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전 덕유산에 올랐을 때 일이다. 설천 상공리 주차장에서 백련사를 거쳐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1614m)에 올라가는 코스였는데 2시간 반 정도 걸렸던 것 같다. 백련사에서 정상까지 올라가는 곳은 급경사였는데 힘들게 1시간 반은 올라야 했다.

박장우 전북포스트 주필

이 코스는 난이도가 상당한 때문인지 기업체나 단체들이 곧잘 직원들 극기훈련 코스로 이용하곤 한다. 반드시 정상을 거쳐 반대쪽으로 하산토록 돼 있다. 젊은 여성들은 처음 겪어보는 고통에 울기도 하는 곳이다. 울고불고 하던 여성들도 정상에 도착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뛸 듯이 기뻐한다.

한데 덕유산 정상에서는 뜻밖의 허망한 풍경도 연출되곤 한다. 70-80대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모습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을 거쳐 올라온 사람들이다. 신사복과 양장에 구두를 신은 사람도 있다. 똑 같은 정상에 올라선 사람들이지만 그들이 느끼는 감동은 전혀 다를 것 같다.

완주 대둔산에는 케이블카도 있고 구름다리도 있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계곡에 나 있는 산길을 따라 올라가지만 일반 관광객들은 케이블카를 타고 중간까지 올라간 뒤 구름다리를 이용해서 정상인 마천대에 올라간다. 케이블카를 타면 산길을 따라 올라가는 것보다 힘도 덜 들고 시간도 많이 절약할 수 있다.

몇 년전 진안 구봉산에 국내 최장의 구름다리가 놓였다. 아찔한 바위능선으로 유명한 구봉산인데 4봉과 5봉 사이에 길이 100m 구름다리가 놓임으로 해서 전국에서 찾는 관광객들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구름다리가 구봉산 최고 명물로 부상한 것이다.

순창군이 채계산(341m)에 국내 최장 길이를 자랑하는 구름다리를 놓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길이가 270m에 이르는 구름다리라는데 채계산, 그리고 섬진강과 어울려 좋은 구경거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다.

채계산은 책여산(冊如山)이라고도 부르는데 평평한 암반지형이 융기, 70도 각도로 솟아 있는 형태인데 마치 책을 비스듬히 쌓아놓은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채계산은 순창 적성과 동계에 길게 늘어서 있으며 가운데가 개천으로 나뉘어져 적성 채계산, 동계 채계산으로 구분되고 있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볼거리가 많은 적성 채계산만 둘러보는 경향이 있다.

적성 채계산 등산 관광은 1시간 남짓이면 끝이 나는데 너무 짧아 섬진강의 장구목이나 향가 유원지 등과 묶어서 일정을 짜기도 한다. 이번 채계산 구름다리가 놓이면 동계쪽 채계산 산행도 활성화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인가 보다.

유명산의 편의시설은 시민들에게 각종 편익을 제공하기에 충분하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다.

지리산의 경우 남원시 등에서는 오래전부터 케이블카를 설치하려고 하고 있다. 관광객들을 많이 유치,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경단체 등에서는 국립공원 훼손을 이유로 강력 반대하고 있고 정부에서도 아직은 환경보존 쪽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물론 국립공원에도 케이블카가 설치된 곳이 많다. 정읍 내장산은 물론 속초 설악산에도 케이블카가 있다. 60-70년대 개발 제일주의 시대에 만들어진 것들이다.

한국의 나폴리로 불리는 경남 통영에는 국내에서 가장 길다는 케이블카가 운영되고 있다. 한려수도가 내려다보인다는 미륵산(458m) 정상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인데 통영에 들르는 사람들마다 타볼 정도로 명물이 됐다.

순창 채계산에 들어설 예정인 구름다리도 관광 명물이 될 요소가 분명 있는 것 같다. 다만 채계산의 구름다리는 남원과 순창을 잇는 24번 국도 위에 설치된다는 점이 다소 우려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구름다리 또는 출렁다리는 계곡이나 하천을 건너는데 이용되곤 한다. 많은 차량들이 오고가는 도로 위의 구름다리, 홍보 효과는 클지 몰라도 왠지 낯선 느낌이다. 자칫 운전자들 시선을 빼앗아 교통사고를 유발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없지 않고 말이다.

채계산 구름다리, 안전문제 등 부작용도 최소화하는 방안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 박장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