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마음만 얻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라고 김완주 전 전북도지사가 말했다. 22일 열린 전북도의회 '삼성 새만금 투자 논란 진상 규명 및 새만금 MOU 조사특별위원회'에 증인으로 참석해서다.

전북도의회 관련 특위는 김 전 지사를 ‘삼고초려’ 끝에 청문회장에 증인으로 불러냈다. 김 전 지사는 이날 삼성의 새만금 투자와 관련해 자신에게 쏠리는 의혹을 적극적으로 방어했다. 그의 결론적 발언은 ‘삼성의 마음만 얻으면...’이다. 당연한 말씀이다. 하지만 삼성은 지난해 이미 새만금 투자를 철회한 상태다.

전북도의회 '삼성 새만금 투자 논란 진상 규명 및 새만금 MOU 조사특별위원회'에 22일 증인으로 참석해 선서하는 김완주 전 전북도지사. / 문요한 기자

이 발언 속에는 삼성 새만금 투자 무산의 책임을 현 집행부로 돌리는 복선을 깔고 있다. ‘내가 길을 터줬으면 당신들이 알아서 해 나가야 되지 않느냐...?’는 질책이 숨어 있다. 김 전 지사는 "재직 시절 삼성 투자 유치를 했는데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어 도민들께 죄송하고 안타깝다."며 한발 빼는 소회를 밝혔다.

전북도의회가 삼성의 새만금 투자 철회를 발단으로, 특위를 구성한 것은 당시 MOU 체결 과정에서부터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았기 때문이다. ‘삼성의 새만금 투자가 무산된 배경에는 정치적인 고려가 있었고, 협약을 파기한 삼성과 정부, 전북도의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는 도민 여론을 내세웠다.

삼성의 새만금 MOU 체결 당시 전북의 상황은 LH 본사의 전북 이전이 불발되면서 민심이 악화됐었다. 김 지사도 3선을 앞둔 상황에서 반전 카드가 필요했다. 그 와중에 ‘삼성 새만금 투자’라는 ‘대물'을 건진 것이다.

전북도는 당시 새만금에 삼성이 들어온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전북도와 민간 단체들까지 나서 모든 홍보 수단을 통해 이를 홍보했다. 전주시내를 비롯한 도시 지역 곳곳에 플래카드가 걸리고, 삼성이 새만금의 미래인 것처럼 요란했다.

어떻든 삼성과 국무총리실·농림수산식품부·전북도 등은 지난 2011년 4월 새만금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새만금에 그린에너지 종합산업단지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삼성은 5년이 지난 2016년에 새만금 투자 계획을 철회했다.

물론 지자체가 기업 유치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삼성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유수의 기업 아닌가...? 전북도가 새만금 활성화 차원에서 삼성 유치에 나선 것 또한 박수 받을 일이다. 삼성이 새만금에 둥지를 틀고, 관련 기업들이 연계된다면 새만금 활성화에 큰 힘이 될 것이다.

관건은 당시 MOU의 진정성이다. 정부와 삼성, 전북도 모두 진정성을 가지고 일을 추진했느냐는 것이다. 전북에는 투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하던 삼성이 갑자기 새만금에 투자한다고 MOU를 체결하고, 이에 대한 삼성 측의 입장 표명이 우둔했다. 또 전북도가 과도하게 홍보하면서 의심의 눈총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시기적으로 주도 세력들 간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 떨어진다. 전북도로서는 등 돌리는 민심을 되돌릴 수 있는 반전 카드가 필요했고, 정부로서도 LH 전북 이전 무산에 따른 여론 무마용 카드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것이 소위 ‘빅딜설’이다.

삼성으로서는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에서 MOU정도는 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것도 20년 뒤에 투자한다는 양해각서니까... 

이런 합의, 혹은 암묵적 동의하에서, 도민들을 속이기 위해 일이 추진됐다면 이건 나라도, 지자체도, 기업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의 새만금 MOU 체결 당시 행정부지사였던 정헌율 현 익산시장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지난 2일 특위에 증인으로 참석해 “지도자를 잘못 만나서 도민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남겼다. 발언이 논란이 된 이후 긴급 진화에 나섰지만 뒷맛은 찜찜하다. 그가 말을 가볍게 하는 사람도 아니다.

'지도자 잘못 만나 도민이 불쌍...' 여전히 귓가에 맴돈다. / 강찬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