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 두라고요. 제발”

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자녀들에게서 학부모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란다. 부모님들이 컴퓨터 게임 등을 못하게 하면 상당수의 중학생 자녀들은 대뜸 “왜 간섭하느냐”며 대들곤 한다는 것이다. 체력적으로 엄마 정도는 제압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때이기도 하다.

박장우 언론인  *박장우님은 전북일보에서 84년에 기자 생활을 시작해 전라일보 및 전북매일 편집국장을 역임했다.

  학교 선생님들이 바라보는 중학생들은 더 심각한 것 같다. 어떤 교장 선생님은 중학생 시기를 「무개념의 세대」로 진단한다. 육체적으로는 준 성인이 된 상태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아직 초등학생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때다. 그래서 자신들이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고자 하는 심리적 욕구가 강하게 표출되곤 한다는 것이다.

  학부모까지 죽이 맞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볼 도리조차 없다. 군산의 한 중학교에서 교장선생님을 했던 한 친구는 학부모들의 민원해결사 노릇을 하느라 눈코뜰새 없었다고 한다. 선생님이 잘못한 학생을 조금이라도 꾸중할라치면 곧바로 들이 닥치는 게 학부모들이었다는 것이다. “니가 뭔데 남의 자식 기죽이고 지랄이냐”고 막말을 퍼부어대면서 말이다. 이럴 경우 소방수 역할로 긴급 투입돼야 하는 게 교장선생님이다. “아이고 그게 아니고요”

  전주의 어느 학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의사인 아버지 권유로 학원을 찾은 중학교 여학생인데 종종 자기 성질을 못 이기고 책을 찢거나 책상을 칼로 긁곤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도 자기 집에 갈 생각도 않고 마냥 앉아서 말이다. 학원 측에서 답답해서 병원에 있는 아버지에게 전화하면 “집에 가라고 하세요”만 거듭할 뿐이고... 그런데 신기하게도 다른 학생들은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는 표정이란다. 마치 학교에서는 자주 보는 일처럼...

  중학생 연령, 일반적으로는 14세에서 16세까지 이지만 생년월일을 감안한 만 연령으로는 15세 미만이지 않을까 싶다. 범죄행위를 저질러도 일부는 사법처분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에 해당한다.

  요즘 촉법소년들이 급증하고 있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촉법소년은 형법과 소년법상 만 10세에서 14세 미만자로서 범죄 행위를 저지르고도 사법처분을 받지 않는 청소년들인데 초등학교 4학년에서 중학교 2학년까지 해당된다. 이들 촉법소년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연령도 대폭 낮추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어떤 전문가는 “14세 미만자들이라고 해서 옳고 그름을 구별 못한다고 할수 있겠느냐?”며 “형사미성년자 기준을 초등학교 6학년(12세)까지로 대폭 낮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중학생은 배려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도내에서 지난 5년동안 발생한 촉법소년 범죄사건은 모두 1629명이었다고 한다. 성폭력 78명에 절도 793명, 폭력 381명이었다고 하니 걱정할 만도 하다. 범죄를 저질러도 책임능력이 없다며 보호처분만 내려지다 보니 재범자가 60%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학생들이 아무리 다루고 힘들고 범죄 행위가 심각하다고 해도 촉법소년의 연령조차 낮추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학생 시절 자체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고 제자리로 되돌아갈 학생들도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다 큰 애들한테 이런 이야기를 듣는 부모님들도 있다. 전주에서 대학교수하는 분인데 초중고시절 ‘씩씩하게만 자라다오’하며 방치하다 시피했던 딸아이가 지방대학을 나와 취업을 하는 단계에서 “그때 좀 잡아주지 그랬어”하더라는 이야기다.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 씁쓸했지만 이미 다 지나간 일인 걸 말이다.

  ‘젊은 시절 어리석음이 없는 사람은 중년에 손과 팔에 아무런 힘도 없다’ 는 속담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하고 반성하면서 살게 된다는 의미 아닐까 싶다.

  문제 학생, 불량 청소년들에 대한 다양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학부모들에게 심한 말까지 듣게 되는 선생님들이지만 문제 학생들을 좀 더 보듬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교육당국이나 사회도 관심을 높여야 한다. 부모님들의 눈과 귀가 좀 더 빨리 열렸으면 더욱 좋고 말이다.  / 박장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