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의 통과의례가 된 출판기념회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전북도내 제 19대 국회의원 전원이 출판기념회를 많게는 세 차례까지 가졌다. 출판기념회는 사실상 정치인이나 선거출마자들의 합법적인 정치 자금 마련 창구가 되고 있다. 폐단이 많다는 지적에 따라 폐지 여론이 높지만 결국 열쇠는 국회의원들이 쥐고 있다. 제 스스로 자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최근 국회의원들의 출판기념회 실태 및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2011년부터 2014년7월까지다. 전북도내 11명의 국회의원이 모두 출판기념회를 가졌으며, 전주시 완산구가 지역구인 김윤덕, 이상직의원은 3차례나 열었다. 박민수, 유성엽, 이춘석, 전정희 의원 등 4명이 두 차례이며, 다른 의원들은 한차례씩 열었다.

개인이 책을 내고 출판기념회를 한다는 데야 뭐랄 거 없지만 정치인들이 출판기념회를 정치 자금 모금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데는 문제가 있다. 출판기념회는 정치자금법의 적용을 받지 않거니와 책값 명목의 후원금도 대부분 현금으로 들어오기 때문. 책값은 결혼식 축의금 형태로, 친소관계와 영향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느슨한 선거법에도 문제가 있다. 출판기념회는 공직선거법 제 103조 5항이 유일하다.

<공직선거법 제103조(각종집회 등의 제한) ⑤누구든지 선거일전 90일(선거일전 90일후에 실시사유가 확정된 보궐선거 등에 있어서는 그 선거의 실시사유가 확정된 때)부터 선거일까지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와 관련 있는 저서의 출판기념회를 개최할 수 없다. (신설 2004.3.12.)>

출판기념회가 정치적 영향력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은 이번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산업통상자원, 기획재정, 정무, 교육문화체육관광, 국토교통 등 소위 ‘알짜배기’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다른 상임위에 비해 상대적으로 출판기념회를 많이 개최했다. 또 선거와 국정감사를 앞둔 시점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출판기념회 개최의 속내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더욱이 전북 지역처럼 특정당이 장악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공천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는 지적이다. 지방 선거에서 공천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가운데 공천 대가의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이다. 이에따라 정치의 영향권에 있는 기관이나 공직자, 예비 정치인들은 선거철이면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

출판기념회는 사회적 폐단이 크다. 검은 거래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면 법 개정을 통해 폐지하거나 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국회의원들의 몫이다.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꿩먹고 알먹는’ 출판기념회를 개선하는 것은 쉬워 보이지 않는다. 유권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 출판기념회 개선에 나서야 한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출판기념회가 정치자금법 적용을 받지 않는 등 제도적인 장치가 미비한 점을 틈타 편법적인 정치자금 모금 수단으로 변질됐다.”며 “정치자금법 개정을 통해 선진국과 같이 정치후원금의 시장경제적 접근을 바탕으로 기부행위 등 정치자금 조달에 대하여 폭넓은 자유를 허용하고, 대신 회계보고, 공개범위 등에 대해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