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에서 이달부터 우리나라 기업에서 생산하는 반도체의 일부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에 들어가 관련 기업들이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일본이 우리나라 수출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제품들을 선정해서 경제보복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정부는 한술 더 떠서 수출규제 품목을 확대하고, 교역 우대국가인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한국이 백색국가에서 제외될 경우 한국으로 부품 등을 수출하는 경우 일본 정부의 까다로운 심사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일본 자민당의 참의원 선거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아베 총리는 텔레비전 토론에서 “한국이 국제법상 약속을 지키지 않아 그동안의 우대조치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다. 일본 내부에서 조차 WTO(세계무역기구) 협정 위반이라고 지적하고 있지만 아베 총리는 막무가내로 일관했다.

박장우 주필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조치와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오는 7월21일 치러지는 참의원 선거를 겨냥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한국과 관련된 문제들, 징용공· 위안부· 독도문제 등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한다.

  아베를 비롯한 일본 우익 정치인들이 우리나라를 국제법상 맺어진 약속도 지키지 않는 비열한 국가로 몰아붙이며 일본 내 지지세력을 확대하는 동시 국제적인 비난을 피해보려는 술책으로서 말이다. 당장 일본 네티즌들의 아베 지지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고 한다.

  우리 국민들의 반일감정도 치솟고 있다. 정치권은 여야 없이 일본의 비상식적 조치에 비난을 퍼부었다. 그리고 일부 시민들은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직접 뛰어들었고 네티즌들도 인터넷상에서 불매운동을 독려하고 있다.

  리얼미터 조사결과, 우리 국민들의 여론은 대체적으로 강경대응이 압도적인 것 같다. WTO 제소가 46%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다음으로 경제보복 맞대응 24%, 우리가 일부 양보하는 외교적 해결은 22%에 머물렀다.

  일단 우리 정부도 WTO에 제소하고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는 등 맞대응하기로 했다. 자칫 잘못하다간 일본의 전략에 말려들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듯 싶다.

  전문가들은 한일간의 경제적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양쪽 모두 피해가 적지 않을 것으로 분석한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주요 부품을 일본기업에 의존하고 있지만 일본기업 역시 상호 의존적인 관계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일본은 내년 올림픽을 앞두고 있다. 우리나라의 긴밀한 협조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특히 한일간 무역 역조는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일본에 지난해 305억달러 어치를 수출한 반면 일본은 우리나라에 546억달러 어치를 내다팔아 240억달러(27조원) 규모의 역조가 발생하고 있다. 한일 양국간 경제분쟁 조짐에 일본기업들도 안절부절 못하는 이유다.

  일단 한일간에 형성된 갈등 전선은 쉽사리 걷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도 자신들이 취한 수출규제 조치를 당장 철회하진 않을 듯싶다. 아베총리의 말대로 우대조치만 거둔 것, 다시 말해 일반 국가와의 수출입 절차에 따라 처리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있으니까 말이다.

  만약 한일 양국간의 경제적 갈등이 확대되고, 장기화된다면 국민 여론이 얼마나 버텨줄 수 있을 것인가에 상황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 국민들의 여론은 너무 변화무쌍한 점도 없지 않은 것 같다. 박근혜 정부 때 맺어진 한일간 위안부합의도 체결당시에는 찬성이 45%, 반대가 50%였는데 촛불시위 등을 거치면서 반대여론이 70%로 치솟고 말았다. 만약 반대로 최순실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위안부 합의 찬성 여론이 60-70%로 높아질 수도 있었지 않겠느냐는 추론인 것이다.

  지금의 한일간의 경제적 보복과 맞대응은 우리나라에 명분도 충분하고 실리도 아주 불리한 것 만은 아닌 듯 보인다. 국민 여론만 뒷받침되면 해볼 만한 싸움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한일간 갈등이 너무 오래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일 간의 정상회담을 통해 서로 윈윈하는 타협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 박장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