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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회 마을에서 천하를 보다 - 전북형 삶을 찾아서2 마을총유
강주영 편집위원  |  kjynj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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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26  07: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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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권리’인가...? ‘좋은 삶을 누릴 권리’인가...? 대한민국은 멀고 전북은 가깝다. 마을 천하가 전북형 삶을 찾아서 간다. 몇 차례에 걸쳐 쓸 예정이다. 29회에서는 마을총유를 다룬다. / 글쓴이 주

어떻게 살든 일자리만 많으면 좋은가...? 우리는 삶의 주인인가...? 나그네인가...? 질문을 바꿔 본다. 우리는 자신만의 삶을 가졌는가...? 더 크게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삶의 자치를 가지고 있는가...? 지역적 삶의 양식을 가지고 있는가...? 지역마다 서로 다른 생산, 교환, 소비, 노동, 문화를 가졌는가...?

몇 해 전 대한민국 지방자치단체의 모든 누리집을 조사해 보았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류가 많았다. ‘행복한 문화 복지’류도 많았다. 말 자체로는 틀린 말이 아니다.

 

   
나병재 화백 그림

문제는 당이 다른데도 지방자치단체의 모든 구호가 같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자치단체나 민주당 자치단체나 차별성이 없다. 서로가 서로의 짝퉁이다. 중앙과 서울의 짝퉁 천국이다. 울산을 못 따라가 안달이다. 전북은 전북식으로 살아야지.

 

고은 시인은 이렇게 꼬집었다.

삼천리강산이 모조리 서울이 되어간다
오, 휘황한 이벤트의 나라
너도나도
모조리 모조리
뉴욕이 되어간다
그놈의 허브 내지 허브 짝퉁이 되어간다
말하겠다
가장 흉측 망측하고 뻔뻔한 중심이라는 것 그것이 되어간다
서러웠던 곳
어디서도 먼 곳
못 떠나는 곳
못 떠나다
못 떠나다"

<내 변방은 어디로 갔나>


일자리! 일자리! 그놈의 일자리! 일자리만 많으면 어떻게 살든 좋은가? 이런 생각은 안 해보는가? 기업을 유치하는 대신에 지역의 생산, 노동, 소비, 교환 관계를 바꾸는 혁신적 상상은 안 해보는가?

고용주의 뜻에 따른 임금노동이 아닌 스스로의 자치노동과 상호부조적인 연대노동은 없는가? 얼굴도 모르는 대기업 식품이나 가구가 아닌 이웃의 농군이나 목수의 것을 소비할 수는 없는가?

 

   
덕유산에서 본 무주군 일대의 가을 풍경 / 문요한 기자

소농 가족만이 아닌 지역별 거점을 가진 협업농은 불가능한가? 학교와 아파트 도시마을마다에 생필품을 생산하는 공동작업장을 설치할 수 없는가? 도심 한복판에 과수원 같은 혁신적인 도시계획은…. 주민자치센터마다 도농직거래 지역농산물 판매장(로컬푸드-언제부터 로컬푸드라는 영어인가?)을 두고, 방문객을 재우는 손님숙소(게스트하우스)를 둘 수는 없는가?

그리하여 이 모든 것이 도시를 재생하고 활기 있게 만든다고 믿는다. 특정 지구에 돈을 쏟아붓는 도심재생사업은 결국 뜨는 동네, 지는 동네를 반복할 뿐이다. 위에 든 예들은 분명 비자본주의적인 호혜경제이고 공동체 공유경제이다. 빈방이나 도구를 같이 쓰는 짝퉁 공유 경제가 아니다.

 

이것들의 소유는 특정 단체, 법인, 기관의 것이 아니다. 마을의 총유 자산이어야 한다. 민법 제262조에서는 수인의 소유는 공유로, 제271조에서는 수인이 조합체로 소유할 때는 합유로, 제275조는 법인이 아닌 사단의 사원이 집합체로서 물건을 소유할 때에는 총유로 하고 있다.

민법대로라면 마을사단을 별도로 등록해야 한다. 정확히는 마을은 소유권의 주체로 성립되어 있지 않다. 마을총유를 별도의 사단을 형성하지 않아도 주민등록상 마을 주민이면 마을 공유지, 공유건물에 대해 소유권을 갖도록 해야 한다.

지자체장과 몇몇의 심의위원들이 판단하는 지자체 공유가 아닌 마을의 총유 자산이 되어야 한다. 전주한옥마을에 있는 공공 건물이 십여 개소이다. 이것의 위탁관리 지정은 전주시에서 한다. 한옥마을에 살지도 않는 심의위원들이 결정한다. 이것부터 마을총유로 돌려야 한다.

대의결정이 아닌 마을에 의한 직접민주주의이다. 시장은 권력을 마을에 주어야 한다. 이것은 가능하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 내쫓김(젠트리피케이션)이 없는 마을을 만들 수 있다. 이런 일은 법률을 바꾸지 않고 조례만으로도 가능하다.

 

   
일실 치즈N 축제 장면 / 문요한 기자

이 모든 것들이 시민의 직접 소유권과 마을권력을 세우는 직접민주주의이다. 지역의 노동, 생산, 소비, 교환을 바꾸는 비자본주의 호혜경제의 시작이다. 이 정도는 되어야 ‘바꾼다’는 말을 할 수 있다.

우리는 이것을 개혁 또는 혁명이라고 한다. 혁명은 판을 뒤집는 것이고 개혁은 있는 것을 고쳐서 쓰는 것이다. 지금도 혁명 타령이냐고? 아니 그럼 이렇게 병이 많고 고달픈 세상이 개혁으로 고쳐지는가? 혁명을 포기한 것은 생각이 게으르거나 좌절이 깊은 자포자기일 것이다.

 

지금의 혁명은 볼셰비키 혁명처럼 하루아침에 뒤집어지는 정변형 혁명이 아니다. 지금은 ‘느린 혁명’ 시대이다. 혁명은 좋은 내일로 가는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면서 근본을 바꾸는 일이다. 우리가 사는 근대가, 현대가 병들었다면 당연히 판을 뒤집어야 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이 어쩌고저쩌고? 포스트모더니즘이 아니고 근대의 반전이어야 한다. 포스트모더니즘 후기근대라고? 아니 이 지겨운 근대를 후기근대로 연장하자고….

그럼 느린 혁명이든, 빠른 혁명이든 어떻게 할 수 있느냐고...? 답은 쉽다. 기업이고, 국가고, 정치고 이런 말 하지 말고 ‘직접 스스로 하라’. 직접 사장이 되고 시장이 되는 ‘직접행동’이 답이다. 그게 자치하는 삶이다.

 

   
글쓴이 강주영 전북포스트 편집위원

마을총유에서부터 혁명은 시작된다. 마을의 주민이 공공 건물의 마을 지배를 실현하는 마을총유를 세우는 조례 제정 서명에서부터 세상은 바뀐다. 우리의 삶을 대의권력에 위탁하지 말자. / 강주영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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