리하고 우리의 삶의 질도 풍요로워질 것이다. / 장윤영 사회적기업 천년누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