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청 옆에 있는 대한방직 부지. 서부신시가지가 활성화되면서 이 낡은 공장 부지는 노른자위가 됐다. 주변처럼 상업용지나 주거용지로 용도 전환될 경우 막말로 ‘노가 나는 땅‘이 된다.

대한방직이 최근 이 공장부지 매각 절차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 “대한방직이 쇼를 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대한방직이 실제 매각 의사는 없으면서 주가 반등을 위해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설마... 대한방직이라면 그래도 향토기업에 나름 대기업인데 그런 일을...”

그런데 실제로 대한방직 부지 매각설이 나온 이후 주가는 요동치고 있다.

대한방직 주가는 8월 18일 12만3천원에서 빠지기 시작해 21일 5만4천900원으로 급락했다. 이후 26일 전주공장 부지 매각을 위한 공개경쟁 입찰이 공시되면서 상승세를 타 닷새 뒤인 31일에는 13만5천원까지 올랐다. 실제로 매각 공시를 전후한 열흘 사이에 3배 가까이 튄 것이다.

대한방직 주가는 2011년부터 2015년말까지 1만원-3만원대를 오갔다. 투자자들의 별 관심을 끌지 못했다. 2015년 들어서도 4만원대에서 서서히 상승해 2월초 처음으로 5만원대에 올라섰다. 공장부지 매각설이 작용한 덕으로 보인다. 이후 꾸준히 상승해 7월2일 15만원대로 정점을 찍은 뒤 하강했다.

이후 공장부지 매각이 공시되면서 다시 반등하다가 최근에는 ‘쇼’라는 소문이 확산되고, 전북도와 전주시가 개발에 부정적인 입장을 발표하고, 결국 개발이 제한될 것이라는 관측이 돌면서 10월20일 7만1-2천원대를 오가고 있다.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 사진 중앙 전라북도청 북측 녹지 지역. / '다음 지도'에서 따옴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는 21만6000㎡(6만5454평 상당)의 방대한 면적이다. 대단위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이다. 서부 신시가지 개발 당시인 2002년에는 공시지가가 329억원이었으나 현재는 공시지가만 1천262억원이다. 13년만에 933억원이나 오른 것이다.

더욱이 지난 9월25일 부지 매각 입찰 결과 2005억원을 입찰한 한양컨소시엄(주식회사 한양제이알디)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해 MOU를 체결했다. 차순위 및 예비 우선협상대상자로는 (주)부영주택이 선정됐다. 이 부지를 탐내는 업체들을 보면 상업용이나 주거용이 목적임을 짐작할 수 있다.

내가 보기엔 대한방직은 ‘쇼’가 아니라 ‘손해 볼 일없는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부지 매각 자체와는 별개로, 부지 매각을 추진하는 것만으로도 얻는 이익이 크다. 주가 상승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기업으로서는 큰 소득을 얻은 셈이다. 매각이 성사되면 막대한 차익을 얻지만 성사되지 않아도 잃을 것은 없다. 땅이 살아 있고, 소유권은 여전하니...

현재 공장 부지에 전북도의 소유가 일부 포함돼 있고, 전주시가 몇 가지 단서를 달아 개발을 제한한다고 하지만 행정력도 한계가 있다. 과도하게 제한해 행정 소송이라도 걸고 들어오면 결과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행정 기관도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서부신시가지 개발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2002년 당시, 나는 신문사에서 전주시정을 담당했다. 당시 대한방직은 공장 부지를 서부신시가지 사업구역에서 제외시키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노력했다. ‘제척’이라는 생소한 단어도 처음 알았다. 환지 방식이어서 사업 지구 안에 포함되면 공장 부지를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대한방직은 ‘생산시설’이라는 점을 들어 사업지구에서 제척해 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당시만 해도 사회적으로 생산이 주도하는 시기라, 명분으로도 그게 먹혔다. 결국 대한방직의 뜻이 받아들여져 서부신시가지 개발 지구는 대한방직을 빼고 지정 고시됐다. 그래서 개발 계획도를 보면 그 자리만 이빨 빠진 자리처럼 빠져 있다.

당시는 대한방직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때만 해도 서부신시가지 사업이 추진될 것이라고 누구도 확신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불명확한 사업 앞에서 ‘죽기 살기’로 방어하는 대한방직의 뜻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 때도 의구심이 들긴 했지만 기업가 정신으로 받아들였다.

서부 신시가지가 불야성을 이루면서 대한방직이 왜 그토록 사생결단 하듯 ‘제척’하려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이같은 생각은 최근 구체화됐다. 이미 노른자위 땅이 돼 있고, 지가는 크게 뛰었다. 시민들의 비난 여론을 불구하고 공장 부지를 지켜냄으로써 막대한 이득을 얻었다.

"아니 그렇다면... 이번에도...? 설마...???”  / 강찬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