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는 새 정부의 법무부장관에 지명됐다 낙마한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가 온 나라를 뒤흔든 시간 아니었나 싶다. 처음에는 안 명예교수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보고 듣고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들이 세상을 시끄럽게 하더니 마지막에는 몰래 한 혼인신고로 결국 장관 후보를 그만두는 상황까지 맞고 말았다.

박장우 전북포스트 주필

안 명예교수는 이명박 정부에서도 인권위원장을 지낸 것을 보면 그의 교수 생활이나 사회 활동이 그리 지탄받을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각종 기고를 통해 모순된 사회를 바꿔보려 했던 노력은 대단했던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특히 그의 글에는 자신이 살아오면서 경험했던 음주운전이나 다운계약, 그리고 남성 중심적 여성관 등이 고백 형식으로 소개 됐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 내용이 담긴 책들이 처음 출판됐을 당시에는 보수 언론들조차 솔직하고 용감한 자기 고백이란 찬사까지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안 명예교수가 문재인 대통령의 진보정권 법무부장관에 전격 지명되자 보수 언론들의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가 젊은 시절 저지른 명백한 불법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자기 고백이 없었다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 그 자신만의 일들까지, 그것도 과거 시대가 잘못됐다고 반성하면서 들었던 그런 자기 고백들을 범죄행위로 몰아간 것은 지나친 것 아니었나 하는 생각인 것이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지난 80년대부터 자동차를 운전한 사람들은 대부분 음주운전 경험도 없지 않을 것 같다. 당시에는 대리운전도 없었고 지금과 같이 단속이나 처벌도 강력하지 않아 직장인들의 경우 퇴근길에 술을 마시고도 운전대를 잡곤 했었다.

그리고 20년 전만 해도 전주시내 곳곳에 접대부들이 시중드는 술집들이 있었다. 남자들이 술을 마시는데 기분을 맞춰주기도 하는 그런 술집이었다. 친구들끼리 2, 3차 가다보면 술김에 들르기도 했던 술집이었다.

그리고 요즘 국회 청문회에 올라오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다운계약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아마 아파트 등을 사고팔면서 세금을 적게 내려고 거래금액을 낮춰서 계약했다는 것인데 20여년 전만해도 보통 사람은 대부분 관행으로 받아들였던 일이라고 한다. 만약 당신이었다면 그런 경우 원래 가격대로 계약서를 써달라고 했을 것인지 묻고 싶은 것이다.

물론 지금의 잣대로 보면 당시의 음주운전 버릇이나 접대부 이야기, 그리고 다운계약은 전부 범죄행위로 비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리고 장년들은 지금, 그런 젊은 시절의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드러내 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세상을 맞게 된 것 같고 말이다.

지난 90년대, ‘거짓말’이라는 영화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남녀의 성생활을 표현한 영화였는데 당시에는 “어떻게 사람들이 저런 음란한 짓을 할 수 있느냐...?”는 비평도 나왔었다.

그런데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부 국제영화제에서는 공공연히 포로노성 영화도 상영되고 있으니까 말이다. 당시의 영화 ‘거짓말’이 하고 싶어 했던 것도 우리사회에 만연한 이중성을 고발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지금도 우리 국민들은 똑같은 이중성에 노출돼 있는 것 아닐까 싶은 것이다. 출세하고 싶으면 철저하게 비양심적이 되라고 말이다. 정치 지망생들은 곧잘 자서전도 펴내곤 하는데 앞으로 자기 잘못을 고백하고 반성하는 사람들을 기대할 수 있을까 싶지 않다.

우리 사회는 지난 20-30년 사이에 급격하게 변화되면서 세대간 사고방식에도 적지 않은 괴리가 없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같은 세대 간 시대 변화를 서로 이해하는 상황이 됐더라면 지금 장년들이 굳이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부터 20여년 뒤에는 우리가 또 어떤 사회로 변화해 있을지도 모른다. 자꾸 오늘의 시각으로 과거를 판단하려고 한다면 우리 사회는 계속 거짓말만 강요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인 것이다.

우리 사회의 상류층이나 지도층의 허위와 가식도 한층 더해질 것 같고 말이다. / 박장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