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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차가 길을 묻다. 전주에게... (1) - 김길중
전북포스트  |  jbpost20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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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0.26  08: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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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길에 헬멧도 쓰지 않고 복장도 멋진 여성들이 자전거를 이용해 출근한다. 이 여성들만 달리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어우러져 달리는 모습 속에서 긴장감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는다.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의 모습이다. 저들은 어떻게 이런 거리의 풍경을 만들어 냈을까?

 

   
암스테르담의 자전거 출근 풍경

자전거 도시를 외쳐 온지 20년의 전주를 살펴보자. 400여Km에 달하는 자전거도로가 시내에 깔려 있다고 한다. 그 대부분의 구간을 달려본 입장에서 그 숫자는 간단하게 지워진다. 혁신도시 및 신시가지, 수목원 부근, 그리고 양대 하천에 나있는 자전거 길 말고는 도무지 달리고픈 엄두가 나질 않는다.

전북대학교 정문 앞을 출발했다고 가정해 보자. '전주종합경기장 사거리'에서 신호에 걸린다. 한옥마을을 가는 길이라면 신호를 두 번 걸려서 대각선 방향의 '한국관' 앞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다시 300m도 못가서 '남도주유소 사거리'에서 멈춰야 하는 경우가 십중팔구 맞을 것이다.

 

버스정류장에 사람들이라도 있다면 달리지 못하고 내려서 정류장 곁을 끌고 지나가는 경우도 생긴다. 아무튼 다시 마음을 독하게 먹고 달려서 금암동 '분수대 자리'까지 달린다. 중간 중간에 나있는 이면도로와 만나는 점에서 들고나는 차와의 교차도 종종 발생하지만 이는 생략한다.

여기서 '기린대로'를 타자면 신호를 다시 두 번 건너야 한다.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안내하자면 횡단보도를 자전거가 통행하는 방법은 이렇게 법률로 규정되어있다. 보행자와 마찬가지로 우측방향을 이용하여 보행자처럼 끌고 지나가야 한다.

횡단보도도 마찬가지지만 자전거길이라고 그려진 길(보행자 겸용도로라고 칭한다)을 달리다가 혹여 보행자를 치게 되면 과실 책임이 매우 크다. 모든 교통 관련 법률체계상 약자에게 우선 순위를 주기 때문. 자전거는 보행자보다 강자로 인식한다.

목적지가 있으니 다시 달려가 보자. 큰 사거리만 네 번은 더 가야 '병무청 앞'에 도달할 수 있다. 신호가 있는 삼거리 등은 더 있다. 이면도로로 접어드는 곳은 손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위에서 설명한 것은 가장 중요한 것을 빼놓고 말한 것이다. 자전거 길 위에 방해물이 없다고 가정한 상황이다.

 

   
전주의 자전거 환경 <전북일보서 따 옴>

실제는 이보다 훨씬 열악하다.

귀퉁이마다 불법 주․정차된 차량들이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끌고서도 통과 할 수 없어 턱을 내려가 차도를 통해 지나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는 인도위에 주차된 차들도 많다.

나이든 어르신이나 멀리 바라보지 못하는 아이들은 움푹 패이거나 튀어나온 곳에 부딪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 눈 밝은 사람이라면 멀리서 발견하고 피할 수도 있을 것이다. 누가 이런 길을 달려 한옥마을까지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겠는가.

더는 열거할 필요도 없다. 아니 모든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다. 전주의 자전거 길은 그림과 색만 칠해져 있지 자전거가 가서는 안될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타지 않는 것이다.

 

다시 앞서 말한 암스테르담 이야기를 해보자. 암스테르담을 포함한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달려간다고 상상하시면 된다.

백제로 '경기장 사거리'에 신호가 걸린다. 자전거는 직진이거나 좌회전이거나 상관없이 횡단보도가 그려진 맨 앞쪽으로 나아가 차들 앞에 선다.

 

   
전주에서도 ‘자전차가 전주에게 길을 묻다’라고 쓰인 조끼를 입고 매주 토요일 아침에 기린대로와 팔달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두 가지의 경우의 수이니 도로 중앙의 좌회전차선 앞에 두 줄 혹은 세 줄로 선다. 좌회전하기 위한 자동차는 그 뒤편에서 기다린다. 직진하는 경우는 맨 우측 차선에서 좌측과 마찬가지로 자전거와 자동차 순서로 대기한다.

신호가 바뀌면 자전거가 먼저 출발한다. 자전거만이 진행 할 수 있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전거가 빠져나가면 비로소 자동차가 진행하게 된다. 그렇게 달려 도로 우측의 자전거 차선을 이용해 크게 위협을 느끼지 않고 한옥마을까지 달한다. 자동차에 뒤지지 않는 속도로 안전하게 달릴 수 있다.

이런 사연이 있어 네덜란드의 도로는 사진처럼 평화로운 모습을 띠게 되는 것이다.

 

요는 이렇다. 법령에 규정된 대로, 상식적인 순리에 따라 자전거가 인도가 아니라 차도로 내려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자전거가 차도로 내려오면 위험하지 않을까?’ 우리가 생각하듯이 그들도 그런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때로는 ‘자전거에게 길을 내달라’고 요구하는 시위와 같은 형태로 표출되었다. 또 캠페인을 펼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자전거가 차로로 내려오자 우려는 사라지게 되었다.

   
암스테르담의 자전거 전용 신호대기선.

자전거가 도로에 등장하자 차들이 신경을 쓰게 된 것이다. 도로위의 유일한 지배자로 난폭하게 굴던 자동차가 얌전하게 된 것이다.

차와 자전거 보행자가 분리 되는게 아니라 공존을 통해 서로에게 배려해야 하는 상대로 인식하게 되었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오늘의 그림과 같은 장면이 만들어 지게 된 것이다.

자동차는 자동차의 길로 자전거는 자전거 전용차로로 보행자는 인도로 구분된 것은 분리가 아니라 공존의 길을 찾아낸 지혜의 결과이다.

 

20년 동안 지지부진했던, 아니 20년 전과 하나도 달라진 바 없는 자전거의 길을 묻는 전주 시민들이 드디어 나섰다.

‘자전차가 전주에게 길을 묻다’라고 쓰인 조끼를 입고 매주 토요일 아침에 기린대로와 팔달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10월 16일에 준비차 20여명이 달려 보았고, 22일에는 10명 가량이 모였다. 자전거 길을 내기 위한 ‘시민행동’이 시작된 것이다.

   
전주에서도 ‘자전차가 전주에게 길을 묻다’라고 쓰인 조끼를 입고 매주 토요일 아침에 기린대로와 팔달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행동에 나선 사람들은 길을 자동차와 자전거와 사람이 공평하고 평화롭게 나누는 길을 제안하는 것이다. 그것이 모두에게 이로운 길이지 않겠느냐고 전주를 상대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운전자일 수 있으며 또한 보행자일 수 있다. 또한 자전거 운전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사진속의 암스테르담과 같은 도시로 만들어 지는 것을 가정해보자. 아이들이 자전거를 통해 마음 놓고 학교에 다닐 수 있는 행복함이 일상에 스며든 모습, 떠오르지 않는가?

 

이 글에 ‘자전거’와 ‘자전차’가 혼용된 이유는 이렇다. 사전적으로 ‘자전차’는 자전거의 잘못된 부름이라고 되어 있으나 차로 위의 주체임을 강조하기 위해 ‘자전차’로 부른 것이다. 그래서 시작에 자전거가 아닌 ‘자전차’로 부른 것이며, 중간 중간에 ‘자전차’ 라는 표현이 강조될 부분에서는 굳이 ‘자전차’로 표기하였다.

봄에 자전거 여행을 주제로 전북포스트<www.전북포스트.com>에 연재하였다. 이제 도시와 ‘자전차’ 그리고 전주의 오늘과 내일을 생각하며 ‘자전차 행동’에서의 여러 생각과 행동을 담아 또 다른 연재를 시작한다. 자전차가 전주에게 길을 묻는다.  / 김길중(생태교통시민포럼 운영위원,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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