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에서 가장 힘든 부서는 고객만족센터 또는 고객서비스센터라고 한다. 고객들의 민원을 담당하는 곳인데 불만이 있는 고객이 찾는 곳이라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 대부분의 직원들이 기피하는 곳이기도 하다.

  고객만족센터를 찾는 사람들 상당수는 일단 기선부터 제압하려고 한다. 나이 어린 고객들도 나이 많은 직원에게 막말에 짜증으로 시작한다. “야 이게 뭐야. 점장 나오라고 해”

  매장 입구에서 고객맞이 인사를 하는 안내도우미도 동네북이다. 안내도우미는 고객들이 들고 다니는 물품도 살펴보곤 하는데 간혹 “누굴 도둑 취급하느냐”고 항의하는 신경과민 고객을 만나면 한바탕 혼쭐이 나야만 한다.

  주차도우미도 마찬가지다. 일부 고객들은 금연구역인 주차장에서 일부러 보라는 듯 담배를 물고 다니기도 한다. 그러나 직원들 누구도 제지하지 않는다. 잘못 하다간 골치 아플 일만 생길지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박장우 언론인  *박장우님은 전북일보에서 84년에 기자 생활을 시작해 전라일보 및 전북매일 편집국장을 역임했다.

  대형마트 종사자들은 감정노동자라고 불린다. 인간의 감정까지 상품화해서 어떤 경우에도 고객의 마음을 상하게 해선 안 되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서비스산업 종사자들 대부분이 감정노동자라고 보면 된다.

  감정노동자 중에서 업무수행 강도가 가장 높은 업종들로는 항공기 객실 승무원, 홍보도우미, 이동통신기 판매원, 검표원, 콜센터 상담원이 속해 있다고 한다. 대형마트 종사자들이 상위 업종에 속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 보다.  

  최근 들어서는 감정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되기도 한다. 기업체 자체적으로 ‘사원존중 고객 응대 매뉴얼’을 마련, 시행한다. 특이한 반응을 나타내는 고객, 속칭 '진상'고객들을 상대하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 상태가 정말 심각한 특이감성 고객은 폭행죄, 공갈죄, 업무방해죄, 모욕죄 등으로 대처할 수 있는 내용도 담고 있다.  

  전주의 한 대형마트에서 있었던 일이다. 40대 남자 고객인데 마트에 나타났다 하면 전 직원이 비상이 걸리곤 했다. 어느 날은 자기 부인과 함께 쇼핑하러 나왔던 모양이다. 그런데 음식코너를 지나다 자신을 과시라도 하듯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이 자기 부인을 쳐다봤다며 시비를 걸었다.  

  “야 이 자식아 왜 남의 각시를 쳐다보고 지랄이야?”하고 시작하더니 윗옷까지 벗어부치며 난리를 폈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오가도 막무가내였다. 참다못한 음식점 주인이 ‘업무방해’로 경찰에 신고, 경찰관이 출두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리고 경찰관에게 무슨 말을 들었는지 그 다음날부터 그 고객은 보이지 않았다.

  또한 정부는 감정노동자들이 직장 내에서 겪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산업재해로 인정하겠다는 내용의 ‘산업재해보상보장법 개정안’을 최근 입법 예고했다. 고객에 의한 폭력 또는 폭언 등으로 스트레스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적응장애와 우울병 등이 유발되면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으로 포함시키도록 한 것이다.

  문제는 감정노동자들이 고객들을 상대로 고소, 고발하거나 산재 인정을 받는 단계까지 가려면 노동자들 스스로는 골병이 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산재보상도 사후적 방안에 불과할 뿐인 것이다.

  전주근로자건강센터가 지난 9월부터 도내 톨게이트와 항공사 직원 75명을 대상으로 ‘업무 중 스트레스 검사’를 실시할 결과, 30명은 고위험, 42명은 잠재적 스트레스 상태였고 3명만 건강한 수준이었다. 고위험은 우울병, 불안, 소화장애 등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는 수준이고, 잠재적 스트레스는 그 전 단계라고 한다.

  감정노동에 종사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평생 가슴앓이를 하며 살아가야 하는 운명을 타고 나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되도록 정신적 스트레스를 적게 받든지 아니면 빨리 털어버리는 쪽으로 자기훈련을 해야 한다.

  다만 특이감성 고객들의 행태가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는 걱정이다. 특이감성 고객은 타고날 때부터 그런 성격인 사람도 있지만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을 모방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리고 일부는 과거 감정노동에 종사했던 사람들인데 자신들의 노하우(?)를 직접 실행해 보기도 한다.

  특이감성이니 감정노동이니 하는 말 자체가 국민들의 수준을 나타내는 대책 없는 현상일 뿐인 것이다. / 박장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