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 또는 사회학적 용어로 ‘크리티칼 매스’라는 개념이 활용된다. 본래 물리학에서의 용어로 사용되었는데 사전적인 정의는 이렇다.

‘어떤 핵분열성 물질이 일정한 조건에서 스스로 계속해서 연쇄 분열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질량’

이를 사회학적인 해석으로 바꿔보자면 이런 정도가 될 것이다.

‘어떤 새로운 사회적 현상의 등장’과 관련해 사회적 변화를 일으키고 폭발적 변화를 촉매하기 위해 필요한 ‘임계치에 대한 탐구’에 해당할 것이다. 그리고 일정한 수준이 되면 폭발적으로 사회적으로 확산된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재미있는 것은 이 용어가 주로 자전거와 관련하여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몇 장의 사진을 우선 살펴보도록 하겠다.

사진-1. 베를린의 자전거 시위-10만이 모인다고 한다.

사진-1은 베를린에서 해마다 한차례 모이는 자전거 축제겸 시위로써 자전거 타기에 안전한 도시를 주장하며 전개되는 행사이다. 전국에서 모여드는 10만의 인파가 장관을 이룬다고 하는데 베를린은 이미 수송분담률17%가량의 자전거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보다 더 안전한 자전거 도시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 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2.우리 신문에 보도된 암스테르담의 시위소식

사진-2는 우리나라의 1970년대 신문에 실린 기사로 ‘암스테르담 자전거족 시위’라는 제목으로 도로위에 드러누워 시위를 벌였던 소식을 전한 기사이다. 이미 암스테르담에서는 빠르게 자전거 전용차로가 놓이고 있던 시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전거족들의 요구는 끊이지 않고 있었다.

사진-3. 런던의 자전거 시위

사진-3은 2016년 9월 29일 1000여명의 자전거 라이더들이 런던교통국 앞 도로에 드러눕는 이색 시위 사진이다. 이들은 15분간 자전거의 빨간 전조등 및 후미등을 켜놓거나 촛불, 팻말과 문구 등의 퍼포먼스를 통해 자전거 안전이용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고 한다.(머니투데이 기사 인용)

사진-4. 한국판 크리티칼 매스-발바리

사진-5. 발바리 떼잔차질 (사진출처 한국일보)

사진-4,5는 한국형 크리티컬 매스인 ‘발바리 떼잔차질’이라는 행동으로 한 달에 한 번씩 도심을 달리는 행동으로 이들은 ‘자전차면 충분하다’, ‘Share the road!(도로공유)’와 같은 구호를 내걸고 차로를 달린다. 2001년 봄에 시작되어 매달 셋째주 토요일에 광화문에 모여서 출발한다고 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도로에서 밀려난 자전차의 권리를 찾기 위해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도로에서 밀려난 자전차는 인도에서도 천덕꾸러기가 되며 갈 길을 잃어 방황하다가 마침내 자전차의 권리를 주장하며 행동으로 나선 것이다.

차로를 달리는 퍼포먼스와 때론 도로 위에 드러눕는 과격한 시위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수많은 자전차가 모여 축제와 같은 형식의 주장에 이르기까지 형태도 내용도 다양하다.

유럽에서의 자전거는 결코 오늘의 모습이 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러한 크리티컬 매스라는 현상을 통해 오늘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던 것이다.

전주에서 자전차의 길을 묻는 행동이 세 번째까지 이루어졌다. 토요일 아침마다 1시간씩 달리는 이 행동은 어느 순간 임계질량을 획득하고 도시의 변화를 촉발해 나갈지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자전차가 전주에게 길을 묻는 일은 쭉 이어질 것이다. / 김길중 한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