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분위기가 물살을 탔다. 헌법재판소의 박대통령 탄핵이 유력한데다 탄핵 시기도 앞당겨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르면 4월 26일 대선이 치러질 것이라는 성급한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귀국하면서 대선 정국을 부채질하고 있다. 반 총장의 행보는 현실과는 좀 동떨어진 감이 있으나 전체적으로 대선 분위기를 ‘업’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본인으로서도 조기 활동으로 잃은 게 많은 것으로 보인다.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안희정 충남도지사.

나는 대선 후보군 가운데서 안희정 충남지사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그가 이번 대선에서는 ‘키맨(keyman)’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내가 개인적으로 그를 지지하거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과는 무관하다. 그가 급격히 대선 정국에 뛰어들고 활발하게 움직이는 데는 다른 의도가 중첩돼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같은 '문벌'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유력한 차기 대통령으로 꼽히는 상황에서, 안 지사의 출현은 단순한 대선 참여는 아니라는 분석에서 비롯된다. 그는 문 전 대표를 위한  ‘페이스메이커’로 대선 경쟁 대열에 나섰다고 본다.

문 전 대표가 비록 1위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안정감은 약하다. 게다가 계획보다 빨리 다가 온 선거 정국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 당연히 같은 편이라고 여겼던 후보들로부터도 견제를 당하는 입장이 됐다. 보수 진영이 어떤 식으로 뭉칠지 모르고, 진보 진영이 어떤 식으로 분열될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희정이 튀어 나왔다. 나는 문재인의 호위 무사를 자임한 결정이라고 본다. 그는 '문벌'의 맏형을 위해 '논개'가 되기로 작정한 듯 보인다. 물론 그 속내는 어느 누구도 짐작만 할 뿐, 말로는 내놓을 수 없는 사안이다. 당사자조차 입 밖에 내어서는 안된다. 그 말은 밖으로 나오는 순간 거품이 된다.

안희정은 민주적이고 점잖은 사람이다. 그런 자신의 고정 이미지와는 차별화된 강성 발언을 날리고 있다. 손학규에 대해 정계를 은퇴하라고 직격탄을 날리고, 자신이 결국 1위로 당선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는다.

장기 레이스에서 ‘페이스메이커’는 동반자를 우승으로 이끄는 역할을 한다. 지칠 때는 끌고 가기도 하고, 과도하게 힘을 쓸 때는 완급을 조절하기도 한다. 때로는 경쟁자의 ‘오버페이스’를 유도해 조기에 지치게 하기도 한다. 정말 다급할 때는 경쟁자를 안고 쓰러질 수도 있다. 자세히 보면 안 지사의 활동 폭이 문 전 대표의 취약지와 겹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는 두 개의 라인을 놓고 레이스를 벌일 것으로 본다. 내가 우승자가 되는 것과 '문벌'의 '맏형'인 문재인을 우승자로 만드는 것. 물론 둘 다 가능성은 있으며, 현재로서는 ‘킹 메이커’로서의 역할에 비중이 실리고 있다. 안희정은 끝까지 문 전대표를 보호할 것이다. 문 전 대표를 위협하는 경쟁자들에 대해서는 공격이 가해질 수도 있다.

생각에 잠긴 안희정 충남지사.

그런 안희정이 설 직전에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대통령 집무 청사를 광화문으로 옮기겠다는 문재인 전 대표의 공약에 대해서는 "너무 낮은 대안"이라며 "어떤 대안을 만들 것이냐, 어떠한 의회 권력을 만들 것이냐를 고민해야 한다"고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페이스메이커'설에 대해서는 '내가 페이스메이커가 아니라 문재인이 나의 페이스메이커가 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까지 거침없이 하고 있다. 이 역시 내 눈에는 '페이스메이커'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고 본다.

민주당내 경선은 문재인, 이재명, 안희정 등 3명으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미 불출마를 선언했다. 교황 선출식 결선 투표제로 가닥이 모아지고 있어 현재로서는 결과를 속단하기 이르다. 돌발 변수는 어디에나 있으니... 

근데,,, 이러다가 정말 민주당 내 경선에서 안희정이 대선 후보가 되면 어떡하지...? 정말 안희정이 민주당 후보가 되고, 이를 만만히 본 진보 진영에서 다른 후보를 내고, 다시 1987년처럼 3자 구도로 대선이 치러지면 어떡하지...? 에이... 설마...?  / 강찬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