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구 전북포스트 발행인

나는 종종 시내버스를 탄다. 전날 차를 두고 집에 갔을 경우에는 가능한 버스를 타고 출근한다. 3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30년동안 자동차에만 의지해 살다가 버스를 타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특할 일이다. 처음에는 택시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했지만 버스를 타다 보니 재미를 알게 된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 전주는 인구 60만명의 중소도시다. 이 도시만의 이야기일수도 있다. 내가 집에서 버스를 타고 사무실까지 오는 시간은 30분 남짓. 시간적으로 자가용을 타고 오는 것보다 10분 정도 더 걸린다. 요금은 카드로 1천150원. 현금은 1천200원이다. 시내 어디든 같은 가격이다. 저렴하다.

버스 정류장에는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장치가 돼 있다. 해당 정류장을 중심으로 버스 이동 상황이 실시간 전달된다. 도착하는 버스의 노선 번호와 현재 위치, 도착까지 남은 시간 등이 분단위로 표시된다. 내가 원하는 버스가 언제 도착하는 지 알 수 있다. 버스노선은 정류장에 있는 노선표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환승도 추가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버스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피하고 있다면 일단 한번 이용하기를 권한다. 선입관을 가질 필요는 없다. 이용 체제가 잘 돼 있고, 이용하는 데 큰 불편도 없다. 인터넷 서비스도 제공되지만 이는 차치하기로 한다. 버스 내부 환경도 비교적 깨끗하고, 이동도 빠르다. 조금만 넉넉하게 생각한다면 생각하지도 못한 것들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가장 큰 것은 버스가 주는 여유다. 일단 운전을 하지 않게 된다. 그냥 앉아만 있어도 목적지에 갈 수 있다. 모처럼의 여유를 즐기면서 세상 풍경도 바라보고, 이웃들의 삶도 들여다보게 된다. 시골에서 나오는 차를 타면 요즘 수확하는 농산물도 알 수 있다. 승객들이 많이 내리는 정류장이 어딘지도 알게 된다. 사람 통행이 많은 곳일 것이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이 또 있다. 버스를 타기 위해 거리를 걷는 기분. 나에게 국한된 일인지는 모르지만... 집에서 버스 정류장까지는 7분정도 걸린다. 가로수가 우거진 인도. 그 길에서 계절도 느끼고, 바람도 만난다. 요즘 그 길목은 은행잎이 깔려 노란 융단이다. 그 길을 걸으면서 얼굴로 맞는 차가운 바람은 날아갈듯 상쾌하다. 그런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김승수 전주시장이 11월11일 시청 공무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자가용을 타는 도시가 아니라, 부자들이 버스를 타는 전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서울보다 부자일 수는 없지만 서울보다 행복한 도시, 전주로 만들어 ‘저는 전주시민입니다’라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좋은 말씀이다.

버스를 타면 시내의 교통 정체 현상도 해소할 수 있고, 주차 문제도 해결된다. 길거리에서 흘려보내는 막대한 기름을 절약할 수 있고, 덤으로 좋은 공기를 마실 수 있다. 승객 입장에서도 교통비를 아낄 수 있고, 덤으로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 쾌적한 도시 환경에 건강한 도시민이 될 수 있는 길이다. 버스가 도시민들의 일상이 되는 도시. 스스로 버스타기를 선택하는 시민, 그래서 거리가 한적하고 품이 넉넉한 도시. 쾌적한 도시. 웃는 도시. 우리가 꿈꾸는 전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