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2주년을 맞아 진행된 방송사와의 특별 대담을 놓고 진행자의 무례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국민여론도 여권· 야권 지지층 사이에 극명하게 엇갈렸던 것으로 알려진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 특별 인터뷰'를 진행한 KBS 송현정기자는 민감한 내용을 직설적으로 질문했고, 답변하는 문 대통령의 말을 끊으며 질문을 하기도 했다. 야당의 주장을 인용해 ‘독재자’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날 KBS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는 '예의가 없다', '말 자르기가 너무 무례하다, '화가 난다' 등의 글이 폭주했으며 공영방송 수신료를 폐지하라는 글까지 게재됐다.

청와대 게시판에도 '대통령의 대담은 검증된 실력을 가진 대담자와 진행하도록 하여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도 올라왔다는데 최초 청원자는 “진행된 대담을 보면서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장우 주필

  반면 KBS 기자 출신인 전여옥 전 의원은 개인 블로그를 통해 “진행자는 요즘 멸종상태이다시피 한 진짜 방송 언론인”이라며 “그녀는 인터뷰의 진면목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오히려 '더 공격적인 공방이 오갔어도 괜찮았겠다'고 말씀 하셨다”고 전했다.

  예전에 언론사 생활을 해본 사람들에게 있어 대통령 기자회견이나 대담은 ‘짜고치는 고스톱’ 정도로 생각되곤 한다. 대통령은 연초나 취임기념 또는 특별한 날이 돌아오면 곧잘 방송이나 신문들과 인터뷰를 하곤 했다.

  이때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사전에 미리 질문할 것을 대통령 측에 전달하고 비서진 등에 의해 답변서가 작성되면 대담자가 청와대에 들어가 대통령과 사진이나 한 장 찍거나 녹화하는 것으로 끝이 났었다. 아마 대통령이 실수하는 것을 최대한 줄이려고 그랬던 것 아니었을까 추축된다.

  유신시절을 호령했던 박정희 전대통령 때는 물론이고 전두환 군부시절에도 대통령 대담이나 기자회견은 마찬가지로 진행됐다 해도 지나치지 않았을 것이다.

  신군부 주축세력이면서 국민 직접투표로 당선된 노태우대통령은 현직시절 정치권이나 시민단체 등의 비난이나 반발에 무대응으로 일관, ‘물태우’라는 우스갯소리를 들어야 했지만 언론 하나 만큼은 확실하게 장악했었지 않았는가 싶다.

  이후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전대통령 때도 정도의 차이는 있었을지 몰라도 언론장악 실태는 대동소이 하지 않았을까 싶다. DJ 정부 때 청와대에서 언론 담당을 했던 박지원의원이 당시 양주를 들고 유력 신문사들을 찾아다녔던 일화는 유명한 이야기로 남아있다.

  일반적으로 권력자들의 언론 노출증은 하나의 병증으로 불리기도 했었다. 국민들의 지지를 먹고사는 것이 정치인의 속성일 수밖에 없으니까.

  그런데 박근혜 전대통령은 언론과의 만남을 아주 부담스러워 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 취임이후 연두 기자회견도 갖지 않고 넘어간 때도 있었다고 한다. 기자들을 만난다 해도 자기 할 말만 하고 질문은 전혀 받지도 않았고 말이다.

  특히 최순실 사건이 터진 이후 박 전대통령은 몇 번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는데 준비된 원고만 읽고 곧바로 퇴장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아 기자들과 회견하는 모습을 전국에 생중계한 적이 있었다. 그때 어떤 보수언론사 기자가 “대통령 지지자들 때문에 비판기사를 쓸 수 없다”며 말려달라고 요구하자 문대통령은 “나 처럼 국민들로부터 욕을 많이 먹는 사람도 있겠느냐”며 응수했었다.

  어떤 사람들은 “문재인 정권 들어 세상이 더 시끄러워 진 것 같다”며 “민주주의 한다고 너무 풀어놓으면 국민들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은 세상이 확실히 달라졌다. 1인 방송도 인기를 얻고 있는 때다. 언론이 통제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언론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수준도 이에 걸맞게 성숙돼야 한다. 대통령의 언론 대담은 아주 중요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대통령의 말씀보다 진행자의 언행에 더 주목하는 단계에 머물고 있지 않는가 싶은 것이다.  / 박장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