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용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노자의 말씀이 생각나게 하는 일화 하나가 전해진다.

  「조금 깨어져 금이 가고 오래 된, 못생긴 물항아리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 항아리의 주인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깨어진 항아리를 버리지 않고 온전한 물항아리와 똑같이 아끼며 사용했더랍니다.

  어느 날 너무 미안하다고 느낀 깨어진 물항아리가 주인께 물었습니다. “어찌하여 저를 버리고 새로운 온전한 항아리로 바꾸지 않으십니까. 저는 별로 소용 가치가 없는 물건인데요”

  주인은 그의 물음에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 물항아리를 지고 계속 집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길을 지나면서 조용하고 부드럽게 말했습니다.

  “애야 우리가 걸어온 길을 보아라 ”

  그제야 물항아리는 그들이 늘 물을 길어 집으로 걸어오던 길을 보았습니다. 길가에는 예쁜 꽃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듯 싱싱하게 피어 있었습니다.

  “주인님 어떻게 이 산골 길가에 이렇게 예쁜 꽃들이 피어 있을까요”

  주인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메마른 산 길가에서 너의 깨어진 틈으로 새어나온 물을 먹고 자란 꽃들이란다”.」

  성경 룻기에는 이런 이야기도 전한다.

  「나오미가 그의 며느리 모압 여인 룻과 함께 베들레헴으로 돌아왔는데 보리 추수를 시작할 때이더라. 룻이 보리 베는 자를 따라서 밭에서 이삭을 줍는데 우연히 엘리멜렉의 친족 보아스에게 속한 밭이었더라.

  보아스가 룻에게 이르되 “내 딸아 들으라 이삭을 주우러 다른 밭으로 가지 말라 여기서 떠나지 말고 나의 소녀들과 함께 있으라”

  룻이 이삭을 주우러 일어날 때에 보아스가 자기 소년들에게 명령하여 이르되 그에게 곡식 단 사이에서 줍게 하고 책망하지 말며 또 그를 위하여 곡식 다발에서 조금씩 뽑아 버려서 그에게 줍게 하고 꾸짖지 말라 하니라.

  룻이 밭에서 저녁까지 줍고 그 주운 것을 떠니 보리가 한 에바쯤 되는지라 그것을 가지고 성읍에 들어가서 시어머니에게 그 주은 것을 보이고...」

  옛날 이스라엘 부자들은 과부 등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땅에 떨어진 곡식은 줍지 않는 풍속이 있었다고 한다. 모압 여인 룻은 후에 보아스와 결혼, 오벳을 낳게 되는데 다윗의 할아버지다.

  말레이시아 산다칸의 터틀아일랜드는 바다거북이 알을 낳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하루에도 수십 마리의 바다거북이 모래 해변을 기어올라 모래 속에 알을 낳고 다시 바다로 돌아가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때 바다 속에는 수십마리의 뱀상어가 나타난다. 알을 낳고 힘이 빠져 바다로 돌아오는 바다거북을 잡아먹기 위해서다. 다 자라면 등 지름이 1.5m에 평균 몸무게가 300kg에 달하는 바다거북도 본능적으로 위기를 느끼고 뱀상어를 따돌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도피를 시도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뱀상어들이 바다거북 한 마리를 잡으면 서로 돌아가면서 다 먹어치우기 전에는 다른 바다거북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실제 바다거북들은 동료가 희생당하는 순간, 바다 멀리 도망칠 수 있다는 것이다. 뱀상어들도 그게 자신의 먹을거리를 오래 보존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을 깨닫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10월1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되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소상인들은 “정부가 골목상권 죽이기에 앞장서고 있다”고 비난한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편의점 등 대형 유통업체들의 대규모 할인행사에 고객들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2백여개 전통시장이 참여하고 있지만 파리만 날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상권은 2만5천여 개를 넘어선 대형 유통업체들의 수중으로 넘어가다 시피했다. 숫자적으로는 소상인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매출 면에서는 대형업체를 따라가지 못한다. 그리고 대형업체들의 독식 탐욕은 그칠 줄 모르는 게 우리나라다.

  이번 정부 주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 기업들의 재고물품 할인행사를 본 딴 것인데 매년 정례화할 계획이라 한다. 그런 정부 차원의 행사에 소상인들이 철저하게 소외당했다며 아우성인 것이다. 정부 행사에는 소외자가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돼야 한다. 그게 ‘깨어진 항아리’의 지혜 아닐까 싶다.  / 박장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