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그동안 김영란법 위반으로 국민권익위에 고발된 것이 4천건을 넘어섰다고 한다. 해당 기관에 신고하지 않고 외부 강의했다는 것이 대부분이고, 금품수수나 부정청탁 의혹도 862건이나 됐으나 과태료 처분되거나 기소된 것은 40건에 불과했다 한다.

박장우 전북포스트 주필

김영란법 시행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공무원을 비롯한 공직사회 근무자들의 민원처리가 소극적이 됐다는 평가인 것 같았다. 아마 받은 것이 없어서 그런 것 보다는 몸조심하느라 더욱 그랬을 것 아닐까 여겨진다. 괜스레 적극적으로 나섰다가 오해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됐던 일반 음식점 매출은 거의 영향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매출액이 10%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으나 조사결과, 1.3% 감소에 그쳤다는 것이다.

다만 고가 상품으로 불리는 한우나 굴비 또는 화훼류는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한정식집이나 유흥주점도 타격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체의 법인카드 사용금액이 크게 감소, 접대문화가 위축됐던 것으로 분석됐다.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김영란법이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41.4%는 정치권의 금액상향 조정 움직임에 대해서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

특히 교육계의 경우 교사나 학부모 모두 김영란법이 부정청탁을 없애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했다. 절반에 가까운 교사들의 경우 김영란법으로 인해 교직에 대해 회의감마저 느낀다는 반응도 보였다. 아마 김영란법 존재 그 자체로 인해 교육계가 부정청탁의 상징으로 비치고 있다는 자괴감 아닐까 생각된다.

그러나 일반 공직의 경우 김영란법이 이미 사문화됐다는 우스개도 없지 않다. 시행 초기와 달리 공직사회의 경각심이 많이 사라졌다는 의미 아닐까 싶다. 예전과 같은 분위기도 없지 않은지 모르겠고 말이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김영란법의 제한 금액을 현행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인 것을 식사는 5만원이나 10만원으로, 선물은 10만원으로, 경조사비는 5만원으로 조정하자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김영란법을 최초 제안했던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 위원장은 “부정청탁금지법 제정 취지는 사라지고 금액 논쟁만 남은 것 같아 아쉽다”고 소회를 밝혔다. 시민단체들도 “공직사회의 청렴도를 높이자는 김영란법의 취지는 어떤 경우에도 훼손돼선 안된다”고 주장한다.

사실 10여년 전만해도 요즘 같은 추석명절이 돌아오면, 지방에서도 행정기관이나 지방의회 또는 힘 있는 기관, 단체들은 밀려드는 선물 꾸러미가 넘쳐날 정도였다. 인사차 들르는 기업체 관계자들 발길도 끊이지 않았고 말이다.

출입기자들이 짭짤한 재미를 맛보는 것도 명절 풍속도의 하나였다. 단체장은 물론 각과에서도 인사성 촌지를 건냈다. 일부 기자들은 명절 촌지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지만 대부분은 관례적인 것으로 여기고 받았다.

물론 공무원들이 자기 호주머니를 털어서 주는 촌지는 아니었다. 이해관계에 있는 업체 등에서 건낸 금품 중에서 일부를 떼 내 기자들에게 주었다고 보면 된다.

기업체들은 명절이 다가오면 힘 있는 기관 단체들을 돌아다니며 인사를 해야 했다. 기관단체들의 힘에 비례해서 전달되는 명절 떡값이 많고 적었을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전부 잘 봐달라고 주는 청탁성 촌지이고 금품이었다. 지금 당장 아무 일이 없어도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일을 대비해서 미리 손을 쓰는 보험성격도 없지 않았고 말이다.

이런 공직사회의 부정청탁 풍토를 근절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게 김영란법이다. 물론 김영란법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업종이나 품목에 대해서는 조정이 불가피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추석명절을 맞은 지금, 김영란법이 너무 과도하게 매질을 당하고 있지는 않는가 하는 의구심도 없지 않은 것이다. 언론이나 기관, 단체들이 흥청망청 주고받던 예전의 그 추석명절을 그리워하면서 더 부채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고 말이다. / 박장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