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지방신문을 보고 있는데 종종 다른 신문들이 배달되곤 한다. 어떤 날은 중앙지가 대신 배달되기도 한다.

전주 시내 아파트단지의 경우 그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두 사람이 아파트에 배달되는 모든 신문들을 독점해서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신문사 지국에서는 해당 아파트까지만 차량으로 배송책임을 맡고 말이다.

물론 배달물량이 많은 일부 신문의 경우 아직도 자체 배달망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대다수 신문들은 최일선 배달망을 개인에게 위탁식으로 맡기고 있다 한다. 아마 회사 입장에서는 배달직원 구인난에다 인건비를 아낄 수 있는 장점도 없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신문 배달사고가 너무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점인 것 같다. 우리 집만 별다른 이유없이 다른 신문들이 배달되는 것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박장우 주필

우리 집에 중앙지가 배달되는 날에는 그 중앙지를 기다리는 집에는 다른 지방지가 대신 배달되지 않았을까 싶다. 어떤 때는 처음 들어보는 지방지도 배달되곤 했으니까 말이다.

아파트단지 신문 배달사고는 신문사 지국 또는 아파트 배달자 둘 중 하나에 문제가 있을 경우 발생하지 않을까 싶다. 다시 말해 신문사 지국에서 해당 아파트에 구독부수 만큼 신문을 전달해주지 않았거나, 아파트단지 배달자가 바뀌면서 착오가 생기는 것 아닌가 싶은 것이다.

신문은 구독자의 선택성이 아주 강한 상품이다. 일반적으로 독자들은 자기 취향에 맞는 신문을 콕 집어 구독한다. 다른 신문들이 배달될 경우 들쳐보려고도 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신문마다 색체가 있고 흐름이 다르기 때문이다. 잘못 배달된 신문은 상품으로서 가치를 상실했다고 봐도 지나친 말이 아닌 이유다.

신문산업의 생명력은 배달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가 싶다. 독자가 읽어주지 않는 신문은 죽은 상품이나 다름없다. 그런 신문들이 지금 배달사고라는 늪에 빠져있지 않는가 싶은 것이다.

신문사 입사 초기, 신문 만드는데 온 힘을 쏟기도 했었다. 대형사건이 발생하면 호외도 긴급 발행, 거리에 뿌리고 다녔다.

어떤 때는 밤샘 작업을 해서 신문을 만들기도 했었다. 좀 더 좋은 신문을 만들고자 하는 욕심으로 해뜰 시간에 신문사를 나서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렇게 만들어진 신문들이 지국 사무실에 방치된 채 끝나고 말았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었다. 배달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일과 시간에 쫓겨 신문배달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은 배달 안 되는 신문을 만드는 어리석은 회사도 없는 것 같다. 달력에 기관단체가 쉬는 것으로 표기된 날에는 아예 신문제작을 하지 않는 신문사들도 적지 않다. 독자들이 읽어주지 않는 신문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 그들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신문은 우유, 건강식품 등과 함께 새벽시장을 형성한다. 한때 우유대리점을 하면서 몇 달간 우유배달도 해본 경험이 있는데 배달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고층 아파트 엘리베이터 잡기 경쟁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다.

같은 시간대에, 신문이나 우유 배달자들이 동시에 움직이기 때문에 엘리베이터 잡는 것이 한 타임씩 늦을 경우 배달에 소요되는 전체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그 때, 이웃집에 배달된 신문을 가로등 불빛 등에 비추며 훔쳐보던 열성파 할아버지들을 만나기도 했었다. 그 할아버지들에게는 신문 읽는 것이 그날 하루를 시작하는 즐거움이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 할아버지들은 그 신문을 자기 집으로 가져가지는 않는 듯 보였다. 신문의 가치를 그 만큼 잘 알고 있는 할아버지 아니었을까 싶다. ‘신문에 났어’하면 통했던 신문사들에게는 꿈같은 시절의 이야기다.

 지금 종이 신문이 절대 위기를 맞고 있다 한다. 구독자 급감, 광고수주 감소 그리고 인터넷 매체 등장 등으로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말단 배달망이 허술한 것도 신문산업의 취약성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지 않나 싶다.

 길거리에서 현금 봉투 흔들면서 구독자 모집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신문이 현재의 구독자들에게 제대로 배달되고 있는지 먼저 확실하게 하는 것이 급선무이지 않을까 싶다. / 박장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