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며느리를 몹시 구박하는 시어머니가 있었다. 그 시어머니가 본디 나쁜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저 이유도 없이 며느리가 미워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혼내기 일쑤였다. 그러다보니 본래 나쁘지 않았던 며느리도 시어머니가 밉고 무서워서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날들이 이어지다 보니 모진 맘이 생겨 의원을 찾아갔다.

" 제가 시집살이가 너무 힘들어 죽을것 같으니 도와주십시오. 어떻게 저희 시어머니를 쥐도 새도 모르게 보내 드릴 방법이 없겠습니까?" 그러자 의원이 한 주머니를 내주며 "여기 이 주머니 안의 가루를 조금씩 섞어 날마다 시어머님께 떡을 하나씩 해드리면 내년쯤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게 될 겁니다." 하고 말했다.

며느리는 그 주머니를 가지고 집에 돌아와 그 날부터 시어머니께 맛있는 떡을 해드리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시어머니는 여느 때처럼 며느리를 또 구박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며느리가 여지껏과는 달리 싫은 내색없이 오히려 떡을 내미니 처음엔 '쟤가 미쳤나? 뭔 꿍꿍일까?' 하며 의심스러웠지만 떡이 하도 맛있기도 해서 '웬 떡이냐...?' 하며 날마다 새로운 떡을 먹는 재미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잘 드셨다.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하루라도 빨리 보내버리고 싶은 생각에 힘들어도 열심히 떡을 만들어 바쳤다. 그러기를 몇달...... 매일 정성스럽게(?) 해주는 며느리의 떡에 말랑말랑해진, 원래 나쁜 사람은 아니었던 시어머니는 갈수록 잔소리와 꾸지람이 줄어들고, 원래 나쁜 사람은 아니었던 며느리 또한 죄책감과 미안함에 사로잡혀 다시 의원을 찾아갔다.

"의원님 , 그동안 어머니께 먹였던 독을 풀만한 다른 약이 없습니까? 이제 저희 시어머님이 돌아가시는 걸 원치 않습니다. 그러니 제발 어머니를 살려주세요!" 며느리는 울며 사정을 했다. 그러자 의원이 " 사실 그 가루는 독도, 아무것도 아닌 그저 하얀 가루일 뿐이니 걱정 말고 돌아가셔서 앞으로도 계속 떡을 해드리세요"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기쁨에 찬 며느리는 한달음에 집에 돌아와서 더더욱 떡만들기에 정진했고, 고부관계는 갈수록 달달해졌다는 옛이야기가 있다.

어느 동화책에서 몇 살때 읽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끝은 아름다우나 시작은 끔찍했던 이 이야기는 떡을 빙자한 먼저 베푸는 행동이 인간관계의 첫걸음임을 일깨워주는 지혜를 담고 있다.

Jiworl Seok은 현재 미국 애틀랜타에 살고 있다. 전주 성심여고와 전북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다. 한국 이름은 정지월.

세상엔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로 마스터되지 않는, 골프보다 더 어려운게 있으니 그건 인간관계다. 그 이유는 우리는 하나같이 불완전하고 절대적으로 이기적인 인간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불완전도 사람마다 정도 차이라는 게 있어 조금 더 인간관계가 부드럽고 친밀한 사람, 어딜가도 불화를 일으키는 사람까지 다양하고,또 한 사람이지만 맡고 있는 역할에 따라 여러가지 모습이 공존하는 경우도 있다. 남에겐 인색하지만 자기 가족에겐 너그럽거나, 반대로 밖에선 호인인데 집에선 폭군일 수도, 가족안에서도 자식에겐 잘하는데 부모님껜 무심하고, 내 아들은 너무 괜찮은데 며느리는 '4가지'가 부족하게만 보이는 편파적인 사람일수도 있다.(그런데 이 다른 모습이 많은 사람일수록 인기가 좀 없고 때론 이중인격으로 불리울 수 있다.)

이렇게 인간이 모두 불완전하긴 해도 세상에 완전히 나쁘기 만한 사람도 없다. 윗 이야기속의 고부 처럼 관계 속에서 우리 속의 불완전함이 드러나고 활성화될 뿐이다. 설사 불완전함을 가지고 있다 해도 그 상황이 주워지지 않으면 드러나지 않고 피해갈 수도 있다. 그래서 더 착한 사람으로 나 자신을, 남을 속이는 행운을 누리는 재수좋은 사람도 있다.

살다보면 나는 잘해줬는데 뒤통수 맞았다는 사람들을 만나기 일쑤다. 처음엔 억울하겠구나 하지만 알수록 왜 뒤통수를 맞았는지 알만하다. 나의 앞통수와 그 분의 뒤통수가 셈이 틀려서이다. 내 기분에 겨워 마음껏 잘해줬는데 내가 준만큼, 내가 준 모습대로 못 되돌려 받았기 때문에 손해본 것 같은 기분이 드는것이다. (그러니 뒤통수를 자주 맞는 사람은 상대방을 원망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돌아보기를 권한다. 혹시 상대방이 원하지도 않는 것을 줘놓고 줬다고 우기고 있는것 아닌지...)

'한다리 건너 삼천리'라고 인간은 아무리 노력해도 제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게 제일 먼저다. 내가 살아온 경험과 배워온 가치가 고유할진대 유체이탈을 하지 않고서야 어찌 남의 입장에서 판단할 수가 있겠나? 그러니 일단 내 감정,내 이성을 총동원해 판단하고 그 다음이 배려다. 물론 그 배려까지도 지극히 주관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려 하는 이 최소한의 노력이 인간관계의 기본이자 키워드이다.

나의 경우 가장 관계를 맺기 어려운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지 않는 사람이고, 맺었던 관계가 지속되지 않는 경우는 나를 자신의 기준으로만 판단하는 사람과의 관계였다. 한마디로 축약하면 대화가 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감정을 나누지 않는다면,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없다면 수백시간을 같이하고 수천마디를 나누었어도 진정한 대화가 아니었으리라. 대화, 소통이 관계의 인프라이니 대화 불통의 관계는 당연히 소멸될 수밖에 없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오직 짐승과 신만이 사회(관계)를 필요치 않는다" 라고 저 유명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단다.

우리는 사는 동안 이미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진 관계, 또 계속 만들 수밖에 없는 관계의 선로 위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이 관계 속에서 나와 너의 불완전함이 어떤 상호작용을 만들어 내는지 끊임없이 확인하며 살게 된다. 오로지 선택은 내게 달려 있다. 상대방을 탓하며 원망을, 미움을 키워낼지, 내가 먼저 미운 놈에게 떡하나 더 주는 사소한 행동으로 시작하여 대인배로 커 나가야 할지는...

우리는 벌써 몇 번씩 관계에 실패해 봤고, 앞으로도 몇 번쯤은 더 실패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실패가 두려워 이젠 더 이상의 관계는 사절이고 현상유지만 잘해야지 하고 마음먹은 적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헌 관계든 새 관계든 모든 사람에게 카멜레온처럼 색깔을 바꾸며 맞추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내자신이 더이상 추락할 수 없는 가치와 양심의 마지노선을 지키는 것이 더 지속적이고 보다 양질의 관계를 보전하는 길이라 믿는다.

그러나 그 길에서 부디 관계의 가치와 중요성을 아는 너를 만나기를... 길을 잃고 헤매일 때 이야기 속의 의원처럼 지혜로운 선생을 만나 때론 도움도 받을 수 있기를...  불완전하기에 불안한 인간은 빌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