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시작된 올해 국회 국정감사는 여야간 공방이 지나치다 싶을 만큼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 여야 모두 지지 세력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의도 때문이란 풀이다.

포문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먼저 열었다. 홍대표는 지지난주, 국감을 앞두고 자신의 수행비서 휴대전화에 대한 검경 그리고 군 등 6건의 통신자료 조회가 있었다며 이는 명백한 정치사찰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현 정부 들어 시행된 통신자료 조회는 2건뿐이라며 전 정부의 흑역사를 반성하라고 반박했다.

박장우 전북포스트 주필

문재인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야당대표의 지적이니만큼 공박만하지 말고 명확하게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검경과 군은 수사상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홍대표는 다른 것은 몰라도 서울 중앙지검의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재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홍대표의 정치사찰 주장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정치적으로는 전혀 무의미한 행동이 아니라고 해석한다. 첫째는 홍대표의 주장을 지지자들은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인권침해라 할 수 있는 수사기관들의 무차별적인 통신자료 조회가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국감이 실시되던 날, 청와대는 ‘세월호 사고 대통령 최초 보고시점 조작’ 의혹을 전격 주장했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직접 나서 자칫 태풍급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민감한 문제를 던진 것이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즉각 박근혜 전대통령의 추가 구속을 유도하고 국감 물타기를 위한 정치공작이라고 반발했다.

자유한국당은 “세월호 사고 대통령 최초 보고 시점 조작의혹을 국감 첫날, 전격 발표한 것은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며 국정조사까지 벼르고 있다. 보수언론들도 이점을 중점적으로 부각시키면서 힘을 싣고 있는데 역시 지지 세력을 향한 구애작전으로 비쳐진다.

이번 국정감사는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번째 맞는 국정감사다. 주된 타깃은 문재인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잘못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의혹도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고 말이다. 여야간에 시시비비 대상이 그만큼 많다는 사실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감방향을 ‘적폐청산’으로, 그리고 야당 대표인 자유한국당은 ‘정치보복’으로 맞대결하는 양상이다. 여당이 무슨 주장을 하든 야당은 모두 정치보복으로 맞불을 놓는다는 것이고 반대의 경우에는 또 다른 공방으로 몰고 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풀이다. 국정감사의 선(善) 기능을 전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국정감사는 유신헌법 이후 폐지되었다가 1987년, 5공화국헌법에 의해 부활되었는데 당시에는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었다. 십여 년이 넘게 쉬쉬하고 지냈던 사실들이 국감을 통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특히 전두환 일가의 초호화 묘지 등은 온 국민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었다.

그런 국정감사도 햇수를 더해가면서 재미가 급속하게 반감됐다. 특히 최근에는 인터넷 등의 발달로 비밀스런 일도 많이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국정감사도 그동안 언론에 제기됐던 문제를 재론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특히 정치적인 사건의 경우 대부분 상대적인 속성을 갖고 있어 진실규명이 어려운 측면도 없지 않았던 것 같다.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정권 교체는 주기적으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미국과 같이 짧게는 4년, 길게는 8년 주기로 정권이 교체된다는 국민적 확신만 있다면 권력자들의 국정농단도 그만큼 사라지게 될 것 아닐까 싶다.

현재 국회에서는 헌법 개정문제가 심도있게 논의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 맞춰 개헌안을 도출키로 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대통령 중임제, 이원집정부제 또는 의원내각제 등이 거론되고 있다는데 어떤 정부형태가 됐든 국회에 권력 비중이 너무 많이 주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나쁘게 말하면 여야간 밀실 야합이 판칠지도 모르는 국회 중심의 국가권력 행사는 자칫 지금의 국정감사 조차 더욱 유명무실하게 만들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 박장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