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전북지방경찰청을 출입하는 기자들 사이에서는 작지 않은 해프닝이 있었다고 한다. 전북기자협회가 전북경찰청이 언론 보도에 대해 통제하려고 했다며 긴급 규탄성명을 발표한 것이 그것이다.

전북경찰청에서는 최근 단행된 인사에 대해 내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는데 언론이 이를 보도하자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홍보계장을 문책성 인사조치 하지 않았느냐고 출입 기자들이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 일부 언론사들은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사안을 보도하지 말아 달라는 경찰의 부탁을 받았다”는 것이고 “몇몇 경찰 간부들도 기사가 나가면 위에서 불편해한다며 언론의 보도 자제를 요구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한다.

박장우 전북포스트 주필

지난해 11월에는 익산시의회에서 관내에서 활동하는 언론사들의 기사와 관련, 언론중재위의 정정 결정을 1회만 받아도 익산시의 홍보성 예산을 1년 동안 지원받지 못하도록 하는 조례를 개정, 물의를 일으킨바 있다.

기관, 단체들의 비판 언론에 대한 통제나 재갈물리기는 심심찮게 벌어지는 일 중 하나다. 특히 최고 책임자의 언론관에 문제가 있는 경우 비판 언론에 대한 지나친 대응도 마다하지 않았던 사례도 없지 않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바라보면 기관 단체의 언론 통제 또는 언로 차단은 결코 좋은 결과로 연결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언젠가는 문제점들이 드러나게 됐고 축적된 불평불만은 급기야 사태를 걷잡을 수 없는 심각성을 띠고 폭발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우리 국민들은 아주 보기 드문 장면을 목격한바 있다. 상명하복이 조직의 생명이다 시피 하는 경찰에서 하급 지휘관이 최상급자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장면이 연출된바 있다.

광주지방경찰청장을 지낸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이 광주청 근무 당시, 전국적으로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 광주지방경찰청의 공식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에 올린 일명 「민주화성지」 게시글을 이철성 경찰청장이 삭제 지시했다고 폭로하고 나선 사건이 그것이다.

양측의 설전은 몇 차례 거세게 전개됐는데 경찰 조직이 흔들리는 상황까지 이르게 될 조짐을 보이자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이 나서 겨우 수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이런 세상이 됐다는 이야기다.

요즘은 ‘가치관의 혼돈시대’라는 말도 회자된다. 예전 시각으로는 당연시되던 일도 다르게 받아들이는 세대가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평창올림픽 북한참가 문제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과 불과 4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그때 하고 지금 우리 국민들의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에 엄청난 변화가 생겼고, 이로 인해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공동입장이나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이 확 바뀌었다는 이야기다.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규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일반적인 국민들의 생각은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가상화폐에 직접 투자한 20, 30대들은 왜 규제하느냐고 아우성이라고 하지 않는가 말이다.

그리고 지금 예전 사고방식으로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하고, 가상화폐 규제에 나선 정부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것 아닌가. 정부에서 언론을 활용, 해명이나 홍보를 하려고 해도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말이다.

또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명박, 박근혜 전정부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보면 영원히 감춰질 수 있는 게 있을까 하는 생각도 없지 않다. 한때 충성을 마다하지 않았던 심복들도 모두 입을 열고 있다. 그리고 당시 언론을 통해 조금씩 흘러나왔던 의혹 기사들이 점차 사실로 밝혀지고 있는 것 같고 말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기관 단체들은 언론을 통제하거나 언로를 차단하려고 하지 않는다. 인터넷이나 SNS 등 통신수단 발달로 잘못하다간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을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기관 단체의 언론 통제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사실이다. 특히 조직 내부 불평불만은 그때그때 해소될 수 있도록 스스로 자정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듯싶다. / 박장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