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오늘 9월 28일부터 시행된다. 이 법은 본래 명칭보다 발제자의 이름을 딴 ‘김영란법’으로 더 알려져 있다. 이 법의 취지는 법률 명칭에 그대로 담겨 있다. ‘부정 청탁“과 ’금품 등의 수수‘를 금지하는 법이다.

우리 사회의 오랜 관행으로 굳어진 부정 청탁과 금품 수수 등의 악습을 철폐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런 관행을 법으로 다스려야 하느냐는 핀잔도 일부 있지만, 오죽하면 이런 것까지 법으로 규제하겠느냐는 입장도 적지 않다.

강찬구 전북포스트 발행인

오늘부터 공직자들과 언론인, 사립학교 교원들까지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쉽게 정리하자면 이해당사자간에 식사는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을 넘으면 안된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청탁을 대가로 고가의 식사 대접과 선물이 오가고, 또 경조사비를 빙자해 뇌물성 금품이 오간데 대한 방증이기도 하다.

법 시행을 앞두고 사회적 논란이 되긴 했지만 나는 잘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그동안 부정 청탁과 금품 등의 뒷거래가 성행하면서 사회 질서가 혼란스러웠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 지도층이라는 사람들마다 부정의 꼬리를 달지 않은 사람이 없는 형편이다. 각종 비리의 고리를 차단한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다.

법을 시행하다 보면 다소 무리가 가는 부분도 발생할 수 있다. 당장 고급 음식점은 사람 발길이 뚝 끊길 것이다. 공직자들이 민원인을 기피하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작은 부작용을 내세워 이 법을 폄하하거나 악법으로 몰아가서는 설득력이 없다.

법은 법률 자체도 중요하지만 운영에 더 큰 가치가 담겨 있다. 우리가 이 법을 잘 지키고 이끌어 감으로써 정의 사회를 구현할 수 있다고 본다. 그동안 경험을 통해 지켜본 바로, 옳은 법은 결국 취지대로 접목된다. 사회적으로 정의가 정착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혼선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대상이 되는 공공기관이나 대학, 사립학교, 언론계 등에서는 매뉴얼을 마련해 교육하는 등 대비했다. 대학에서는 당장 졸업반 학생들의 조기 취업이 차단돼 아우성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무리는 없다고 본다.

이 법에 대해서는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굳이 법 취지를 따지지 않더라도 그냥 ‘안 주고 안 받기’로 해석하면 된다. '인간 사회에서 그럴 수 있느냐'는 푸념에 앞서 그동안 우리 사회가 이같은 법률을 만들지 않고는 안 될 정도로 혼탁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법이 시행되고 정착되면 새로운 형태로 자리를 잡는다. 법의 질서가 만들어 지는 것이다. 법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자정 능력이 생기는 것이고, 또 부작용이 크거나 무리가 있는 조항에 대해서는 개정을 통해 바로잡으면 된다.

현재 국회의원 등 일부 세력이 제외돼 불만을 사고 있지만 법이 시행되고 나면 자연스레 포함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맑아지고 있는데 그 조직만 법의 굴레에서 벗어나 있다고 혼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흙탕물을 일으키는 미꾸라지는 맑은 물에서 더욱 선명하게 눈에 띄는 법이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우리 사회 전반에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호들갑을 떠는 세력들도 있지만 이는 ‘오버 액션’이다. 설혹 부작용이 있다 해도 일시적 현상에 그칠 수 있다. 법 취지가 실현되고, 우리 사회가 그런 환경에 익숙해진다면 새로운 문화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세상은 항상 그렇게 질서를 잡아 왔다.

김영란법에 혼란스러울 거 없다. 공직자라면 ‘안 주고 안 받기’에 충실하면 되고, 이미 그런 자세를 견지하고 실천하는 공직자들도 우리 주변에는 많다. 일부 기득권이 아까워 불만을 표하는 것이라면 이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

나는  ‘부정 청탁 및 금품 수수 등 금지에 관한 법률’을 지지한다. 우리 사회 정의 실현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 강찬구 전북포스트 발행인