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worl Seok은 현재 미국 애틀랜타에 살고 있다. 전주 성심여고와 전북대학교를 졸업했다. 한국 이름은 정지월.

2015년 새해가 시작됐다!

어제의 해가 같은 방향으로 지고 또 오늘 같은 방향에서 떴을 뿐이지만 누군가는 새해 첫 해를 만나기 위해 눈보라를 뚫고 산정상에 오르기도 하고, 누군가는 자정 예배에 참석하며 새해 첫 시간을 맞이하기도 하며 각자 가장 의미있는 새해맞이를 준비한다.

어제와 다를 것 없는 한 날일 뿐이지만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새 날로 여기고 싶어하는 건 지나간 시간에 이루지 못한 일들에 대한 후회와 지우고 싶은 실패와 원하지 않았던 불운을 떨쳐버리고 싶은 까닭일 것이다. 그래서 시간을 다시 셋업하여 자신에게 또 한번의 기회를 주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난 올 새해를 가장 의미없고 세속적이며 천박하게 맞은 사람일 것이다.
멕시코의 한 리조트 호텔에서 샴페인과 춤과 함께 시끌벅적하고 퇴폐적(?)으로 맞았으니...

그 흔한 새해의 결심도 바람도 없었다. 해마다 나의 새해 결심은 내가 얼마나 의지박약형 인간인가하는 깨달음만 줬을 뿐이고, 이젠 그 어떤 결심과 소원도 내 노력 없이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내가 바뀌지 않는 한, 내가 만들어내는 하루하루가 쌓여 또 일년이 될 터인데 무슨 변화와 발전을 기대하겠는가 말이다. 이 새해에 뭔가 원하는 게,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계획표나 wish list(위시 리스트)를 적고 있는 책상을 박차고 행동을 해야만 할때라는 걸 안다.

살을 빼고 싶다면 운동화끈을 매고 뛰어나가야 하고, 어지러운 내 머릿 속을 정리하기 위해선 걱정대신 책상과 옷장을 먼저 정리할 것이며, 은행 잔고를 걱정하기 전에 씀씀이를 줄여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몇년전까지 난 내가 좋았다. 그래서 어려선 엄마가, 결혼해서는 남편이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바뀌지, 아니 바꾸지 않는 내 모습이 있었다. 근데 언제부턴가 이런 내가 틀릴 수도, 피해자를 가장한 가해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우리는 항상 잔소리하는 사람에게 비난을 돌리는 경향이 있으므로) 그리고 내가 자기도취에서 깨어나는 순간 마법은 풀려 세상은 갑자기 살기 힘든 곳이 되어 버렸다.

내가 얼마나 안일하게 살아왔는지, 얼마나 운좋은 인간인지 깨닫는 순간부터 인생이 꽃밭에서 지뢰밭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여지껏 내가 잘나서 잘살고 있다고 믿어왔고, 내가 하는 건 nobles oblige(노블레스 오블리지)로 생각하며 교만에 빠져 살아왔다. 한갖 평민인 주제에 이랬으니 얼마나 주제 넘는 오만방자함이었던가?(주제를 몰라도 너무 몰랐다!)

자신을 직시하는 것은 아프다.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은 더 아프다.
그래도 이 아픔이 없이 성장은 이뤄지지 않음을 알기에, 몸의 성장기를 지나도 한참 지나 노쇠기를 알리는 이 나이에도 정신의 성장을 계속해 나가야 할 필요를 느낀다.
그래서 이 새해에는 어떤, 눈에 보이는 계획 보다도 내 자신이 변하고 싶다. 좀 더 나은 나로...
하지만 이 또한 결심이 될까 두렵다. 나의 결심은 항상 나를 배반해왔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