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지역농협의 조합원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이라 한다. 농촌지역 농민들의 고령화로 말미암은 현상이다.

국회 박완주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제공한 ‘전북지역 연령별 농협 조합원 현황’에 의해 밝혀진 사실이다. 박의원은 농협 조합원 고령화로 농협은 물론 농업의 존립도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장우 전북포스트 주필

도내 지역농협의 조합원수는 지난 6월말 기준, 20만8천여명인데 이중 60대 이상이 14만7천여명으로 전체 70% 이상을 차지했다. 그것도 60대보다는 70대 이상이 10% 가까이 더 많았다.

반면 20대, 30대 조합원은 4천6백여명으로 전체의 1.6%에 불과했다. 전체적으로 70대 이상이 가장 많고 60, 50, 40대로 연령이 낮아지면서 점유율이 급감했다.

지역농협의 조합원은 100% 농민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지 몰라도 대부분 농민이 조합원이 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조합원의 고령화는 곧 농촌지역 주민들의 고령화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고 말이다.

국회 국감자료가 아니더라도 요즘 농촌지역에 가보면 모두 노인이다 시피 한다. 실제 일할 수 있는 사람들도 적어 농사철에는 도시에서 인부들을 실어 날라야 할 정도가 됐다.

농촌인구의 고령화가 심각하다 해도 실제 놀리고 있는 농지는 그리 많지 않다. 노는 땅을 두고 보지 못하는 농민들의 몸에 밴 습성 때문이다. 당장 문제될 게 없다는 이야기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농촌지역 주민들의 고령화에 대비한 농업정책이나 주거정책 등이 다각도로 검토될 필요가 있음은 물론이다.

우리나라 농업은 전통적으로 집약적 농업이었다. 좁은 농경지에 노동력과 자본을 집중하여 생산성을 높이는 식으로 농업을 꾸려왔다.

농촌지역에 인구가 몰려있던 50년 전만해도 도내 인구 260여만명의 대부분은 시골지역에 살았다. 마을마다 사람들로 북적였었다. 그 많은 사람들이 작은 논밭에 매달려서 먹고 살았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농촌인구도 절반 이하로 크게 줄었을 뿐만 아니라 고령화현상까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당분간 농촌지역에 인구가 유입될 것 같지도 않아 보인다.

농가당 경작 면적이 넓은 조방농업이 주목받는 이유다. 조방농업이 성립되는 경우는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넓은 토지가 있거나 농업 노동인구가 토지면적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 농업의 기계화가 진전되어 노동력을 절약할 수 있고 단일 농작물을 대규모로 재배할 수 있는 경우 등이다.

농촌지역 주거문제도 혁신적 차원에서 검토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대학교수는 농촌지역의 주거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금보다 농촌인구가 더욱 감소할 경우 주민들의 안전성이나 편리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역별로 아파트를 지어 통합적으로 거주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도시지역 근로자처럼 자동차를 몰고 또는 자전거를 타고 농경지로 출퇴근하고 말이다.

미국에서는 농부(Farmer)라는 명함을 내밀면 굉장히 부러운 사람 대접을 받는다고 한다. 드넓은 대지에 비행기로 씨뿌리고 대형 컴바인으로 수확하는 부자들이 농부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미래 농민들도 미국식 농부가 되지 말란 법도 없을 것 같다. 지금도 연간 몇억대 순수익을 올리는 농민들이 적지 않다. 주목받는 마을기업들도 상당수 있다.

단순한 농산물 생산에 그치지 않고 가공, 유통 그리고 체험관광 등 수익 다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그렇게 되는 과정에서 거쳐야할 과제도 적지 않을 듯싶다.

당장 농촌에 들어가 살려고 하면 돈이 적지 않게 들어간다. 잠잘 집장만은 물론이고 농사지을 땅값도 보통이 아니다. 지금 농촌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따지고 보면 알짜 부자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농촌지역의 부흥, 개혁은 이제 시작해야 한다. 20대, 30대 청년들이 선뜻 도전에 나설 뿐만 아니라 40, 50대도 마음 놓고 농촌생활에 뛰어들 수 있는 종합적인 지원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농촌지역 고령화, 우리나라 농업에 있어 위기인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잘만 활용할 수 있다면 전통적인 농촌과 농업을 새로운 방향으로 개조할 수 있는 기회도 될 수 있을 것 같다. / 박장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