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동남부에 자리하고 있는 애틀랜타는 한국의 자연과 많이 닮아 있다. 한국보다 겨울이 훨씬 온화하고 짧은 것만 제외하면 사계절이 있고, 소나무도 많아 타지에서 방문하는 한인교포들에게 친근감을 준다.

겨울엔 눈이 거의 안내리고 낮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날도 많지 않고, 또 연중내내 골프를 즐길 수있어 특히 노년층에게 인기가 많아 은퇴후 이곳으로 이주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우리 부모님도 혹독한 한국의 한파를 피해 이곳에서 겨울을 나시곤 한다.

무엇보다 대도시권임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이 현저히 낮아 기후, 문화, 생활비 삼박자를 고루 갖춘, 살기에 좋은 곳이다.

나도 1988년 필라델피아라는 미국 북동부 도시(남북전쟁전 미국의 수도)에서 미국생활을 시작한 후 2004년 이곳으로 이주하기까지는 미국 문화와 교육의 중심지에서 산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Jiworl Seok은 현재 미국 애틀랜타에 살고 있다. 전주 성심여고와 전북대학교를 졸업했다. 한국 이름은 정지월.

U Penn, Swarthmore, Haverford, Bryn Mawr, Thomas Jefferson, Curtis와 같은 명문학교들. 세계수준의 Philadelphia Ochestra와 Philadelphia Art Museum(영화 'Rocky'에서 실버스타 스탤론이 운동삼아 올라가던 계단 많은 곳)같은 명소들이 있고 고풍스런 건물들이 음울한 하늘을 배경으로 서있던 필라델피아는 내가 그리던 미국의 모습이었다.

특히 내 학교는 그중에서도 가장 유서있고 아름답던 기념비적인 건물들이 즐비한 중심가에 위치하고 있어 사방이 역사요 문화의 현장이었다. 미술사 수업중 한학기는 아예 그 유명한 미술박물관에서 듣기도 했다.

하지만 필라델피아는 북쪽으로는 미국 경제의 중심인 뉴욕으로 두시간, 남쪽으로는 미국정치의 중심인 워싱턴에서 세시간 거리에 위치한 끼인 어정쩡한 도시다. 시간이 지날수록 역사만 남은, 지는 해가 되어 취업률이 좋지 않아 젊은이들이 떠나는 도시가 되어가고 있다.

동생의 결혼으로 처음 방문한 애틀랜타는 '남쪽에 뭐가 있겠어?'(대부분의 북부 사람들이 그리 생각한다)하며 심드렁하게 도착했던 우리 부부를 단 숨에 빨아들였다. 고집세고 변화를 죽기보다 싫어하는 남편이 31년의 필라델피아생활을 접게 할 만큼 매력적이었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공항과 쫙빠진 양편 10차선 도로로 놀래키더니, 수준 높은 한국 떡과 빵으로 유혹하고, 마침내 너무나 예쁜데 훨씬 싼 집들(실제로 Southern Living 이라는 잡지가 있을 정도로 남부의 가옥 문화는 화려하다)로 굳히기에 들어간다.

그렇게 시작된 애틀랜타 생활 만 십년!

처음엔 북부와는 다른 억양과 확실히 피부로 느껴지는 외부인에 대한 반감 및 무관심에 어색하기도, 속상하기도 했지만 이젠 나도 남부의 정서와 문화가 익숙해지기 시작한다.(한마디로 남부의 정서를 축약하자면 "아! 옛날이여!" 다.)

그리고 남부에도 Emory, Duke, Vanderbilt, Georgia Tech 같은 명문학교가 있다는 것도, 바로 우리동네 뒷집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나오는 것 같은 옛 대지주의 저택이며, 일찍이 노예해방으로 자유로웠던 북부 흑인에 비해 흑인 인권이 훨씬 약했던 남부였기에 마틴 루터 킹 같은 인권주의자가 나왔으며, 남북전쟁의 패배로 농업경제였던 남부가 노예제도의 폐지로 인한 타격으로 쇠락의 길을 걸으며 자연스레 생긴 '남부의 한' 같은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도 이젠 느리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듯한 남부의 정서가 더 편한 나이가 됐다. 우리 가족중 누구도 우리가 남부 애틀랜타에 살게 될 줄 몰랐다. 그러나 지금은 남편의 4형제와 시아버님, 내 남동생네 가족까지 여기에 살고 있다. 그리고 모두 이제는 이곳을 좋아한다.

편견은 무지에서 시작된다. 누군가 많은 편견과 고정관념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의 경험없음과 편협한 성격과, 그리고 교양없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교양이란 절대적으로 교육의 길고 짧음에 있지 아니하고, 나와 다른 것을 수용하지 못하는 태도와 사고의 문제다. 먹어보지도 않았으면서 신포도로 규정해버리는, 게으름에 기대어 한평생을 사는 사람은 높은 곳에 열린 포도의 꿀맛을 평생 모를 것이다.

남양공업의 전라도 사람 차별을 보고 하도 어의가 없어 하는 말이다. 참... 대한민국 웃기는 나라다! 그런 걸 버젓이 올릴 수 있고, 올려도 법적으로 무사할수 있다니 말이다. 그 많은 변호사들은 다 뭐하시는지... 아니면 대한민국법엔 아예 이런류를 처벌할 수 있는 법조항이 없는건지...

이러니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은 아예 인권이란 게 없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 온다. 이런 걸 보고도 전라도 사람 아니니 상관없다, 다행이다 여기고 있을 다수의 국민에게 말하고 싶다.

이 차별은 당신에게 분명히 다른 모습으로 돌아오고, 어쩌면 어떤 모양으로든지 지금 받고 계시는 중이시라고... 혹시 못 배웠다고, 못 생겼다고, 돈 없다고, 키 작다고, 뚱뚱하다고, 나이 많다고 차별 받고 계십니까?

그렇다면 당신도 출신 지역과 상관없이 전라도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