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생활을 한지 30년이 넘는데 처음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전북이 낙후됐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지역 발전이 전혀 안 됐다는 것이 아니라 전국에서 차지하는 경제 사회적 비중이 여전히 최하위 수준이라는 이야기다.

30년 전에도 전북은 전남이나 강원도, 그리고 충북, 제주도와 더불어 전국에서 발전이 더딘 지역으로 불렸었다. 그런데 지금도 전북은 상대적 낙후지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박장우 전북포스트 주필

그사이 눈에 띄는 것이 있다면 충북과 제주도의 비약적인 발전인 것 같다. 충북은 수도권의 팽창으로 최근 들어 지역개발이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방대학 충북캠퍼스가 곳곳에 들어서고 있을 정도다.

제주도의 발전도 눈부실 정도다. 국민들의 소득이 늘면서 관광인구가 급증, 제주도는 국내는 물론 중국 등 외국인들도 즐겨 찾는 관광지가 됐다.

전북이 낙후를 탈피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곧잘 마라톤경기를 연상할 때도 있다. 42.195km 중 2/3 이상을 지난 지점에서부터는 선수들의 순위가 쉽사리 바뀌지 않는 것 말이다. 간혹 뒤따라가던 선수가 막판 '스퍼트'에서 우승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칫 무리하다 중도 포기하는 선수도 적지 않은 게 마라톤이다.

전국 시도의 발전 흐름도 비슷한 것 아닐까 싶다. 지역간 견제 때문인지 어느 지역이나 매년 일정한 비율로 늘어난 예산이 투자돼 지역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울산과 거제지역의 조선산업이나 부산, 인천지역의 해운산업이 불황으로 지역경제가 크게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렇다고 지역경제 자체를 뒤흔들 정도는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그만큼 국가 경제나 지역 경제 규모가 커진 것이다.

전북 도민에게는 새만금이라는 트라우마가 있다. 새만금만 개발되면 낙후지역도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이에 '올인' 하고 살아온 지 오래다. 그리고 정치인들의 경우 행여 새만금을 부정하는 듯한 말을 했다가는 된통 당하곤 했다. 도민들의 바람 때문인지 역대 정부마다 새만금을 강조하지 않은 때가 없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도민들은 새만금 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새만금개발을 진두지휘하는 새만금개발청장에 전북출신이 임명됐고, 새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다.

군산지역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GM자동차가 정부의 배려나 지자체의 유치운동으로 들어온 게 아니다. 군산조선소는 다른 지역에 들어설 곳이 없다 보니 밀려서 온 것이고 GM자동차도 그들의 필요에 의해 들어왔다. 그리고 지금 수주난이나 매출난으로 가동중단이나 비상경영 상태를 맞고 있다.

새만금, 단기간에 집중적인 개발과 기업유치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전북 발전에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은 분명할 듯싶다. 그러나 계속사업인 새만금개발이 더욱 힘을 받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어떤 수요, 기업들의 투자 유혹이라도 이끌만한 동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전북에 대한 배려가 눈에 띄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고위직 인사의 경우 예상외로 많은 자리에 전북출신들이 중용됐다.

그러나 인적 배려와 경제적 지원은 또 다른 문제인 것 같다. 김대중정권이나 노무현정부 때도 전북출신들이 요직에 많이 기용됐으나 모두 그들만의 영화로 끝난 느낌도 없지 않았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도민들의 지역발전 기대가 크다. 다만 너무 지나친 기대는 자칫 실망감만 크게 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다.

특히 일부 정치인이나 언론에서는 마치 문재인 정부 5년 내에 새만금사업도 마무리될 수 있는 것처럼 몰아붙이기도 하는데 자칫 후유증만 남겨놓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없지 않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만 해도 그렇다. 전북도민들의 열망을 생각하면 군산조선소 재가동쯤은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처럼 생각했지만 현대중공업은 꿈쩍도 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전북 발전을 위한 장단기적 대책이 필요하고 도민들의 기대감도 현실적인 측면에서 조절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대신 당장 도민들의 삶과 연결될 수 있는 현안사업들에 대한 집중도는 높이면서 말이다. / 박장우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