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만났다. 그는 전북 무장관시대에 가장 최근 장관을 지낸 전북 출신 인물이다.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60)을 만났다. 전북 무장관 시대에 그는 가장 최근의 전북 출신 장관이다. 지금은 거의 야인에 가깝지만 전북 발전에 밑거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알아주지 않아도, 드러내 놓고 자랑하지 않으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다. 자리에 욕심이 있어서가 아니고, 전북 발전이 목표라서 그런다고 했다.

그는 현재 공식 직함은 새누리당 전주 완산을 위원장이다. 국무총리 직속 새만금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불모지인 전북에서 ‘새누리당’ 명찰을 달고 척박한 땅을 일구고 있다. 그의 말마따나 ‘삼수생’이다. ‘삼수생’이라면 도전 의지가 전제돼 있다. 우연에 가깝게 만들어진 그와의 대화는 유쾌했다.

정운천 전 장관의 명함 뒷면. '섬기겠습니다' 인상적이다.

정 전 장관은 ‘전북이 동북아의 중심이 되는 시대’를 화두로 새해 꿈을 풀어냈다. “지난해 갑오년은 전북이 최악의 저점이었다”며 “올해 을미년부터는 전북이 다시 일어나는 시기”라고 희망을 얘기했다.

“지난해는 동학으로부터 두 번의 갑오년(甲午)이 도래한 해였다. 그 중간인 1954년, 갑오년은 전북이 최고 전성기를 누리던 시대였다. 모든 정치 권력이 전북으로 집중됐고, 경제도 전북이 주도권을 갖고 있었다. 전북의 농업이 가장 중시되던 사회였다”고 말했다.

그는 1954년생이다. 1954년의 전북은 실제로 대한민국의 중심이었다. 해방 이후 한국정치사는 전북인이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성수, 백관수, 김병로, 나용균, 윤제술, 소선규, 조한백씨 등 전북 출신이 한국 근대사의 주역이다.

정 전 장관은 올해를 전환점으로 전북은 획기적인 발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전북은 ‘칠흑 같은 어둠’이라고 표현했다. 그 ‘아픔을 딛고 희망을 노래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전문적인 정치인이 아니라 농업인이다. 참다래 농장에서 묘목을 돌보는 장면.

전북 현대 프로축구를 관람하는 정 전 장관.

“해방 이후 지금처럼 좋은 기회가 없었다. 식품산업 기반으로서는 유일한 식품산업 클러스트가 있고, 지역 단일 사업으로는 유일하게 특별법을 가진 새만금, 미래 탄소산업 기반, 국민연금기금본부 유치, 농식품 산업의 허브 구축 등이 전북 발전의 밑거름”이라고 강조했다. 전북이 이런 살림 밑천을 바탕으로 그림을 잘 그려나가면 동북아의 중심이 된다는 요지다.

또 하나는 전통 기반을 바탕으로 전북의 전통문화. 전통이 관광 및 레저산업과 결합되면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전주 한옥마을에 사람이 그리 많이 올 줄 누가 알았냐?”며 “전북의 운(運)이 도래하고 있으며, 이런 것들이 다 좋은 징조”라고 풀이했다.

정 전 장관은 지금도 나름 지역 발전을 위해 보이지 않게 일하고 있다. 새만금 특별법 제정과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 전북 유치에도 공이 컸다. 자신은 특정 정당에 소속된 당료가 아니라 지역 발전을 위해 몸 바칠 수 있는 ‘애향인’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순창 고추장 마을.

그는 “전북이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만큼 화합과 소통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전북 도민들이 깨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북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만큼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중요하다는 역설이다.

정 전 장관은 “두 번의 고배를 마시고도 5년동안 지역을 떠나지 않고 지역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점을 봐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진정성’을 얘기했다. “오로지 전북 발전을 위해 일해 온 진정성이 통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광우병 사태 해결과 관련해 “대한민국 공무원들은 정운천에 대해 지금도 미안함을 갖고 있다”며 “중앙 부처와 공감대를 갖고 있는 만큼 도민들이 일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리=강찬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