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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혼불의 메아리...심사평 "귀명창이 명창을 만든다"
김미영 기자  |  jjtoro@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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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5.10  15:5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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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명창이 명창을 만든다
 
독후감은 글을 읽고 난 뒤 자기 생각을 다시 글로 적는 매우 독특한 글쓰기 양식이다. 읽기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 그리고 의지를 투입해야 하고, 쓰는 일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냥 읽기만 하거나 쓰기만 하는 것에 비하면 곱절의 투자가 필요한 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혼불문학상 수상작 독후감 공모는, 일반 글쓰기 공모와는 다른 ‘삭힘의 미학’이 드러나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난 한 사람의 생애가 우리가 읽을 수 있는 한 권의 ‘텍스트’라면, 한 생애가 다 끝나야 드러나고 목격되는 혼불은 응축된 ‘콘텍스트’라 할 것이다.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난 뒤 그 책은 독자의 영혼에 어떤 풍경을 남겼는가…. 같은 책을 읽었지만, 그 책이 남긴 인상은 모두에게 다 다르다. 누가 좀 더 자신의 마음에 새겨진 그 인상적인 풍경을 더욱 선명하게 재현하는가, 독후감 심사의 기준은 오직 그것이 될 수밖에 없다. 
심사진은 즐겁게 배우는 마음으로 응모자들이 보내준 한 편, 한 편의 독후감을 소중하게 읽었다. 이 책이 어떤 이에게는 이런 풍경을 그리게 했구나, 살펴보는 일은 흥미진진했다. 
최종적으로 고경자 님이 『독재자 리아민의 삶』을 읽고 쓴 글을 가장 좋은 독후감으로 뽑았다. 고경자 님의 독창적인 분석은 원작에 대한 이해의 수준을 매우 높은 곳으로 끌어올렸다. ‘책’을 통해 작가와 독자, 그리고 생면부지의 독자와 독자들은 이같이 지적 대화를 나눌 수 있음을 증명해 줬다. 마지막까지 심사위원들의 손을 떠나지 않았던 양봉만 님의 글은 『최후의 만찬』에 대한 비평가적 안목으로 쓰였다. 우리 당대 독자들의 눈은 이처럼 예리하고 원작을 통한 세계 이해의 폭은 넓다. 
‘귀명창’이 명창을 만든다는 말을 실감한다. 혼불문학상 수상 작가들에게 이 독후감 공모전은 또 다른 자극과 격려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서로 소통하고 영향을 주고받는 ‘책의 세계’ 속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이 감사하고 아름답다. 
/ 김병용(소설가, 전 백제예술대 교수) 
 
독후감을 쓰는 일은 한 권의 책을 읽은 독자가 한 편의 글을 쓰는 작가로 탄생하는 독특한 형식의 경험이다. 그런 까닭에 독후감은 독자로서의 감각이 탁월하게 드러나는 글이 있는가 하면, 글쓴이로서의 개성이 눈에 띄는 글도 있다. 문제는 두 경우를 모두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점이다. 성실하게 독해하고 감상해 낸 것을 장점으로 삼고 있는 독후감의 경우 그 내용을 창조적 쓰기로 연계한 글이 드물었고, 반대로 자기 사유의 다양함을 보여주는 독후감에서 섬세한 책 읽기의 흔적을 발견하기 어려운 경우도 더러 있었다. 이런 점이 독후감 쓰기의 어려움이 아닐까 한다.
올해 독후감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들은 적어도 이러한 한계를 극복한 작품이다. 글쓴이들은 읽고 쓰는 활동을 유기적으로 연계할 줄 알았다. 전문적인 서평가 수준을 상회하는 작품도 많았다. 작품의 행간에 꽁꽁 숨어 있는 비밀까지 눈썰미 있게 밝혀낼 줄 아는 응모작들을 읽으며 무릎을 서너 번 쳐 대기도 했다. 작품이 독자의 빛나는 독서 활동에서 최종적으로 완성된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단순히 대상 작품을 요약한 글,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엉뚱하게 상상해 낸 글, 작품의 규모를 넘어서는 글쓴이의 자유분방한 사유와 상상을 그러낸 글은 일찌감치 논의에서 제외했다. 반면에 글쓴이의 읽고 쓰는 능력이 한 편의 글을 통해 생명을 얻어 낸 독후감들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독후감도 그 자체로 하나의 창작품이라는 점에서 자기 완결성을 눈여겨본 것이다. 수상을 한 분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다. 
/ 문신(문학평론가,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쓰는 자(작가)의 수고가 만만치 않음을 알지만 읽는 자(독자)의 수고 또한 그 못지않음을 생각한다. 쓰는 자가 세계에 대한 비의를 여러 문학적 장치 아래 깔아 두고 있다면 읽는 자는 그것들을 들춰 가며 숨바꼭질하듯 공들여 찾아 나간다. 거기에 더해 읽는 자는 자신의 솜씨로 작품을 재가공하는 단계에 이르게 되니 그 수고를 어찌 가볍다 하겠는가. 제3회 ‘혼불의 메아리’ 공모전에 참여한 독자들의 독서에는 책 읽기의 수고가 고스란하여 경외감을 불러일으켰다.
독후감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독후감을 정의하라고 할 때 선뜻 입을 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것이 시사하는 바는 독후감을 쓰는 행위가 스스로 독후감에 대해 고뇌하며 정의해 가는 과정이란 사실일 것이다. 이번 공모전에 참여한 분들은 그러한 수고를 기꺼이 감당한 사람들로 독후감이 결코 번외의 장르가 아님을 그 수준으로 웅변하고 있었다.
물론 개중에는 원작을 요약하는 데 지면을 할애하거나 타인의 시선을 빌려 작품을 읽은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독자는 원작에 대한 이해를 넘어 인식의 지평을 확대해 가거나 삶의 지향을 찾아내려는 독서 본연의 취지를 훌륭히 성취하고 있었다. 이러한 독자들 앞에서 작가들은 더욱더 푸르게 날을 벼리며 옷깃을 여미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새삼 세상의 모든 독자에게 예를 갖추고 싶다. 
/ 이광재(소설가, 제5회 혼불문학상 수상)
 
한 명의 작가로 독자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그리 기쁘기만 한 일은 아니다. 때론 쓴소리를 듣기도 하고 때론 몰이해의 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 작가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작품을 쓴 작가와 작품을 읽는 독자의 세계는 엄연히 다르며, 설사 어떤 부분적 이해와 공감이 이루어진다 해도 그 또한 독립된 범주의 세계라는 생각이다. 특히 『독재자 리아민의 다른 삶』은 소설 안과 밖의 세계가 여러 갈래로 분화되어 해석 가능한 작품인 만큼, 작자 스스로 한 명의 작가가 되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 나간 독후감들이 더욱 눈에 띄었다. 
고경자의 <우리가 잃어버린 것에 관하여>는 주요 인물들이 빛나는 지위를 획득한 대신 무엇을 잃었는가를 고찰하는 과정에서, 이를 사회적 구도로 한정하지 않고 개인의 인생과 관계로 연계하여 소설의 세계관과 가치를 더욱 확장해 주었다. 또한 작자의 독자적 의견을 효율적으로 제시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매우 인상적이어서 독후감 자체로서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김나민의 <욕망의 다른 이름>은 작품 속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인물들을 해석해 나감으로써 작품이 숨겨둔 함의적 가치를 추출하는 실력이 뛰어났으며, 작품에서의 여성에 대한 시각을 고찰하는 과정이 예리했다. 신지영의 <청자라는 이름의 작가>는 작품의 세세한 내용을 나열하지 않고도 작품 속의 화자와 인물들을 꿰뚫는 시각이 흥미로웠다. 특히 때론 작가가 듣는 이야기를 선택하지 못하고 ‘들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기도 하다는 것, ‘특별한 독자 ’정율리를 잃음으로써 작가의 위치를 잃는다는 관계 해석은 독후감에서만 볼 수 있는 묘미라는 생각이다. 
/ 김소윤(소설가,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
 
○심사위원 명단 (가나다 순)
  • 김도수(시인, 수필가, 최명희문학관 상주작가)
  • 김미영(문학박사, 전북대 강의전담교수)
  • 김병용(문학박사, 전 백제예술대 교수, 혼불평론상 수상)
  • 김소윤(소설가,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
  • 문신(교육학박사, 문학평론가, 우석대 문창과 교수)
  • 이광재(소설가, 혼불문학상 수상)
  • 정혜인(교정교열가)
  • 최기우(극작가, 전주대 한국어문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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