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님들 모시고 언론사 인사 다니기 힘들어 죽겠어요. 기관 인사 같은 거 이뤄진 뒤에... 그거 좀 개선해 줘요.”

기자 출신 몇몇이 술 한 잔 하는 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그는 기자 생활을 적지 않게 했다. 지금은 진로를 틀어 지자체에서 홍보 전담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선거 당선자나 단체장, 기관장, 그리고 고위 간부들이 언론사에 인사 다니는 것에 대한 얘기다.

“누구를 모시고 언론사 인사 다니려면 1주일이 걸려요. 언론사가 많다 보니 그렇고... 시간을 조정하는 것도 어렵고... 인사가 이뤄지고 나면 그게 가장 먼저 하는 일이라니까요. 업무 파악 같은 거는 신경도 못써요. 그러면서 업무 파악 않는다고 까요” (*‘깐다’는 말은 부정적 기사를 쓴다는 의미로 기자들 사이에 쓰는 은어)

“설마... 언론사 인사 다니는 데 1주일이나 걸려요...?”

나도 기자 시절에는 기관장이나 간부들이 인사 오는 데에 익숙해 있었다. 선거 입후보자나 선거 이후 당선자, 지자체 단체장, 기관장, 그리고 지자체 고위 간부들은 언론사 인사가 관행적으로 이어졌다. 언론 관계자 입장에서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 인사 당사자들에게는 큰 부담이 되는 모양이다.

“홍보 담당자 입장에서는 누가 새로 부임하거나 인사가 이뤄지면 언론사 인사 다니는 게 제일 큰 일이예요. 언론사 숫자가 많고 여기 저기 흩어져 있어서 스케줄 짜는 게 죽을 일이여요. 기자들 있는 시간에, 또 가는 김에 언론사 대표와 간부들도 만나야 하고... 그걸 맞춰서 시간을 잡아야 하는데 이게 여간 복잡한 일이 아녀요.”

전북에는 현재 방송사와 통신사, 신문사가 20개가 넘는다. 공중파 방송사가 TV와 라디오 합해 4곳, 주요 통신사가 3-4곳이다. 일간 신문사는 현재 14곳에서 1곳이 등록 신청을 했다고 한다. 20곳이 넘는 언론사를 순회하려면 그럴 만도 하겠다 싶었다.

그는 “언론사는 스케줄 잡기도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일일이 연락해서 상대방 스케줄을 파악해서 퍼즐 맞추듯이 시간과 동선을 안배해야 그나마 효율적으로 인사를 다닌다는 것이다. 언론사는 대부분 오전 시간에는 취재 기자들이 출입처나 현장에 나가 사무실에 없다. 오후가 돼야 비로소 사무실에 사람이 있다.

줄 잡아도 하루에 서너 곳 이상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면 인사만 하고 나올 수도 없다. 기자들 만나 일일이 인사하고, 보도국이나 편집국 간부들과 얘기 나누고, 또 회사 대표나 간부들을 만나 차라도 한 잔 해야 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시간이 계획보다 늦어지는 것도 당연하다.

 30년전 독재 정권 시절 얘기지만 그 때는 신문도 ‘1도 1사’ 체제였으니 인사 다니는 것이 큰 부담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당시 인사 관행은 ‘촌지‘라는 것과도 맞물려 있었다. 언론사가 적던 시절에 만들어진 관행이 지금까지 굳어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와 환경이 달라졌다. 언론사에 ‘촌지’ 들고 인사 다니던 상황도 오래 전에 끝났다. 그런 관행을 지금까지 이어온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시대에 맞게 관행도 변해야 한다. 하물며 검은 관행이라면 새로운 세상에서는 당연히 타파해야 옳다.

예전처럼 얼굴을 봐야만 소통이 가능하던 시절도 아니고, 각종 언론 매체와 미디어 도구를 통해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 기관장의 소신과 다짐도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이런 상황에서 구태여 시간과 행정력을 낭비하면서까지 인사를 다녀야 하는가...? 더욱이 적지 않은 기름까지 길바닥에 흘리면서...

지자체나 기관에서는 이를 철폐하자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언론사는 여전히 멀고 어렵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누가 나서서 언론사 인사 다니지 말자고 앞장서겠는가? 어렵게 오른 자리, 말 한마디 잘못해서 무너질 수도 있는데...

언론사가 이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언론사나 기자들이 앞장서 외부인들의 인사 방문을 거부하는 것은 어떨까...? 그 시간에 열심히 일해서 보답하라고... 내가 생각하기에는 모두가 환영할 일인 거 같은데...  / 강찬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