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친구들 모임에서 듣게 된 말이다. 김완주 전지사 시절, 밤 9-10시까지 야간근무를 해대느라 모임에도 잘 나오지 못했던 친구들도 참석한 자리였는데 한 사업하는 친구가 불쑥 말을 던졌다. “요즘 도청 공무원들 살판났다며...?”.

  송하진 지사 취임 이후 전북도청에서 야근이 사라지고 업무 닦달도 줄었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인 듯싶었는데 일부에서는 심한 말까지 튀어나왔다. 그러자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한 친구가 이렇게 정리했다.

  “김지사 시절의 도청 공무원들 업무 수행 고통지수가 9-10이었다면 지금의 고통지수는 5-6쯤으로 보면 된다”

박장우 언론인  *박장우님은 전북일보에서 84년에 기자 생활을 시작해 전라일보 및 전북매일 편집국장을 역임했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접해본 김완주, 송하진 두 전현직 지사의 업무 스타일이나 리더십은 좀 달랐지 않나 싶다.

  먼저 김완주 전지사는 성격상 모든 일을 자신이 직접 장악하고 진두지휘하지 않으면 안됐던 것 같다. 독재형 리더십이고 강압적 업무 스타일이 아닐 수 없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는 김 전지사가 처음으로 전주시장에 취임했을 때 일인데, 전주시청 공무원들에게 돌아가면서 청사 정문에서 방문객 안내 도우미를 하도록 했다.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고객들에게 꾸벅 인사하면서 “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하는 알바처럼 말이다. 아마 한가할 듯한 공무원들의 정신자세를 다잡기 위한 의도도 없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송하진 지사는 가까이에서 지내본 경험이 적어 기억하는 일도 많지 않다. 송지사는 지난 90년대 도청 경제과장을 역임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그는 이런 말을 했다. “경제는 흘러가는 대로 놔둬야 한다. 괜스레 잘못 건드렸다간 부작용만 더 많아질 수도 있다”. 아주 원론적인 말이다.

  그리고 그동안 전해들은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송하진 지사의 업무스타일은 ‘규정대로’ ‘법대로’ 아닐까 싶다. 일종의 민주형이고 자율적인 리더십으로서 말이다.

  단체장들의 업무 스타일에 대한 대내외 평가는 다분히 상대적이고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김완주, 송하진 전현직 지사와 같이 업무 스타일이나 리더십이 확연히 구분되는 경우에는 더욱 그럴 것 같다. 그래서 야간근무와 같은 예외적인 일을 놓고 비난하는 소리가 나오는 것은 바람직한 일도 아닐 듯싶기도 하다.

  실제 일부 기업체에서는 정시출근 정시퇴근을 강조하곤 한다. L모그룹에서는 한때 「길게 앉아 있다고 일 잘하는 것 아니다」는 슬로건을 내건 적이 있었다. 근무시간에 할일 다하고 제시간에 빨리 나가라는 요구였다.

  한전에서는 지난 90년대 「신나는 한전 살맛나는 한전」을 추구하기도 했다. 열심히 일하고 즐겁게 놀자는 취지였다.

  기업들의 이 같은 운동에는 업무성취도를 높이고자 하는 목적이 있음은 물론이다. 성과만 낼 수 있다면 근무시간이야 구태여 따질 필요가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지난 7월 어느 금요일, 밤 8시 넘어 도청 옆을 지난 적이 있었다. 청사 쪽에서 경쾌한 음악소리가 흘러나와 ‘무슨 일인가’하고 발길이 옮겨졌다. 건물 앞쪽 높다란 무대에서 젊은 여성이 춤인지 체조인지 하고 있었고 그 앞에서는 시민들이 열심히 따라하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시민단체들의 데모가 이어졌던 곳에서 말이다. 간만에 보는 전북도청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했다.  

  송지사가 이끄는 전북도정에 대한 평가는 아직 시기상조이고 적절치 못한 점도 없지 않다. 출범한지 이제 15개월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잘못된 일이 있다 해도 전임 탓으로 돌릴 수도 있는 때이다.

  다만 “도청 공무원들 살판났다”는 도민들의 비아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인 것이다. 물론 이 같은 비난여론은 이미 오래전부터 떠돌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전임지사 시절 ‘고생했다’는 근무 행태 비교에서 생긴 부정적 여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북도정의 성과조차 미진한 쪽으로 흐를 경우 그 비난 강도는 높아질 가능성도 더욱 커지고 있고 말이다. 한옥마을 같은 대박사업이 간절한 시점인지도 모르겠다.  / 박장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