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석 전북대 총장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이라고 봅니다. 어떤 것을 일으켜 세우는 것도 어렵지만 무너지는 것은 하루아침 입니다. 전북대의 위상이 어느 정도 세워진 만큼, 이를 유지하고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더 큰 노력이 필요합니다.”

전북대 서거석 총장을 2014년 12월12일 저녁에 만났다. 임기 하루 전이다. 전북대언론인회 임원들과의 이임 축하 및 송년을 겸한 저녁 자리다. 전북대 출신인 서총장에게는 동문들이어서 비교적 편안한 자리다. 서총장은 전북대언론인회 당연직 명예회장이자, 총장 임기가 끝나도 고문이다.

서총장은 전북대 총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끌었다. 전북대를 세계적인 대학의 반열에 올려놨으며, 2014년도에만도 교육부 지원사업에서 6관왕을 차지했다. 국립대 혁신 평가, 특성화사업, ACE(선진화선도대학 지원 사업)사업 1위 등 셀 수 없이 많다.

서총장은 지난 8년 재임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익산대 통합을 꼽았다. 익산대 통합은 2007년에 작업이 진행되고 2008년 3월에 통합이 이뤄졌다.

2007년 당시 전북대와 익산대 통합 관련 익산시민설명회

“통합 설명회가 익산에서 열리는 데 살벌한 분위기였어요. 익산 문화회관인가... 2층까지 있는 큰 공간을 주민들이 꽉 채웠어요. 통합 당위성을 설명한 뒤에 질의응답도 했고... 여기저기 고함이 들리는 등 처음에는 격앙된 분위기였는데 조금씩 누그러지더라고...”

전북대와 익산대 통합 관련 익산시민설명회는 2007년 5월16일 오전11시 솜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다. 당시 이한수 시장을 비롯한 시민, 시민단체 600여명이 설명회에 참석했으며, 익산시민들은 전북대를 집중 성토하는 분위기였다.

“나는 오래 살 겁니다. 그 때 하도 욕을 먹고, 화형까지 당했거든...”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북대와 익산대의 통합은 전북대가 오늘날 세계적인 대학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된다. 빼대만 갖춰진 전북대에 익산대가 가세하면서 비로소 근육을 만들 수 있는 기본 체력이 갖춰진 것이다.

서총장은 “그 전까지만 해도 충남대와 비교할 때 각종 지수에서 조금씩 처졌어요. 학생수도 조금 적고, 교수도 조금 적고... 우리가 더 일찍 생겼는데... 그게 은근히 사람을 속상하게 해요. 근데 익산대가 통합되면서 우리가 다 우위에 선 거야. 아 정말 속이 시원했지...”

서총장은 재임중 아쉬움으로 전북대에 약학대학을 유치하지 못한 점을 꼽았다. 인수공통전염병 연구소가 들어서는 등 약학대학은 전북대의 필수 학과다. 약학대학 유치가 순조롭게 진행됐으나 무산됐다. 주변 대학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도 한 이유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약학대학 유치는 앞으로도 전북대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서총장은 전북대가 오늘의 위상을 확보한 것은 교수 개혁이 성공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강력한 교수 혁신으로 대학 전체의 변화를 주도한 것이다.

2014년 12월10일 전북대 삼성회관에서 열린 서거석총장 이임식.

“대학은 교수, 학생, 연구로 구성되는데 열쇠는 교수들이 쥐고 있다고 봤다. 교수들이 사실은 크게 긴장을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연구 풍토를 정착하기 위해 연구 논문수를 2배, 4배로 늘렸는데 교수님들이 뜻을 이해하고 따라주셨다. 그래서 2009년에는 SCI논문 증가율이 40%에 달해 전국 1위에 오를 정도였다. 다른 대학들이 깜짝 놀라고, 지금은 수십개 대학에서 우리 대학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서총장은 취임하자마자 교수 승진 기준을 강화했다. 조교수가 정교수로 승진하려면 최소 14편의 논문 실적을 제출하도록 했다. 종전에는 6편이었다. 2배 이상 늘린 것이다. 2년에 1편, 저자가 다수면 1년에 50% 지분 이상의 논문을 쓰도록 했다. '국립대 교수는 철밥통'이라는 공식을 깼다.

그 과정에서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기준을 이루지 못한 교수 5명이 그동안 퇴출됐다. 2명은 내년 2월말에 퇴출이 예고돼 있다. 재임 기간중 7명의 교수가 연구 업적을 내지 못해 학교를 떠나게 된 것이다. 그 7명 가운데 6명이 국내 최대 명문으로 꼽히는 대학 출신이다. 명문 졸업장만 믿고 연구를 소홀히 한 것이다.

서총장은 지방대를 나와서도 얼마든지 학문적 성과를 이룰 수 있다는 점을 학생들에게도 강조한다. 화학과 최희욱 교수가 대표적이다. 최교수는 세계 최고 저널인 ‘네이처’에 6차례나 논문을 게재한 석학이다. 세계 3대 과학저널인 '사이언스' '네이처' '셀' 등에는 논문 한 편만 실려도 학자로서는 영광이다. 국내 교수 가운데 논문 한 편 싣지 못한 교수가 태반이다.

“최 교수님은 대단하신 분입니다. 전북대 출신으로서 세계적인 업적을 이뤘습니다. 꾸준하고 성실하게 학문에 임하는 자세가 그 분을 만든 겁니다. 저도 제자들에게 본받도록 합니다. 어디서 공부를 하던 열심히 연구하면 최고의 성과를 올릴 수 있다.”

전북대는 최교수의 연구에 참여해 왔던 조교 2명을 전북대 교수로 임용했다. 해당 학과 교수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서총장이 결단을 내려 강행한 것이다. 연구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이들에게 기자재 구입과 연구 설비 등을 위해 각 1억원씩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능력있고 열성을 가진 교수는 지원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전북대 최희욱 교수. '네이처'지에 6차례나 논문이 실린 전북대 출신의 세계적인 학자다.

지난 8년 동안 그의 어깨 짐은 무거웠을 것이다. 한시도 시름없는 날이 없고, 맘 편히 술 한잔 못했을 것이다. 그가 그 짐을 내려놓고 당분간 외국에 다녀 올 예정이다. 2월말이나 3월초에 미국으로 떠날 예정이다. 2학기 때는 일본을 계획하고 있다. 부인이 백순에 가까운 노모를 모셔야 하는 바람에 혼자 생활하게 된다.

서 총장은 전북대를 세계적인 대학 반열에 올린 만큼 대외적인 역량을 인정받고 있어 보다 큰 쓰임새도 있을 것이다. 8년전 불모지에서 꽃을 피웠듯이, 개인적으로 인생의 꽃을 피우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2014년 12월14일부터 그는 일반 교수로 돌아간다. 모처럼만의 평범한 일상이 될 것이다. “내 차도 없다. 아침에 아내차로 집사람 데려다 주고, 낮에는 내가 쓰다가 저녁에는 모셔 오는 기사 생활”로 월요일 아침을 시작할 것 같다. /강찬구기자

이임식장에서 제자들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는 서거석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