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단체장이나 국회의원의 이름을 알고 있는가? 자기가 선거로 뽑은 단체장이나 정치인의 이름을 기억해내지 못한다면 당신도 ‘묻지마’ 선거를 했을 개연성이 크다. 정치적 지역주의가 강한 곳에서 단체장 이름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통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나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한국컨설팅산업협회 지자체발전센터가 최근 발표한 광역지자체 주민 공감 조사를 보면 정치인 이름을 아는 것과 선거는 유의성이 있어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 ‘귀하가 살고 있는 지역의 현재 도지사(시장) 이름을 알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모른다’는 답변이 많았던 지역은 경상도와 전라도 등 지역주의 정서가 강한 곳들이었다.

경상북도 김관용 현 지사가 26.4%로 ‘모른다’에 가장 높은 표를 얻었다. 2006년부터 내리 3선을 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 다음은 대구 권영진 시장. 대구시민 24.2%가 시장 이름을 모른다고 했다. 3위는 호남권이다. 전남도민들 가운데 이낙연 도지사의 이름을 모르는 비율이 23.6%로 뒤를 이었다.

전라북도 송하진 도지사와 관련해서는 이름을 모른다는 도민이 14.7%로 비교적 낮았다. 이는 전북의 지역주의 정서에도 불구하고, 송지사가 전주시장을 8년동안이나 한데다 도지사 경선 과정에서 후보 이름이 많이 오르내리면서 인지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모르는 비율이 적은 사람은 제주도 원희룡 도지사 3.5%, 서울 박원순 시장은 4.4%만 몰랐다고 답했다. 전체적으로 평균은 15.6%. 20대의 ‘모른다’는 답변이 평균 20.7%인 반면 50대는 10.3%에 그쳐 선거 참여와도 연계성이 있어 보인다.

이번 조사 결과는 영남과 호남지역에서 선거 때마다 인물보다는 후보자 번호만 보고 지자체장을 뽑는 경향이 확인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경상도는 무조건 1번, 전라도는 무조건 2번’ 하는 식의 투표가 이뤄졌다는 반증이다.

이처럼 경상도와 전라도에서 광역단체장의 이름을 모르는 비율이 높다는 것은 곧 ‘묻지마’ 투표가 이뤄졌을 개연성이 크고, 이는 정치 무관심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번 조사는 컨설팅산업협회가 여론조사 기관인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 9월4일부터 11일까지 20-50대 경제인구 남녀 3천956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조사한 것이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1.56%포인트. 전북 조사 대상은 전체의 5.3%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전북 도민들은 송하진 도정 정책에 대해 관심도 크고 지지할 뜻도 높지만 정작 정책 자체는 모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북도의 정책에 도민 43%가 적극 관심을 보이고, 35%가 적극 지지할 의사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전북도의 정책을 안다고 답한 사람은 11%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