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Rhône)강을 따라 있는 아비뇽(Avignon)은 프로방스(Provence)지방의 시작을 알리는 도시다.

우리에겐 교황의 "아비뇽 유수"와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을 떠올리게 하지만, 유감스럽게 피카소의 아비뇽은 "이 아비뇽이 아닌가벼!" (거긴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아비뇽거리란다.)

중세에 세워진 도시치고는 인구가 그리 많지 않아도 꽤 활기가 넘치는 게, 전날의 역사만 있지 현재는 허물어지고, 미래는 보이지 않는 도시들 특히 비비에(Vivier)를 보고 와선지 무척 반가웠다.

Wine 'Chateauneuf du Pape'(샤또뇌프 뒤 빠쁘-직역하면 '교황의 새 성(城)의 술')가 건재하는 한 아비뇽은 무사하리라!

*아비뇽 유수

프랑스 왕이 교황청을 남프랑스의 아비뇽으로 옮겨 교황을 프랑스왕의 지배 아래 두었던 1309년부터 1377년까지를 말한다. 프랑스의 필립 4세는 교황 보니파키우스 8세와 대립했고, 그는 삼부회를 소집해 지지를 받고 교황에게 도전해 승리한다. 교황은 패배 직후 사망하였고, 그 후 프랑스인이 계승해 교황청을 아비뇽에 두게 되었다.

교황들이 아비뇽에 거주했던 약 70년간을 교황의 아비뇽 유수(幽囚)라고 부른다. 이리하여 교황권은 크게 약화됐으며, 아비뇽의 교황들은 프랑스 왕의 영향하에서 프랑스에 의존하는 형편이었다. 이후 로마와 아비뇽에 2명의 교황이 분립하게 되는 교회의 대분열로 이어지면서 교황권을 더욱 쇠약해지게 되었다.

Pont Saint- Bénézet (일명 아비뇽 다리). 아비뇽 존재의 이유가 된 다리. 12세기 유일하게 론강을 가로질렀던 이 다리 때문에 사람들이 아비뇽에 올 수 밖에 없었다니 얘기 끝난거다. 양치는 소년에게 예수님이 현몽하셔서 거기에 다리를 놓으라고 계시하셨고, 양치기소년은 거짓말쟁이가 될 뻔하였으나 엄청난 괴력이 생겨 큰 바윗돌을 들어 강에 던짐으로써 진정성을 인정받아 그곳에 다리가 생겼고, 그가 죽은 후에 그를 기리는 작은 채플이 다리 위에 지어졌다는 전설이....

강을 따라 5km나 되는 성벽이 도시(교황청)을 보호하고 있는데, 실제로 론강이 범람하면 이 성벽이 도시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단다.

'Palais des Papes' (빨래 데 빠쁘-교황청)  1309년부터 1377년까지 교황청이 로마에서 아비뇽으로 옮겨 7대에 걸쳐 프랑스 출신 교황들이 등극하였다가 다시 로마로 옮기며 모든 가구와 집기들까지 다 들고 가셨는지 안엔 아무것도 없고 건물만 남아 있다. 모든 상상력을 동원해야 하는 참 불친절한 관람이었다. 짝퉁이라도 좀 채워 놓으시지... 쩝

교황청에서 미술시간을 갖고 있는 복터진 아비뇽 초딩들! 둘러보니 눈에 띄게 재능있는 애는 안보였고, 특히 맨 앞 파란옷 입은 애는 한심했다. 미안! 넌 그냥 공부해야겠더라.

교황청 벽에 새겨진 상형문자. 뭐 별 숨겨진 의미는 없었고 글을 모르던 석공(mason)들이 순전히 임금을 받기 위해 그날 어디까지 일했는지 해놓은 표식이라네. 처절한 생존의 흔적!

교황청입구 계단, 목이 제일 좋은 데서 아코디언을 신나게 연주하던 아저씨. 샹송 메들리로 어찌나 신들린 양손 신공을 보이시던지 5유로를 보란 듯이 뿌리고 왔다. 근데 아저씨 프랑스인 맞소? 어째 집시 후손 같소 잉~~~.

한꺼번에 50마리의 소를 굽던 교황청 부엌의 굴뚝. 생전 이렇게 정직한 굴뚝은 처음 봤다. 근데 비오면 어떡하지? 굽다가 불꺼지겠다.

아비뇽의 한 시장 안의 과일 야채 가게. 프랑스 딸기는 한국 딸기 만큼, 아니 조금 더 맛있다! 미국 딸기 no no no! 크기만 하지 즙도 당도 없는... 무늬만 딸기 먹다가 이거 먹고 기절할 뻔함. 딸기 땜에 미국 가기 싫어졌다. ㅎ

난 감자만 팔아욧!  (감자의 프랑스어 이름 '뽐므 더 떼르'-직역하면 '땅 속의 사과')

난 마카롱만 팔지요.  마카롱이 감자만큼 흔하다!

아비뇽에서 30분쯤 떨어진 곳에 유명한 와인 산지가 있으니 이름하야 "Chateauneuf -du-Pape" 라는 곳이다. 와인을 좋아라 하시는 교황님들이 아비뇽에 오면서 와인에 열정과 관심을 기울이니, 그저 그렇던 와인 품질이 수직 상승하게 되어 오늘에 이르렀다는...

론 지역의 대표 와인으로 평가받는 'Chateauneuf -du -Pape' 지역에서 제일 많이 재배하는 그르나쉬(Grenache)품종이다.

Jiworl Seok은 미국 애틀랜타에 살고 있다. 4월 13일부터 프랑스를 여행중이다. 여행중 기록을 연재할 예정이다. 전주 성심여고와 전북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에 건너가 필라델피아 무어 예술 디자인 대학(Philadelphia Moore College of Art & Design)을 졸업했다. 한국 이름은 정지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