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전주시 송천동에 있는 오송제옆 편백나무숲에서는 전주시립교향악단, 시립합창단이 출연하는 가을음악회가 열렸다.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바람이 불어오는 곳, 옛 님, 10월의 어느 멋진 날 등 열두 곡의 멋진 선율과 화음이 시민들에게 선사됐다.

  오송제 편백나무숲 음악회는 몇 년째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일종의 동네음악회다. 요즘은 널리 알려져 인근지역에서도 많은 시민들이 찾는다. 편백나무숲의 맑은 공기는 물론 오송제 주변의 가을정취도 감상할 수 있다.

박장우 언론인  *박장우님은 전북일보에서 84년에 기자 생활을 시작해 전라일보 및 전북매일 편집국장을 역임했다.

  편백나무숲 음악회는 송천1동 오송제지킴이가 주최하고 있는데 자연 생태계를 잘 보존하고 있는 오송제저수지를 보호하기 위해 결성된 모임이다.

  오송제는 덕진체련공원구역에 위치하고 있는데 인근까지 아파트가 들어서고 소리문화전당에서 옛 35사단자리로 이어지는 도로개설도 예정돼 있는 지역이다. 지킴이가 아니었으면 오송제는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요즘 인기 있는 가을노래는 연령별로 다양한 것 같다. 인터넷에 소개된 가을노래만 해도 30곡, 50곡을 헤아린다. 네이버에서 추천하는 가을노래 10곡 중 이문세의 ‘가을이 오면’이 첫 번째로 올라와있다. 가을 노래는 역시 나이 든 사람이 불러야 제격 아닌가 싶기도 했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고 풍요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가을을 대표하는 노래들은 대부분 허전함이나 쓸쓸함이 가득한 것 같다. 아마도 한해의 마지막 계절로서 일년동안 정들었던 것들과의 헤어짐 때문 아닐까 싶기도 하다.

  재미있는 것은 겨울은 죽음과 암흑의 계절이면서도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계절로 표현된다. 가을이 상대적으로 더욱 쓸쓸해지는 느낌을 덜지 못하게 하는 이유다. 해지는 가을 들녘, 가을걷이 뒤의 텅 빈 공간을 바라보면 누구나 슬픈 시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시인 윤동주의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은 많은 사람들에게 또 다른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열심히 살았느냐고,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었느냐고...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꾸고, 내 마음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놓은 좋은 말과 좋은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야겠습니다」

  윤동주의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후회로 마감했을 듯한 한해의 막바지를 새로운 출발로 승화시키고 있다는 점 아닐까 싶다.

  내장산 단풍이 10월말과 11월초가 절정기가 될 것이라고 한다. 지리산은 절정기가 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전주시내 가로수에도 단풍이 빠른 속도로 내려앉고 있다.

  전주천과 삼천에는 무성한 억새가 시민들을 유혹한다. 억새는 장안산이나 만복대 억새가 유명한데 물가에서 자라는 전주천 억새만큼 아름답지는 않는 것 같다. 산에서 자라는 억새는 영양이 부실한 탓인지 키가 작고 거칠다. 물가 억새는 지금이 최절정기인데 목도 길고 윤기가 흐를 정도로 탱탬함을 자랑한다.

  오는 11월1일까지 전라북도 가을관광주간이다. 「전북의 아름다운 길따라 달팽이여행」「올가을 소중한 사람과 떠나는 관광주간」이란 안내문구와 함께 검색할 인터넷 주소도 (www gojb.net)소개돼 있다. 도내 시군의 대표 관광지 1곳씩 나와 있는데  덕진공원이나 광한루원, 태권도공원과 같이 시민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아무 부담 없이 한번쯤 일상을 떠나 자연과 함께 해보라는 권유 아닐까 싶다.

  기업체들도 가을을 맞아 직원들의 가족동반 여행을 적극 권장한다. 어떤 기업체는 가을철 템플스테이도 마련한다. 1박2일 일정으로 떠나는 것인데 「나를 위한 행복여행」이라고 부른다. 자기 안에 있는 행복을 찾는 발걸음인 셈이다.

  ‘용서하는 것은 좋으나 잊어버리는 것은 더 좋다’는 말이 있다. 혹시 올 한해, 용서하고  잊어버리고 싶은 것이 있다면 「가을관광」 편으로 떠나보내도 좋지 않을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