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새만금과 관련, 두 가지 일을 접했다. 하나는 새만금 내부 방수제 공사현장을 목격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방자치단체 중앙분쟁조정위원회가 새만금 1, 2호 방조제 귀속자치단체를 결정한 일이다.

 자전거 여행차 부안군동진면에 있는 문포에 도착했는데 동진강변을 따라 포장도로가 나 있었다. 출입구를 찾아 도로에 올라가 보니 동진대교 쪽에서 계화도 방향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2차선 도로였다. 곳곳에 방수제공사 동진구간이란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김제시 진봉면에 있는 심포항에는 김제 쪽과 연결되는 방수제 공사를 총괄하는 현장사무소가 자리하고 있었다. 만경강 건너 군산 쪽에서도 방수제공사가 진행되는 장면을 바라볼 수 있었다.

박장우 언론인  *박장우님은 전북일보에서 84년에 기자 생활을 시작해 전라일보 및 전북매일 편집국장을 역임했다.

  지난주 초, 행정자치부는 중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중분위)를 열어 새만금 1호 방조제(4.7km)는 부안군으로, 그리고 2호 방조제(9.9km)는 김제시로 귀속지를 결정했다. 이에 대해 해상경계선상 지분이 없는 김제시는 전폭 환영한다는 전언이고 2호방조제의 귀속을 당연시 했던 군산과 그리고 기대감을 갖고 있던 부안은 강력 반발하며 대법원에 제소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지방자치단체간 행정구역 분쟁조정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일 것 같다. 특히 기존의 해안선과 해상경계선 비율이 각각 다르고 새만금과 같이 내부공간이 국가 소유인 공유수면일 경우 더욱 그럴 것 같다. 군산시 쪽으로서는 해상경계선을 기준으로 내부구역을 나눌 경우 약 70% 정도가 자신들의 것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다. 반면 기존 해안선이 긴 부안군 쪽은 해안선을 기준으로 행정구역이 나누어지길 고대할 것 같다. 자신들이 1, 2호 방조제 귀속지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인 듯 싶기도 하다.

  새만금간척지구의 지방자치단체간 갈등을 염려한 때문인지 새만금 공사 초기에는 단일 행정권역론이 힘을 얻기도 했었다. 가칭 ‘새만금시’와 같이 하나의 지방자치단체로 독립시키자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방조제가 완성 단계에 들어가면서 그런 주장은 모조리 수그러들고 말았다. 이해관계 지역 주민들의 욕심이 갈수록 첨예화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새만금은 관계 지방자치단체간 땅따먹기 전쟁터가 된 듯한 분위기다. 새만금 1호방조제 종착지이고 2호방조제 시발점이기도 한 가력도는 1호 방조제 착공 당시 행정구역이 부안군변산면대항리에 속해 있었다. 그런데 방조제가 완성되면서 군산시 쪽에서 가력도를 자신들의 관할구역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모양이다. 일부 포털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지도에는 가력도 주소로 군산과 부안이 같이 나와 있을 정도다.

  중분위는 이번 새만금 1, 2호 방조제 귀속 지방자치단체를 결정하면서 효율적인 국토이용, 주민 편의성 등 구구한 이유를 들었지만 지형학적 고려도 적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새만금방조제를 쌓고 배수갑문을 닫으면서 수위가 낮아지자 수면 아래 땅들이 물 밖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크게 세 방향이지 않았는가 싶다. 군산쪽과 부안쪽 그리고 만경강과 동진강에 의해 형성된 중간부분으로 말이다. 그리고 지금의 방수제 공사는 물 위로 나타난 땅을 만경강과 동진강 물길로부터 격리 보호하는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닐까 한다.

  우리나라 전 국토를 백두대간과 호남정맥, 금남정맥 등 15개 산줄기로 구성한 조선시대 『산경표』의 저자인 신경준선생은 “물은 산을 넘지 못한다”는 지리학적 명제를 제시했다. 그리고 전국의 어느 곳에서나 물에 의해 끊어지지 않는 산의 흐름(지맥)을 따라가면 정맥과 대간을 통해 백두산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에 있어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구역을 구분하는 중요 기준 중 하나는 산줄기이고 물길이다. 그리고 지금의 군산과 김제는 만경강, 김제와 부안은 동진강에 의해 각각 나눠지고 있다.

  또한 새만금 내부에도 그런 산의 흐름이나 물길이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점이다. 만경강수계, 동진강수계 그리고 김제진봉에서의 땅(산) 흐름으로...그리고 중분위도 이런 점을 고려해서 2호 방조제의 귀속지를 결정하지 않았는가  추측해보는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대박도, 쪽박도 아닐 것이고 말이다. / 박장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