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김완주 전 전북도지사가 전북도의회에 출석, 삼성의 새만금 투자협약 무산과 관련, 도의원들의 집중 추궁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그동안 전북도의회에서는 ‘삼성 새만금 투자논란 진상규명 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 활동해왔으나 김 전지사가 연락이 닿지 않아 그의 의견을 듣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었다. 그런 김 전지사가 도의회에 출석한 것을 보면 아마 김 전지사도 더 이상은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리지 않았나 싶다.

박장우 전북포스트 주필

김 전지사는 도의회 증언을 통해 “지금도 삼성이 새만금에 투자하겠다는 진정성을 믿는다”며“삼성의 새만금 투자는 삼성과 중앙부처가 협의해서 진행한 것이어서 전북도의 입장에서는 세세한 것을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사실 삼성의 새만금 투자 MOU에 대해 김 전지사의 해명은 어느 정도 일리도 없지 않을 것 같다. 당시의 김황식 국무총리는 전남 출신이었는데 LH 문제로 악화된 전북민심을 달래려고 자신이 호남 출신임을 은근히 나타내면서 전북으로 오는 국민연금의 중요성을 강조한 적도 없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삼성도 새만금 투자 MOU와 관련해서는 피해자인지도 모른다. 이건희 회장도 전면에 나서지 않는 등 순수하게 자신들의 판단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정부에 등 떼밀린 것 같은 면도 없지 않았을 것 같으니까.

전북도의회는 삼성 새만금조사특위 활동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새만금 투자 MOU 진상은 전혀 규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중앙정부를 대상으로 사실을 파헤치는 것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삼성을 상대로도 이렇다 할 추궁이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전임 단체장 시절의 시책 문제로 전임 도지사까지 도의회에 출석시켰다는 측면에서는 소득도 없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민선자치가 실시된 지 23년째가 되지만 지금까지 전임 단체장의 시책 문제를 놓고 이번 도의회 활동과 같은 일도 별로 없었던 것이 우리의 지방자치 현실이었으니까 말이다.

김완주 전 전북도지사 하면 전주시장 재임 당시, 도입키로 했던 경전철사업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일이다. 당시 전주시는 경전철을 획기적인 미래 교통수단이라고 호언장담했으나 지금 전국 곳곳에서 경전철 부실로 난리다. 최근 의정부에서는 파산절차에 돌입했고 용인경전철과 부산김해경전철도 매년 막대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만약 김완주 전 전주시장 때의 결정대로 전주 경전철이 도입됐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진다. 전주보다 여건이 더 좋은 지역에서도 경전철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막대한 빚만 남기고 사라지는 신세가 되고 있으니까 말이다.

도내 일선 시군에도 전임 단체장들의 시책 실패 흔적들이 적지 않다. 단체장 치적쌓기용으로 무리하게 추진했거나 수요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해 시작했다가 문을 닫은 시설들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들 문제를 놓고 해당 지역에서 심도 있게 전임 단체장들의 책임을 추궁한 일이 있었을까 싶지 않은 것이다.

특히 일부 전임 단체장은 자신의 실정이 시민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데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특정 정당 공천을 노리기도 한다. 특정 정당 공천만 있으면 어지간한 과오 쯤 덮어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일선 시군마다 단체장 입지자들이 거론되고 있다. 초선 단체장들의 경우 재선 도전에 별다른 말이 없으나 재선 단체장들의 3선 도전에는 실적이 가장 큰 판단기준이 되지 않나 싶다. 두 번이나 단체장을 했으면서도 별로 한 일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거나 무슨 일을 했는데 성과가 신통치 않았다면 주민들의 입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이제 우리 지방자치제도 좀 더 효율성을 갖출 필요도 있지 않나 싶다. 전임 단체장들의 시책들에 대해서도 차후에 되짚어보고 책임도 추궁할 수 있는 제도도 필요한 것 같고 말이다.

새 정부 들어 지방분권이 강조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지자체에 권한이 많이 주어진다고 좋아할 일만 아닌지도 모른다. 자칫 잘못된 시책으로 지자체 파산과 같은 일이 생기지 말란 법도 없을 듯 싶기 때문이다. / 박장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