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미 작가의 그림은 일단 기발하다. 창의적이고 재미도 있다. 그래서 새로운 기대를 갖게 한다. 

그녀의 세번째 개인전이 전주 서학아트스페이스에서 오는 12월 18일까지 계속된다. 지난 5일 문을 열었고, 미술인들과 지인들이 모여 간단한 기념 행사도 가졌다. 

그녀의 이번 전시에서 한결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준다. 선인장에서 탈피해 표현이 확장됐다는 느낌을 준다.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 가슴은 유난히 도드라지고, 다리는 부실하기 짝이 없는...

그의 새 주제는 '젠더-gender'. 여성성을 갈구하는 남성을 이미지화했다고 한다. 그래도 이 사람의 한쪽 팔은 여전히 선인장이다. 부드러운 속살을 보호하기 위해 드러낸 가시. 상체에 비해 안쓰러울 정도로 빈약한 다리에서도 선인장이 연상된다.

그녀는 지난 1년동안 작품에 매진했다고 한다. 그 땀의 흔적이 보인다. 그녀는 작품 속의 그녀일 것이다. 선인장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아직도 한쪽 팔에 자라난 선인장을 베어내지 못하는...  

표현은 자유롭고 경쾌하다. 파티를 위해 장식하는 소품들처럼, 작품 속으로 끌어들인 소품들도 기발하다. 작가의 상상력이 그대로 드러난 거 같아 보는 마음도 흥겹다. 

이번 작품전을 통해 그녀는 가능성을 보였다. 선인장에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길을 찾았다면 '젠더'를 통해 보다 세밀해졌다. 이유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그림을 좋아하다 나이가 들어서야 붓을 잡았고, 이제 막 전문작가의 길로 들어선 상태다.  

지난 5일 열린 오픈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그림이 깊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선인장을 뚫고 나온 용기에 그녀만의 독창적인 표현과 상상력이 입혀졌다. 그래서 작품이 더욱 풍성해지고 이야기도 많아졌다. 앞으로 보여줄 작품들이 기대되는 이유다.  / 강찬구 기자 

황은미 작가(위)와 지난 5일 열린 오프닝 행사. / 강찬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