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혈압약을 바꿨다. 담당의사가 그동안 복용해오던 혈압약이 조만간 단종된다고 했다며 혈압약 교체를 처방했다. 잠시 찜찜한 바도 없지 않았으나 더 이상 설명은 요구할 수 없었다.

  몇 달새 혈압약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져 왔다. 우리나라에서 제조되는 혈압약에 사용되는 중국산 원료에서 발암성분이 검출됐다고 해서다. 처음 논란이 될 당시에는 혈압약 종류가 수백가지에 이를 정도였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발암성분이 검출됐다는 중국산 원료가 안들어간 혈압약이 없다는 소문도 없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번에 그동안 복용했던 혈압약이 곧 없어진다는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그래서 수개월동안 복용했던 혈압약에도 발암성분이 들어있지 않았을까 하고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다니는 가정의학과 의원에서 혈압약을 처방받기 전, 4-5년 동안 혈압약 복용을 중단한바 있었다. 당시에는 내과의원을 다니고 있었는데 담당의사가 상태가 좋으니 당분간 약을 먹지 말고 지켜보자고 해서다.

박장우 주필

 그동안 혈압약과 관련, 두 군데 동네의원을 이용했는데 지금 다니는 가정의학과와 처음 다녔던 내과의원이 그곳이다. 두 의원의 혈압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 달랐던 것 같다.

  내과의원에서는 혈압체크는 물론 배에 청진기도 대보며 진찰을 했다. 그리고 혈압의 수치에 대해서도 최고 혈압의 경우 140-150정도면 큰 일 나는 것처럼 말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가정의학과에서는 나이 많은 사람들의 경우 혈압이 조금 높아도 별 걱정할 것 없다는 분위기였다. 오히려 혈압이 너무 낮으면 혈액순환이 지나치게 빨라져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도 해주었었다.

   어쨌든 내과의원에서 혈압약 중단 처방을 받았을 때도 그렇고, 이번에 혈압약 교체를 요구받았을 때도 의사의 의견에 전적으로 따랐다. 그게 환자된 입장에서 당연한 태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혈압약을 처음 먹게 될 당시, 주변에서는 별의별 조언이 잇따랐다. 일부 친구들은 혈압 약은 한번 먹으면 평생 먹고 살아야 하니 먹지 말고 버텨보라고도 했다.  

  혈압약 복용을 중단한 이후에도 불안감을 느낀 경우도 없지 않았다. 한달 정도 지난 이후 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다시 병원을 찾기도 했다. 담당의사가 진찰해보고 “정상이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혈압약 교체는 발암성분 논란 뒤의 일이라 뒷맛이 남아있는 것 같다. 혈압약을 먹는 우리 국민들이 600만명이나 된다고 하니 비슷한 느낌인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 같다.  

  원래 모든 약에는 독성분이 들어있다는 이야기도 없지 않다. 독으로 병을 다스리는 원리 때문이란다. 약 복용에는 부작용이 없을 수 없다는 의미 아닐까 싶다.  

   일부 선진국의 경우 의사들도 약 처방은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되도록 이면 신체적인 저항력을 이용, 병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특히 내성이 생긴다는 항생제의 경우 더욱 그러하고 말이다.

  우리 국민들 상당수는 상대방, 그것이 전문가이든 아니든 상대방의 주장에 선뜻 동의하지 않으려 한다. ‘아니’ ‘잠깐만’이란 말이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곤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며칠 사이에 같은 사항을 놓고도 의견이 바뀌기도 하는 것이 우리 국민이다. 심지어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여 개인적인 의견을 접고 상대방의 의견에 동의하는 주장을 펴는데도 반대의견을 고집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특히 건강문제에도 자신이 잘 알고 있다는 상식을 고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건강상식은 우리들이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보편타당한 지식을 말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민들이 건강상식으로 알고 지내는 것들도 잘못된 경우가 없지 않다고 한다.

  1945년 미국의 음식영양위원회는 하루에 물 8잔을 마시라고 권유했다 한다. 그러나 사람은 개인마다 체질이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 하루에 8잔 이상을 마시는 것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가 있다고 한다.

  어쨌든 그동안 복용했던 혈압약에 발암성분이 들어있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건강상식 으로서가 아니라 의사의 처방은 무조건 믿고 싶으니까.  / 박장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