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교회 목사는 ‘가정평화’를 주제로 설교를 했다. 아마 추석을 앞두고 가족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 아닐까 싶다.

설교 내용은 가족 사이에서 가장 상처를 많이 받는다는 이야기였다. 부모 또는 부부, 그리고 아들딸, 모두 서로에게서 위로를 받기 위해 말을 꺼냈다가 오히려 화만 돋우는 말을 듣는다는 것이었다.

박장우 전북포스트 주필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은 상대방이 가족이니까 자기 편을 들어줄 것으로 믿고 이야기를 하는데 상대방, 그것이 부모든 배우자든 자식이든 제 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이야기 한다며 ‘네게도 잘못이 있구만’하는 식으로 말하면 남에게서 보다 더 큰 상처를 받고 입을 다물고 만다고 한다.

가족 간에는 일단 무조건 감싸주는 방향으로 분위기를 잡아주고 나중에 사리를 따져 해결 방안을 이야기 해줘도 늦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가족은 이성관계가 아니라 감성관계여야 가정이 화목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딸애가 결혼하고 처음으로 추석에 친정집에 왔다. 사위는 백년손님이라는데 아직도 서먹서먹한 게 한 둘이 아니다.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직도 ‘딸자식 가진 사람은 약자’라는 느낌을 덜지 못한다. 첫 명절에는 사돈집에 선물도 듬직이 보내야 한다며 모두 “우리 딸 잘 봐 달라”고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속으로 “대학까지 보내 돈벌이 할 수 있도록 키웠고 그리고 공짜로 줬는데 무슨 소리” 하다가도 꼬리를 내리고 만다. 그게 아마 딸 가진 부모 심정 아닐까 싶다.

요즘은 예전 같은 고부관계는 찾기 힘든 세상이라 한다. 반대로 시어머니가 며느리 눈치를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리해야 세상만사가 평안해진다는 것이다.

대신 장모와 사위간의 관계가 새로운 초점이 돼가고 있다고 한다. 장모와 사위 사이가 원만해야 양쪽 집안이 평화로워 질 수 있다는 의미 아닐까 싶다.

그래서 그런지 텔레비전에서도 ‘백년손님’이란 프로가 인기다. 천하장사 이만기씨가 출연, 처가 동네 할머니들하고 노닥거리는 것이 전국으로 소개된다. 장모가 사위 놀려먹기도 재밋거리로 등장한다.

딸애 엄마가 자기 집안 문제를 들고 나올라치면 곧바로 ‘출가외인’-출가하면 남의 집 사람이니까 간섭하지 말라고 하면 옆에 있던 딸애들이 강하게 반발한다. “요즘에는 딸이 아들보다 낫대”. 딸밖에 없는 내게는 기분이 나쁘지 않은 말이지만...

추석 전날에는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사촌형제들이 음식점에서 만난다. 시집간 여자들도 애들을 데리고 참석한다. 많이 참석할 때는 40명 가까이 된다.

몇십년 전만해도 설날에는 가까이 사는 친척들이 어른들을 찾아다니며 세배를 올리곤 했는데 지금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래서 추석전날 친척들이 모이고 있는 것이다. 멀리 떨어져 살아도 잊지는 말자는 의미에서 말이다.

친척 모임에 가면 잘난 사람도 없고 못난 사람도 없다. 생김새가 다를 뿐이고 직업이 다를 뿐이다. 다만 나이 든 어른들이 대접을 조금 더 받는다.

나이 든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가족이, 피붙이가 전부이다 시피한다. 가족이 있었기에 그 많은 인생의 역경도 헤쳐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중국의 소설가 임어당은 ‘소박한 가족생활의 즐거움에 인생의 참된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추석이나 설 명절이면 무슨 무슨 증후군이 회자되곤 한다. 아마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거나 못하는 데서 발생하는 스트레스 아닐까 싶다.

음식솜씨가 없는 며느리에게 핀잔주거나, 결혼하지 못하는 노처녀 손주에게 닦달이하거나, 취직 못하는 조카에게 눈치없이 자꾸 묻거나 해보라. 상대방이 어떻게 나올지 안 봐도 뻔하지 않을까 싶다.

심할 경우 명절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이혼하는 가정도 없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다.

올 추석명절은 온 가족이 서로간의 부족한 것을 채워주고 위로하는 시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라면 입을 다물 줄 아는 지혜도 필요할 것 같고 말이다.

교회 목사 말씀처럼 가족은 감성이 앞서야 할 때도 적지 않은 것이다. 따뜻한 마음과 따뜻한 말이 오고가는 추석명절이 됐으면 싶다. / 박장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