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재미있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동물자유연대와 건국대 동물복지연구소가 전국 주요 보신탕집 93개소를 대상으로 개고기 샘풀을 채취해 조사한 결과라는데 전체의 2/3에서 항생제가 검출됐다는 것이다. 일반 축산물 검출률의 110배에 이르는 수치라고 한다.

도내의 경우 모두 4곳의 보신탕집을 조사했는데 3곳에서 다양한 항생제가 나왔다. 또한 도내 보신탕집에서는 인체에 해로운 각종 세균도 검출됐다고 한다. 동물연대측은 “개고기의 항생제는 허용 기준치조차 없을 정도로 관리가 허술하고 오남용 되고 있다”며 정부 측에 개고기 식용 중단을 촉구했다.

박장우 전북포스트 주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즐겨하진 않아도 보신탕을 먹곤 했다. 그런데 어느 때인가 친구로부터 경악할 만한 이야기를 듣고 보신탕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게 됐다.

시골에서 조경업 등을 하는 친구인데 오랫동안 개들도 키워왔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해인가 한 마리의 개에게 비루가 생기더니 온 몸에서 털이 빠지고 피부도 헐고 해서 약을 사다가 발라줬는데도 낫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친구는 오랫동안 키워온 개였지만 상태가 너무 심해서 나중에는 치료를 포기하고 개를 사가는 장사꾼에게 팔게 됐는데 그냥 공짜로 가져가라고 해도 가져가지 않아서 자기 주머니에서 5만원을 건네주며 처분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친구는 “그 개 장사꾼은 그걸 어떻게 처리했겠느냐”고 반문하며 자기는 절대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물자유연대의 개고기 항생제 소식을 접하면서 국민들이 개고기를 다 먹은 다음에 이런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하는가 하는 의문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개고기 식용은 한 여름철이 가장 많지 않을까 싶다. 무더위를 극복하기 위한 몸 보신용으로 말이다. 그래서 보신탕이란 이름도 붙여졌을 테니까.

물론 요즘의 개고기 식용은 반려견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많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래도 여름 삼복 더위철에는 아직도 인기가 식지 않는 게 개고기다. 특히 복날에는 보신탕집마다 발디딜 틈 조차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

그리고 올 여름에도 그 많은 사람들이 항생제로 범벅이 되고 세균이 득실거리는 개고기 보신탕을 먹었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인 것이다.

제철이 지난 다음에 꼭 터지는 것이 또 하나 있다. 행정기관의 냉면집에 대한 위생 점검 결과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8월 중순 이후에 관내 냉면집에 대한 위생검사 결과를 발표하곤 한다. 상당수 업소의 냉면육수에서 대장균을 비롯한 각종 세균이 발견됐다는 내용이다.

위생 점검 시기를 보름 정도만 앞당겨 발표해도 냉면업소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고 국민들의 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냉면 먹는 시기가 다 지난 다음에야 위생 점검 결과를 발표하는지 의문이 아니 들 수 없게 하는 것이다. 혹시 냉면업소가 입게 될 타격만 너무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도 없지 않고 말이다.

음식업소에 대한 행정기관의 점검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곤 한다. 불량업소에 대한 행정적인 제재도 가해지지만 언론에 발표될 경우 장사 자체를 그만둬야 하는 경우도 없지 않은 것이다.

10여년 전 전주시 경원동, 전북도청 2청사 앞에는 시민들에게 인기 있는 한우 고기집이 있었다. 고기 품질도 좋을 뿐 아니라 양도 괜찮은 것으로 평판이 나 있었던 집이다.

그런데 도청 위생과의 요식업소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그 한우집이 적발된 것이다. 당시 한우고기 1인분은 200g 이었는데 50g을 적게 준 것으로 말이다. 그때는 고기 정량문제가 엄격하게 다뤄지던 때였다.

그 내용이 방송과 신문을 탄지 두 달도 안 돼 그 집은 문을 닫고 말았다.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어진 때문이다.

지금도 보신탕이나 냉면 등에 대한 위생 점검 결과가 좀 더 앞당겨져 나온다면 취급업소들은 위생관리에 좀 더 철저해지지 않을까 싶다.

살충제 계란이나 바이러스에 노출된 외제 소시지와 같은 세계적인 이슈가 유독 눈길을 끈 올해였는데 보신탕이나 냉면과 같은 해마다 되풀이 되는 식품위생도 전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은 한해였지 않았는가 싶다. / 박장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