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내 충경로변 새누리당사 맞은편에 대문형 일주문이 하나 세워졌다. 이 일주문이 요즘 논란거리다. 중국 패루 양식에 문양은 일본 신사문을 연상하게 한다. 아무리 봐도 한국식은 아니다. 보는 사람들마다 고개를 갸웃한다. 이 패루를 이곳에 설치한 이유가 궁금하다.

전주시는 그 안쪽에 있는 한국전통문화전당을 상징하는 의미로 이 일주문을 만들었다고 한다. 4억5천만원을 들였다고 한다. 일주문을 세운 이유도 설득력이 없는데다 양식을 보면 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나마 일주문 상마루에 한국전통문화전당이라는 문패를 붙이면서 용도를 짐작하게 한다.

전주시는 한옥의 전통적인 느낌을 현대적으로 살린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보는 사람들의 눈에는 전통도, 현대적 느낌도 없다. 한 눈에 일본 신사의 입구에 세워진 ‘도리이’를 연상하게 한다. 거부감부터 들게 한다. 전문디자인업체에 맡겼다고 하지만 정서가 반영되지 않았다면 잘못된 것이다.

전주시는 지난 1997년에도 충경로변에 중국식 패루를 건설한 적이 있다. 당시 전주․무주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를 앞두고 뭔가 볼거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즉흥적으로 추진됐다. 차이나타운을 조성하기로 하고 자매도시인 중국 소주시에 있던 패루를 부랴부랴 뜯어와 옮겼다. 인근 상가의 간판을 중국식으로 바꾸는 등 요란을 떨었지만 흉내만 낸 꼴이 됐다.

뭐든 있어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있어서 망치는 것이 더욱 많다. 일주문이 정체성을 상하게 하고, 의미를 반감시킨다면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주문을 보면서 관광객들이 일본 신사의 입구를 연상하고, 인상을 찌푸린다면 이는 없는 것만 못하다. 뜯어 고치든지, 없애든지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