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골지역을 돌아 다녀보면 눈에 띄는 게 몇 가지 있다. 첫째는 태양광발전소 설치를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나붙어 있는 것이고, 둘째는 골짜기나 계곡 등 사람들이 찾을 만한 곳마다 펜션이나 산장 등이 무차별적으로 들어서고 있다는 것이며, 셋째는 소나 돼지 또는 닭을 키우는 축사 관련 민원이 한풀 꺾인 것 같다는 점이다.

박장우 전북포스트 주필

태양광발전소 설치를 반대하는 플래카드는 읍면단위 마다 서너 개 이상 내걸린 것 같다. 주민들은 마을 인근지역은 물론 멀리 떨어진 지역에 태양광발전 시설이 들어서는 것도 극력 반대한다.

주민들이 태양광발전 시설을 강력 반대하는 이유는 전자파 발생으로 인체에 해롭다는 것이 하나이고, 햇빛 난반사로 농작물이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 둘째인데, 궁극적으로는 땅값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염려하는 때문인 듯싶다.

완주 고산에는 마을주민 전체가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 전기를 아낄 수 있고 남는 전기를 한전에 팔아 짭짤한 수입도 올리고 있다고 하는 것을 보면 태양광발전으로 인체나 농작물에 미치는 피해는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

반면 피서객이나 휴가철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지역에는 펜션이나 산장 같은 숙박시설과 음식업소가 급증하는 추세다. 특히 물이 깨끗한 골짜기나 계곡에는 기업형태의 시설들도 적지 않다.

도시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장수 번암의 지지계곡이나 임실 성수 오봉저수지 상류지역에는 곳곳에 숙박시설이나 음식업소가 들어서 성업 중이다. 대부분 외지인들의 소유로 보이는데 투자 금액이 상당할 듯 여겨진다. 일부 계곡의 경우 개인 소유지로 완전 통제되다 시피 하는 곳도 있다.

펜션이나 산장 또는 음식업소는 지역주민들로부터 반발은 사지 않는 것으로 들린다. 아마 태양광발전소와 달리 펜션 등은 땅값 상승 효과가 적지 않기 때문 아닌가 싶다.

대부분 고령층인 주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언젠가 처분해야 할지도 모를 땅값이 오르는 것이 마냥 싫지 않은 모양이다.

그리고 한때 주민들의 집단 민원을 샀던 각종 축사들은 더 이상 신축되거나 증축되지 않는 것 같다. 미국산 쇠고기나 유럽산 돼지고기 수입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규제강화로 축산폐수 정화시설 등을 하는데 드는 재정적 부담이 작지 않은 것도 한 이유로 여겨진다.

물론 지금도 농촌지역에 가면 소나 돼지 축사의 악취가 진동하는 곳도 적지 않다. 다만 배출되는 오폐수의 경우 예전처럼 하천에 무단방류하는 것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농촌지역도 이제 청정자연이 가장 값비싼 자산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펜션 등 관광 사업이 훨씬 이득이라는 사실도 깨닫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농촌지역에 도시지역 돈 많은 사람들 중심의 기업식 숙박시설이나 음식업소가 들어서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지역주민들에게도 결코 좋은 결과로 귀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염려인 것이다.

예전 같으면 아직도 생태계가 완전히 보존돼온 상류지역 골짜기는 지역주민들이 공유하는 자산이기도 했으나 지금은 완전히 개인 소유로 바뀌어 지역주민의 출입조차 제한하고 있다.

그리고 농촌지역의 무분별한 숙박시설 설치는 도시지역의 원룸과 같이 과열될 경우 흉물로 방치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실제 현지에서 보면 빈집으로 전락한 민박집들도 없지 않다.

게다가 일부 상류지역은 지역주민 등의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도 적지 않은데 숙박시설 등이 대거 들어서면서 수질오염마저 위협받고 있다. 장수 동화댐 상류에는 곳곳에 상수원 보호 안내판이 설치돼 수영이나 낚시 또는 취사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으나 제대로 지켜질까 의심될 정도다.

농촌지역에서 피서객 또는 농촌생활 체험객들은 대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관광농업은 앞으로 더욱 주목받지 않을까 싶다. 농촌지역도 이제 단순한 농작물 생산에 그치지 않고 가공, 유통, 관광 등 고부가가치 농업으로의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펜션이나 산장과 같은 농촌지역 숙박시설과 음식업소도 지역주민들의 소득과 연계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외지인들의 무차별적 농촌지역 펜션 투자가 달갑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 박장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