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전후해서 유통가에도 모처럼만에 훈풍이 불었다. 예전에는 못 미쳤는지 몰라도 명절특수는 괜찮았던 것 같다.

이번 추석연휴는 5일이나 계속됐는데 시민들의 추석을 전후한 장보기 성향이 크게 달랐던 것 같다. 추석 전에는 추석 상차리기와 인사성 선물 사는 것이 주를 이루었다면 추석 후 연휴에는 어린이들 의류와 장난감 구매가 대세였다.

박장우 전북포스트 주필

특히 명절날 어른이나 친지들에게서 받은 용돈이 위력을 발휘하는 느낌이었다.

때마침 텔레비전 뉴스에서는 최근 식당가에서는 ‘김영란표 메뉴’가 사라졌다고 했다. 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이 선물 10만원, 경조사 5만원으로 개정되면서 식사 3만원으로 묶여있던 식당가에도 다시 호화판 식단으로 돌아가지 않았는가 하는 이야기였다.

또한 추석 선물로 한우, 굴비 등 고가선물이 인기였다고 한다. 어떤 시민들은 “호텔에 가봐라. 더 비싼 음식들도 얼마나 많고 잘 팔리는가”하며 “김영란법의 취지는 이미 상실됐다”고 비웃었다.

추석 연휴에 만난 친구들이나 친척들에게서 전해들은 이야기 가운데 색다른 것 몇 가지가 기억에 남는다.

첫째는 유명 자동차회사에 다니는 조카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강성노조로도 이름이 알려진 회사인데 생산직 직원들 대부분이 20년 이상 된 사람들이라고 한다. 연봉도 1억원 안팎이고 말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들에게도 팀장이나 차장, 부장 같은 조직체계가 있지만 그와 별도로 평직원들 상호간에는 과장이라고 부르고 있다 했다. 입사 연수로 보면 당연히 과장은 돼 있을 연령이기 때문이다.

전주 3공단이라 불렸던 완주산단에 있는 자동차회사와 관련된 이야기도 있다. 이 공장의 무기 계약직 자리가 인기라고 한다. 무기 계약직으로 입사해서 2-3년 지내면서 정규직이 되는 기회를 갖기 위해서다.

무기 계약직은 정규직이 출근해서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사전에 준비해주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아마 고연봉자들의 노동생산성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기 위해 고용한 사람들 아닌가 싶기도 하다.

공기업 자회사에 다니는 동생에게서는 이런 이야기도 들었다. 현재 60세인 정년을 62세로 늘려주는 방안이 정부 차원에서 검토되고 있다 했다. 국민연금 지급연령을 68세 이후로 늦추는 것에 대한 보상으로 말이다.

곁에서 듣던 20대 공무원은 자기들이 퇴직하는 30년 뒤에는 공무원 정년이 70세로 늘어날지 모른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전한다. 태어나는 인구가 줄어들면서 일할 사람이 적어지고 있기 때문이란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졸 실업자들과 40대 실직자들이 문제라는데 강성노조 기업의 직원들 노쇠 현상이나 일부 직종의 고령화까지 겹쳐 이들 문제의 악순환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지 않나 싶다.

대졸 실업은 대책이 없을 것 같다. 대부분의 청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만 선호하는 상황에서 대졸 실업률을 계속 높아질 수박에 없다.

더 늦기 전에 교육제도를 손봐야 할 것 같고 자식들 대학 보내는 것이 꿈인 부모들의 생각도 바뀌어야 할 것 같은데 그게 가능할 것으로 생각되지 않으니 말이다.

40대 실직자 문제도 심각하다.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도 40대가 되면 계속 다니느냐 아니면 그만두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게 된다고 한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40대 실직자가 가장 많이 늘어났다고 한다.

문제는 퇴직한 40대들이 할 일이 마땅치 않다는데 있다. 다른 회사로 전직하는 것은 자리가 많지 않고 자영업도 이제 한계상황을 맞고 있다. 40대 가장은 돈 쓸 일이 가장 많은 나이인데 말이다.

우리나라에 당면한 문제가 두 손으로도 꼽기 힘든 것 같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쉽게 해결될 수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사사건건 충돌만 하고 있다.

어쨌든 이번 추석명절에도 시민들 주머니가 좀 열렸다. 그것도 공돈이 생긴 사람은 더욱 생기가 돌았고 말이다.

내년 추석에는 경기가 크게 나아져 올해보다 주고받는 용돈도 더욱 풍족한(?) 명절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그리해야 국가 경제도 더욱 살아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 박장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