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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마추픽추 잃어버린 꿈의 옛터에서 - <강주영의 '혁명로드'>
강주영  |  jbpost20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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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21  11: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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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마추픽추 잃어버린 꿈의 옛터에서

사라진 제국의 옛터여서일까? 혈관이 튀는 듯한 강렬한 빛은 쨍쨍하게 푸른 하늘에서 쏟아졌으나 웬지 처연하였다.

   
 
   
잉카의 마추픽추.

강하고 푸르고 처연해서 산정의 하늘을 바로 볼 수가 없었다. 잉카 마추픽추의 하늘이 그랬다. 잃어버린 꿈의 하늘이었을까? 옛터의 성곽에서 고원의 라마는 조각처럼 움직임 하나 없이 조용히 머언 하늘을 우러르고 있었다. 슬픈 지향이었다.

 

   
마추픽추 옛터에서 하늘을 응시하는 라마

내 젊은 날의 사랑도 강하고 푸르게 눈이 부셔서 바로 볼 수가 없었다. 흰 장미꽃의 미소와 깊고도 푸른 눈동자였으며 심장을 돋게 하던 강한 빛이었다. 수신인 없는 연서를 쓰며 기쁨과 애절함으로 보내던 밤은 몇 날이었을까? 그러던 어느날, 찬란하던 내 꿈은 문득 무너져 사라졌었다. 빛나던 것들은 우울했고 사랑은 목로에서 떠돌았다.

 

   
 
   
마추픽추봉에서 내려다 보이는 마추픽추와 우르밤바강.

나의 하늘은 회백색의 담담한 콘크리트 건물들 속에 갇혔다. 갈 것은 가야했고 보낼 것은 보내야 했다. 가고 떠나고 보내고 그러다 보니 혼자였다. 스스로 부른 고독이었고 세상과 격리되어 있었다. 들끓는 생각들은 넘쳤으나 쑥대머리였다. 찾는 이도 찾을 이도 없었다. 끝이라고? 그래! 새 시작이 있겠지? 끝은 보이지 않았다. 끝이 보였다면 나는 웃었거나 죽었거나 아니면 돌아섰을 것이다. 나는 후회 없이 사랑하거나 싸우지 못하였다.

 

   
 
   
천변만화하는 마추픽추의 구름들.

안데스 고원의 높은 봉에서 태양은 늦은 시각에 금세 올랐다가 어느덧 하늘의 가운데였다. 해수면에서 반사된 빛이 없어 안데스의 일출과 일몰은 고봉들의 협곡에서 아침의 장엄함도 노을도 없이 갑자기 나타나고 사라졌다.

노동, 추수, 사랑이 어느날 문득 사라진 잉카 제국의 옛터에 순식간에 구름은 산정의 허리에서 천변만화하였다. 마추픽추봉(3,061.28m)에서 바라본 마추픽추(2,430m)는 희미하게 아른거렸다. 안데스의 속살을 헤집으며 우르밤바강은 고원의 협곡 저 멀리 소실점을 남기며 사라졌다.

 

   
 
   
마추픽추봉에 선 강주영 편집위원(위)과 마추픽추봉에서 바라 본 마추픽추(아래).

어느날 동구를 나서 소실점 너머로 사라진 이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하늘의 경계에서 봉우리들은 다가서지 못할 가파른 자세로 마추픽추를 빙둘러 호위하며 탄식인 듯 구름을 일으켰다.

하늘의 터에서 사랑하며 노동하고 추수하며 아이를 기르던 앙카인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잃어버린 왕국 백제의 아사달과 아사녀가 사랑하던 하늘일까? '나라 없는 나라'의 을개와 갑례의 하늘일까? 안데스의 비경을 감탄만하기 에는 망족의 잉카인들이 떠올라서였을까? 같은 망족일까? 천년이나 오백년 전의 일로 망족을 말할까? 다만 흔적들이 옛날을 말한다. 길을 잃고 돌아가는 여행자의 꿈은 다만 꿈이련가? / 강주영 편집위원

 

   
 
   
 
   
마추픽추로 오르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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