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26일 전주 모 카페에서 만난 유승희 새정연 최고위원(55, 서울 성북구갑)

한국 정치에서 ‘여성’을 전면으로 내 건 정치인은 드물다. 보통 성별이 아닌 개인차를 강조하며 ‘정치인’으로서 차별화를 꾀한다. 반면 유승희(55)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은 다른 정치인과의 차이로 ‘여성’을 꺼냈다.

그는 약 17년 동안 당 여성국장, 여성위원장으로서 여성의 정치참여를 제도적으로 확대했다. 기초의원 여성 30%, 전국 대의원 여성 50% 할당이 그 결과다. 그가 여성할당제, 가산점 따위없이 새정연 2.8 전당대회에서 최고의원으로 뽑힌 바탕은 여기에 있다.

‘여성정치인’ 유승희 새정연 최고위원을 2월 26일 전주에서 만났다.

“‘배달사고’가 났을 때 제일 먼저 빠지는 것이 여성우대제도예요.” 정당의 명칭이 바뀌고 새롭게 당헌, 당규를 제정하면서 기존 제도가 누락되면 ‘배달사고’가 났다고 한다.

유 최고위원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 정치에 입문, 당시의 민주당 시절부터 이 ‘배달사고’부터 챙겼다. “제도가 꾸준히 개선되는 게 아니라 오르락 내리락 반복해요. 호시탐탐 제도를 후퇴시키려할 때마다 다시 채우곤 했죠.”

이는 ‘왜 여성이 정치에 참여를 해야하는가’에 대한 당내 공감대가 부족해서다.

최고위원 당선 이후 새정연 지도부와 함께 포즈를 취한 유승희의원.

그는 “차이가 아니라 차별을 만드는 사회제도를 없애는 게 남녀 모두에게 필요하다”며 “제도적으로 성별 장벽을 없애는 게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 임원, 정치인 등에 여성 할당제를 두는 이유는 여전히 ‘여성’이란 이유로 ‘진입 장벽’이 높아서다. 그는 ‘장벽을 인위적으로 헐지 않는 이상 변화는 없다’고 믿는다.

당내 결정권을 갖는 전국대의원의 여성 할당을 2013년 5월 30%에서 50%로 올린 것도 그 일환이다. 이 제도를 위해 처음엔 여성인 지역과 국회의원을, 이후 우호적인 남성의원들을 모았다. 그 뒤 여성단체 도움을 얻어 당을 압박했다.

결국 ‘힘’이 있어야 바꿀 수 있다는 것도 안다. “시대의 흐름과 여성의 힘을 무시하면 정치하는 데 어렵겠다는 걸 느끼니까 남자들이 인정을 하는 거죠. 힘이 안 되면 인정도 안 해요. 가장 중요한 건 여성들의 힘을 합치는 겁니다. 지금도 여성우대는 어렵다고 하는 의견도 있어서 계속 대치 상태예요. ‘싸움닭’이 될 수밖에 없어요”

‘언론의 화려한 조명’을 받기 어려운 ‘여성 문제’를 말하다보니 주요 당직을 맡지 못하는 등 주류에 몸담기도 힘들었다 한다.

“정치적 약자인 여성을 위해 주로 투쟁해왔기 때문에 거대 계파에 의해 발탁된 적이 없어요. 여성위원장도 출마해서 한 거지 누가 시켜준 게 아니예요. 원내 부대표 한 번 해봤지 주요 당직을 한 적이 없어요.”

2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유승희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그를 최고위원으로 만든 것은 ‘힘 있는 누군가’가 아니라 ‘공감하는 다수’였다. 그가 최고의원 출마를 선언하자 전국의 여성지방의원들이 모여 지지성명을 내기 시작했다. 여성 정치인이 필요해서만이 아니라 그가 ‘여성’정치인이라고 인정받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무엇보다 그에게 ‘여성’은 협소한 주제가 아니다. “비정규직, 양육, 노인빈곤 이 모든 게 여성 안에 포괄적으로 들어가 있다”는 그는 “서민과 약자를 위한 진보정당, 을(乙)을 지키는 정당을 만들기 위해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국토 종합개발측면에서 “전북 예산확보를 위해 전북의 며느리 역할을 꼼꼼히 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여성의 권력투쟁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통해 사회적 보편적 약자와의 공감을 해나겠다는 뜻이다. 그렇게 ‘여성’정치인 유승희는 ‘을을 지키는’정치인으로 성장하고 있다./윤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