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곳곳에는 사람 이름을 딴 도로들이 적지 않다. 전주에도 도립국악원 앞길이 명창 권삼득을 기념하여 권삼득로라 불리고 있고, 완산구 소각장으로 들어가는 도로는 법조타운으로 연결되는데 정여립로라고 한다.

  정읍 태인에는 ‘수학정석길’이라는 도로가 있다. 호남제일정이라는 ‘피향정’부근에 있는 도로인데 ‘수학의 정석’ 저자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의 출생지를 기념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수학의 정석은 지난 70, 80년대 우리나라 수학 참고서 세계를 석권했던 유명한 책인데 지역주민들이 이를 기리고자 하는 것 아닌가 싶다. ‘홍성대로’라고 했더라면 외지 사람들은 몰라봤을 것 같은데 ‘수학정석길’이라 하니까 누구나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만큼 정읍 태인의 ‘수학정석길’이라는 도로명이 압권이라는 뜻이다.

  ‘수학의 정석’ 저자 홍성대씨가 고향 전북에 전국 제일의 명문 사학을 육성하기 위해 세운 상산고 사태가 후폭풍 확산이라는 새로운 상황을 맞고 있다.

박장우 주필

  김승환교육감과 전북교육청이 학교 서열화 금지, 귀족학교 폐지 등을 명분으로 상산고의 자사고 재지정 취소를 시도하다 교육부에서 교육감 재량권 남용이라며 동의하지 않자 정치권은 물론 교육계도 벌집 쑤신듯 들고 일어서고 있는 것이다.

  일부 정치인과 전직 교육자들은 김승환교육감의 사퇴까지 요구하는 단계에 있다. 아마 그동안 김교육감측과 소원한 관계에 있었던 단체들도 줄줄이 들고 일어설 것 아닐까 싶다.

  김승환교육감과 전북교육청은 교육부의 부동의 조치를 맹비난하며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도민들의 여론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것 같다. 김교육감측이 상산고를 자사고에서 탈락시키기 위해 너무 노골적으로 밀어붙였던 것으로 도민들에게 비친 것은 사실이니까 말이다.

  속담에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이 있다. 같은 값이면 사람들에게 예쁘게 보이는 붉은 치마를 선택한다는 의미인데 세상사도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쪽으로 처리하면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만약 김교육감이 상산고 문제를 다른 지역과 같은 조건으로 재평가를 실시, 설사 아주 나쁜 점수가 나왔다고 해도 지금과 같은 혼란이 초래됐을까 싶지 않다. 다른 지역에서는 교육부에서 제시한 기준으로도 자사고 재지정에서 탈락한 학교들이 많이 나왔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일부 자사고들은 자진해서 일반고로 전환하기도 했다. 요즘 자사고는 유명무실한 곳도 적지 않다 한다.

  그런 점에서 상산고에 대한 김교육감과 전북교육청의 무리수는 도민들로부터도 동정을 얻을 수 없었던 것 아닌가 싶다. 그리고 헌법학자로서 그동안 숱한 법적투쟁에서 살아남은 김교육감이지만 상산고건 법정대응은 결코 만만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사자성어에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말이 있다. ‘맺은 사람이 풀라’는 뜻인데 상산고의 지금 사태도 문제를 야기한 김승환교육감이 먼저 판단미스를 인정하고 유감 표명이라도 한다면 후폭풍도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듯도 싶은데 말이다.

  그리고 이번 상산고 사태를 계기로 전북에서도 다른 지역에 나가 성공한 출향인들이 고향발전을 위해 무슨 사업을 하려 하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일반적으로 전북에는 영향력 있는 어른이 없다는 소리도 듣게 된다. 아마 그 사람들 잘난척하는 것 못 봐주는 못난 지역풍토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다. 

  지난 80년대 후반, 5.18 청문회가 열리던 당시, 전남지역에서는 지사관사가 너무 초호화판이라며 전남도민들의 비난이 거세게 인 적이 있었다. 전남지사 관사는 전두환이 전남민심을 다독이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지어줬다는 건물이었다.

  그때 지역 원로가 나서 “전남지사 관사라면 이 정도는 돼야지”하고 한마디 거들었는데 그 사납던 전남민심도 가라앉게 됐다고 한다. 물론 당시 관사는 지금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상산고 사태도 초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나서 전북교육청의 자제를 요구했는데 만약 그때 전북교육청이 한발 물러섰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지금이다. / 박장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