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 들판을 가르는 뿌연 흔적을 따라 집으로 오는 길. 열세살짜리 중학생은 혼자서 자전거를 따르릉 거리며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무서웠습니다. 시커먼 혀가 날름거리는 야산을 지나, 바람 소리도 없는 적막한 텅 빈 들판. 살 속까지 파고드는 공포를 잊기 위해 그 어린 것이 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노래하는 것 뿐이었습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말년의 기자 생활은 그 컴컴한 하교 길이었습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언론 환경도 척박해졌기 때문입니다. 지켜주는 이 없는 그 텅 빈 길위에 서서... 세상과 더불어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세상과 유리된 그 터널 안에서... 

강찬구 전북포스트 발행인

햇살 따사로운 아침에 출발한 여정은 초록빛 물결로 넘실거렸습니다. 낮시간 내내 훈풍이 불어 행복했습니다. 평생 이런 길이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는 당연하게... 그러던 그 길에 갑자기 어두운 구름이 몰려들고, 어느새 석양이 내리고, 그러다 달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어둠에 싸였습니다.

세상 사람들과 유리된 어둠. 처음에는 곧 터널이 끝날 거라고 믿었습니다. 이 터널을 지나면 봄날 따스한 햇살이 맞아줄 거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터널은 계속됐습니다. 마음속 기대는 희미해지고, 대신 관성과 타성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무작정 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번 잠들면 깨어날 수 없을 것 같아 쉴 수도 없었습니다. 이 굴 속을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조바심만 컸습니다. 보이지 않는 앞을 향해 걷는 것만이 사는 길이었습니다. 터널 끝은 암담하고, 뒤돌아 가기엔 너무 멀리 왔습니다.

그 어둠 속에서 빛을 하나 찾았습니다. 체념이 체화될 즈음... 암흑을 뚫고 흘러 들어오는 빛줄기. 실낱같은 희망이 보였습니다. 눈에 생기가 돌고,  무기력한 다리에도 힘이 붙었습니다. 내가 출발했던 곳. 그 봄날이 저 벽 너머에 있다는 기대가 살아났습니다. 체념의 바닥에서 그 풀잎 같은 가는 빛을 잡았습니다. 

달리 당도가 없었을 겁니다. 그 어두운 들판 길에서 소리를 불러 공포를 이겨낸 것처럼... 그 빛을 따라 잠시 길을 멈추고, 그 틈을 헤치기 시작했습니다. 달리 가진 게 없으니 맨손으로 덤볐겠지요. 아파도 행복했습니다. 빛을 발견했으니까요.

지난 1년이 제게는 모두 새로운 날이었습니다. 내일을 향한 보람이었고, 지나간 봄날을 되돌리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찾은 한줄기 빛은 봄 햇살 만큼이나 찬란했고, 그 틈으로 흘러 들어온 바람 하나하나는 제 몸에 훈기가 됐습니다. 어둠의 공포도 물러가고 있습니다. 봄날을 되돌릴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작은 빛이어도 제 뒤를 따라오는 후배들에게는 희망이 될 거라 믿습니다.

‘전북포스트’는 아직 미완입니다. 아이로 치면 아장아장 걸음마 수준. 하지만 한번 무너진 벽은 쉽게 바스러집니다. 제가 이렇게 두드리고, 파헤치다 보면 나중에는 길이 되겠지요. 세상으로 나가는 길, 빛으로 어둠을 물리치는 통로. ‘해보니 되더라.’는 소중한 경험을 갖고, 더욱 열심히 할 겁니다. 그래서 희망의 길로 만들 겁니다.

저는 혼자가 아니고, ‘전북포스트’ 또한 저만의 것이 아닙니다. '전북포스트'는 처음부터 플랫폼이 될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들마다 가슴 가득 꿈을 안고 기차에 오르고, 그 꿈을 손에 쥐고 내리는 곳. 꿈을 찾는 동안 잠시 쉬어가고, 거기서도 꿈을 가꾸는... 꿈의 공장이 될 것입니다. 기차도, 승객도 모두 여러분입니다. 여러분이 주인입니다. 가슴 저리게 감사합니다.  / 강찬구 전북포스트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