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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서관>11. 책 '짱뚱이 시리즈' 1나 살아왔지 – 프롤로그
이현옥  |  jbpost20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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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16  14:2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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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에는 “노인 한 명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는 격언이 있다. 내 나이 예순이 되기 직전이지만 아직 총기가 있으니 기록을 남겨야겠다.

  이 책『짱뚱이 시리즈』는 내 아이들이 유치원부터 사춘기 전까지 읽었다. 책을 한권 한권씩 사들이다 보니 시리즈를 다 갖추게 되었는데, 겉표지가 낡아졌다면 두 아이들이 서너 번씩, 그러니까 합하면 예닐곱 번 씩은 읽었다는 얘기가 아니겠는가. 

내가 들이밀기는 했지만 때로 나도 내용이 궁금해져서 가끔 함께 엎드려 읽기도 했다. 내 어린 시절이 책 속에 들어가 박혀 있는 것처럼 재미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책을 읽을수록 뭔가 아쉬운 점이 있었다. 

물론 책에 대한 아쉬움은 아니다. 내 어린 시절도  그리 만만치 않은데 서사가 어우러지면 질그릇같이 단단하게 빛나지 않겠는가하고 마음 한쪽이 시렸던 것이다.

 

  나는 아이들이 서너 살 때부터 초등학교 고학년 즈음까지 잠을 재울 때에는 곧잘 노래도 불러 주었었다. 동화책은 물론 시도 몇 편 읽어주었다. 어느 날인가 집안일이 많아 좀 늦게 잠재우러 방에 들어갔는데 웬걸 이원수의 시 <우는 소>를 듀엣으로 낭송하고 있었더랬다. 그때 그 노래들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웅얼거리는 모습을 보아 왔다.

특히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을 때는 그 애들을 차에 태워 여기저기 싸돌아 다녔었다. 돌아올 때, 지치고 재미없어서, 다음에는 따라가지 않겠다고 짜증을 낼 때 쓰는 나만의 특효약이 있었는데, 그것은 나 어렸을 적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었다. 

어느 저녁 아빠를 밤늦게까지 기다리면서 들려 줬던 그 얘기를 너무 좋아했던 것이다. “팔 하나 떼어주면 안 잡아먹지” “다리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의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라는 동화를 나도 어렸을 적에 얼마나 좋아했더란 말이냐.

 

   
 

  몇 가지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중 우리 애들이 제일 신나했던 얘기는 내가 학교 끝나고 집에 돌아오다 강에서 멱 감던 장면이었다.

초등학교 여름방학 전 동네친구들은 학교가 파하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의례히 강에 들렀다 가곤 했다. 집에 일찍 들어가면 엄마한테 붙들려 집안일을 돕거나, 동생들을 돌봐야 해서 멱 감는다며 다시 나오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예 책보자기를 둘러 맨 채 그대로 직행했으나 문제는 끼니였다. 지금처럼 급식을 하는 시절이 아닌지라 배고픔을 무릅쓰고 놀이를 즐겨야 했다. 그런데 배고픔을 참는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강변에 있는 먹이가 될 만한 갯버들, 열매, 꽃잎,줄기 순 등은 이미 입속으로 들어가 없고, 배고파 현기증이 날 때면 때때로 강 건너 밭들을 몰래 뒤지기도 했다. 주인한테 들켜 혼쭐이 날 때까지 그 짓을 가끔 했다.

 

  두어 마을을 지나며 밭두렁을 건너며 나는 눈대중을 했다. 고것들 곧 내 입으로 들어갈 날을 생각하며 침을 삼켰다. 드디어 무 윗동강이와 양파가 실해져 흙 위로 올라올 무렵 손버릇을 참을 길이 없었다. 어느 순간 주인 몰래 밭에 들어가 뽑은 무, 양파를 책보자기에 둘둘 말아 넣었다. 그리고는 아랫도리가 후들거려 걸리지 않는 걸음을 재게 움직여 강가에 도착했다. 

나는 친구들과 좀 떨어진 곳에서 멱을 감으며 놀았다. 왜냐하면 그 무와 양파를 친구들 몰래 까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무는 쉬는 척 하며 물에서 나와 베어 먹으면 되었다. 하지만 해가 뉘엿뉘엿해질 때까지 멱을 감으려면 아껴 먹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양파를 마지막까지 아껴두고 어질머리가 돌 무렵 물속에서 양파껍질을 벗겨 먹으며 물놀이를 했다. 

한 껍질 벗겨 먹고 힘껏 던지고(양파는 물 위로 뜬다) 그것을 잡으러 헤엄쳐 가고, 또 한 껍질 먹고 힘껏 던지고…. 이 짓을 반복하다 더 이상 벗겨 먹을 것이 없을 때, 더 이상 힘이 없어 기진맥진을 해야 집으로 돌아갔다. 물론 나만 그렇게 노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 애들은 양파 한 껍질 벗겨 먹고 던졌다가 헤엄쳐 가서 양파를 잡던 이 장면을 너무 너무 좋아했다. 정말이지 이 얘기를 셀 수 없을 만큼 들려주었다. “엄마 그 얘기~~” 하면 입에 물릴 만큼 들려주었던 것이다. 

아마 짱뚱이 시리즈에는 양파 까먹는 이야기가 들어있지 않은 모양이다(나는 듬성듬성 읽었음). 그래서 프롤로그랍시고 적어 보았다.

앞으로 서너 차례 내 어릴 적 친구들과 몇 십 년 만에 재회한 얘기며, 한동네에서 자라면서 경험했던 일들을 써 볼까 한다. 내 소소한 이야기가 질곡 많았던 우리 세월의 어느 모퉁이에 끼여 무슨 보탬이 될까마는...  / 이현옥(우석대 도서관 사서)     

    

   
글쓴이 이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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